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실에서 많은 불신으로 인한 피해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쉽고도 어려운 것이 다른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다. 신뢰에 관한 철학을 잘 대변하는 고전을 찾는다면 당연히 논어이다.
『논어』 「안연편」에는 신뢰에 대한 교훈이 담긴 공자의 말이 나온다. 여기서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스승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라고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했다.
다시 자공이 “그럼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빼야 합니까?” 하고 물어 보았다. 그러니까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궁금증이 많은 자공이 다시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합니까? 라고 질문하니 공자는 그 다음은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예로부터 모든 국가는 다 망할 수 있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공자가 말하는 경제, 국방, 사회적 신뢰는 요즘 정치에서도 빠질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대답한 신뢰라는 것은 모든 부분에서 생존을 위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덕목으로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변은 먹고사는 문제가 사회전반에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이렇게 경제가 어려우면 이로 인해 파급되는 많은 문제가 발생된다. 우선 청년층의 빈곤화가 가장 큰 문제이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들은 무엇보다 취업을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여건은 점점 어려워져 가고 있으니 사회에 진출도 하기 전에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의식주를 해결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공자는 2500년 전에 이미 교훈으로 남기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인문제와 교육문제도 결국 민생고가 해결되어야 그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안정을 찾기가 더 힘들어지고 사회질서의 문제도 혼란을 면하기 어렵게 되니, 예나 지금이나 경제가 가장 중요함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서민들의 가계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데, 재벌로 대표되는 수출주도형 대기업들은 호황이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더 어렵고, 거시경제지표는 제법 건실하다고 하지만 국가 부채는 급속도로 늘고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아이를 낳지 않으니 출산율이 점점 저하되어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또한 그리 명예롭지 못한 자살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주변의 기대감과 다른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여 현격한 격차가 발생하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계층 간 격차가 크고 미래가 불안하며 위험에 대한 준비가 없는 사회 일수록 스스로 생명을 놓는 일이 발생한다고 하니 모두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공자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지목한 것은 신뢰인데, 과연 일반 시민이 평가하는 정치권에 대한 신뢰는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 그 이유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집단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쌓여 결국 불신으로 치달아 오르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 우리사회는 기성세대를 믿지 못하는 도덕불감증이 생산한 불신의 늪에 깊이 매몰되어, 무엇이 먼저이고 어느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가치관마저 붕괴되고 있다. 그러니 자라나는 후세에게 너무도 부끄러운 어른들이 되어 청년층이 사회를 바라보는 신뢰는 그야말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정치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공자가 그토록 중요하게 여긴 신뢰를 상실한 사회는 더 이상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정치를 비롯한 사회의 모든 분야에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가치를 중히 여기는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의 삶도 나의 그것 못지않게 귀하게 여기는 반듯한 지도력을 갖춘 성실한 대표들이 많이 선출되어야, 적어도 모든 사람을 미개인으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품위 있는 가치관을 회복해서 신뢰가 살아있는 튼튼하고 건강한 정치로 돌아가 삶에 찌든 백성을 보듬을 수 있는 반듯한 실천이 살아나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