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로 국민의 관심권에서 한동안 밀려나 있었다. 그러나 선거는 언제나 그렇듯이 국민들의 권리를 행사하는 중요한 기회이다. 우리가 잘 고려하지 않는 사항이지만 비용도 엄청나게 든다. 어느 신문을 보니 이번에 사용될 투표지를 쌓으면 에베레스트의 세 배 높이가 되고 투표지 만드는 데 소나타 186대의 가격에 달하는 42억원이 든다고 한다.
이처럼 고비용이 드는 데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갑작스레 진행되는 느낌이어서 지역의 리더를 뽑는 선거가 신중한 고려가 동반되지 않은 선택으로 이어질까 염려된다. 더구나 투표장에서 한꺼번에 7명을 선택해야 하니 선택에 헷갈리는 대목도 많을 것이다.
어쨌거나 도지사나 시장은 물론이고 도의원이나 시의원, 교육감들의 선택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시험대이고 우리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많지 않은 기회인만큼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그리고 신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우리 사회의 ‘대충주의’에 큰 요인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는 만큼 이번 지방선거도 그런 적폐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눈을 부릅떠야겠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 대표의 성격이 어떠해야 할까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우선, 지방선거는 말할 것도 없이 지역의 리더를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자기가 속해 있는 지역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여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지역 발전을 장·단기적 관점에서 살피고 지역 주민들의 합리적 근거가 있는 염원을 반영해 주는 후보를 선택해야 함을 의미한다.
예컨대 이번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경우 김진표 후보가 내세운 경기북부의 평화통일특별도 추진 공약은 그동안 경기남부에 비해 경제 발전, 문화시설, 교육복지 등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감이 있는 우리들 북부지역민들에게는 매우 유의미한 공약이다. 경기도민이 1200만이나 된다는데 이를 굳이 한 도로 이끌어야 하는지도 의문이고 장차 통일시대를 가정할 때 경기북부가 통일시대의 중요한 길목이자 요충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제를 생각하면 충분한 실효성이 있는 공약이다. 그러나 이런 공약도 그 실효성 및 실천성을 꼼꼼히 잘 살펴 표를 행사해야 풀뿌리 민주주의가 성장한다.
다음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잣대는 ‘책임감’이다. 책임감 또는 책임의식이 리더의 중요한 자질인 것은 말할 나위 없지만 세월호 참사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겪고 보니 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절절한 덕목이란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승객들을 버리고 떠난 무책임한 선장과 선원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우리는 똑똑히 목격하였다.
책임의식의 부재는 비단 이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에게 산견되는 일이어서 국가 개조라는 거대한 화두조차 제기하게 만들었지만 국가라는 시스템의 급격한 개조로 이런 문제가 해결되리라 보지는 않는다. 나라를 뒤흔들만한 큰 사고는 내 탓이라는 자각으로부터 시작하는 사람, 아래 사람을 문책하고 자르는 것에서 해결책의 전부를 찾지 않는 사람이 지도자의 조건에 부합하고 그런 지도자가 국민 의식의 변화를 이끈다. 이런 지도자를 지자체의 장이나 의원들로 선별하는 데 어떤 방안이 있을까?
우선 후보자들의 인품을 감별해 보는 일이다. 후보자 개개인의 인품을 일일이 접하기 쉽지 않은 우리 민초들에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인지감(知人之鑑)-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란 것도 아무나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기준 정도는 내세울 수 있다. 그가 어떤 말을 하느냐는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그가 말하는 공약에 진정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공약은 약속이다.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릴 것 같은 사람은 뽑으면 안 된다. 그가 자신의 공약을 진정으로 이루려는 성의를 가진 삶을 살아왔나 하는 것은 그가 내세운 이력, 그가 내세우는 계획들을 보면 어느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당선되고 나면 그의 공약을 구두 약방문처럼 쉽사리 폐기해 버릴 그런 후보자에게 표를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역민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사람은 그가 내세우는 약속에 과장이 없다. 공자는 위정자의 최고 덕목으로 신(信)을 들었다. 식량도 군대도 믿음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하였다. ‘신(信)’은 사람의 하는 말이 근본 요건임을 문자의 조형 원리에서 드러낸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말을 어떻게 하는가를 선택의 전제로 삼아야 할 것이고 그가 당선된 뒤에도 주시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