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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깊은 사람들=이보용] 벌금제로 찾은 행복


이보용 기자 / leewalking@naver.com입력 : 2014년 06월 07일
↑↑ 이보용 포천신문 자문위원회 고문, 전 서울 창덕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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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10년 넘게, 매년 결혼기념일을 지키고 있다. 젊었을 때는 돈도 시간도 없어서 아내의 존재조차도 기억하지 못하고 살았다.

결혼 생활 30여년이 지나, 황혼 길에 들어서고 나서야, 아내의 주름진 얼굴에 짙게 깔린 삶의 무게만큼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매년 한 번 갖는 결혼기념일이지만 쉽게 지켜지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간혹 의견 충돌이 생길 때면 덜컥, 이번 결혼기념일은 힘들겠구나 싶어진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같이 에버랜드에 가자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 틈에 끼여 밝은 모습과 어여쁨을 자랑하는 꽃들의 향연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어색한 분위기는 저만치 사라지고 만다.

한 번은 할 얘기도 동이 나고 시간이 무료해질 즈음,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살면서 나에게 가장 섭섭하고 힘이 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냐고.

아내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당신의 언어폭력이라고 대답했다.
“당신이 뭘 알아, 빨리 빨리, 시끄러워.”
이 세 마디가 가장 힘들게 했다고.

그 말을 들을 때면 당신에게 있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었단다. 나는 이후로 그 말을 안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런 말을 한 번 하는데 벌금 만원을 내겠다고 했다. 초기에는 많은 벌금을 물었지만, 요즘 아내는 도리어 돈벌이가 시원찮다고 투덜거린다.

소소한 얘깃거리를 나누며 오솔길 자락을 올라 소박한 수제비 한 그릇에도 아쉬움이 없다.
어느새 아내의 시선을 통해서 세상을 보며 사람 사는 모습을 찾는다.

이보용 / 포천신문 자문위원회 고문, 전 서울 창덕여고 교장
이보용 기자 / leewalking@naver.com입력 : 2014년 06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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