오나라와 월나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춘추전국 시대 두 나라는 양자강을 사이에 두고 영토를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충돌했다. 삶은 피폐했고 인정은 메말랐다. 두 나라 사람들은 서로 미워하고 멀리했다. 어느 날 두 나라 백성이 우연히 한 배를 타게 되었다. 거센 바람이 강심으로 휘몰아쳤다. 뜻하지 않은 위협 앞에서 그들은 더 이상 적이 아니었다. 서로 돕기를 왼손과 오른손처럼 하였다.
손자병법 구지(九地)편에 나오는 `풍우동주' 대목이다. “폭풍우 속에서 한배를 탄다”라는 뜻으로 나라 이름을 빗대어 `오월동주'라고도 한다. 사이가 좋지 않은 자끼리 한 자리에 있더라도 어려움에 부딪치면 함께 헤쳐 나간다는 의미이다. 한 배에서 풍랑을 맞으면 원수라도 힘을 합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사는 게 다 내 맘 같지 않다. 누구나 자신이 처한 기준으로 세상을 본다. 그러다 보니 그 기준 안에 딱 맞게 들어오는 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어차피 그 기준이 정답이 아니라면 뭐든지 `약자를 위한 입장'에서 서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오나라와 월나라 백성은 서로 싸우기만 했다. 하지만 비바람 몰아치는 한 배 안에서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양주승 / 포천신문 자문위원회 고문, 포천신문 문화센터운영위원회 회장, 포천시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