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22 오후 05:19:4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자유기고

[생각이 깊은 사람들=이보용] 버큰 헤이드호(號)를 기억하라


이보용 기자 / leewalking@naver.com입력 : 2014년 05월 08일
↑↑ 이보용 포천신문 자문위원회 고문, 전 서울 창덕여고 교장
ⓒ (주)포천신문사
외국인들은 항해 도중 재난을 당했을 때 서로 상대방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인다고 한다.
“버큰 헤이드호(號)를 기억하라.”
항해 중에 재난을 만났을 때, 그 배에 타고 있는 선원이나 승객들이 침착하게 속삭이는 말이다.

사건은 지금부터 160여 년 전인 1852년의 일이다. 그 해 영국 해군의 자랑인 수송선 버큰 헤이드호가 사병들과 그 가족을 태우고 남아프리카를 향해 항해 중이었다. 그 배에 타고 있던 사람은 모두 630명으로 그중 130명이 부녀자였다.

배가 아프리카 남단을 지나다 바위에 부딪쳤다. 시간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잠에서 깬 승객들은 큰 소란이 일어났다. 배는 점점 침몰 되고, 승객들의 생명은 경각에 달렸다. 구조선은 3척 밖에 없는데, 1척당 정원이 60명이었다. 사령관 시드니 세튼대령이 전 병사 집합명령을 내렸다.

“구조선에는 여자와 아이들을 먼저 태운다. 그리고 너희들은 이곳에 남는다. 만약 너희들이 서로 구조선에 타려고 뛰어들면 다른 모든 사람들도 서로 뛰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너희의 아내와 너희의 자식들도 모두 다 함께 죽는다. 자! 그럼 너희들이 이곳에 남고, 너희 가족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너희도 저 구조선에 뛰어들어서 모두가 함께 죽을 것인가? 이 것뿐이다.”

병사들은 아무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멀리서 가족들의 손짓을 바라보며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전 병사가 질서 있게 정렬한 가운데, 부녀자들을 3척의 구명정에 태웠다. 마지막 구명정이 배를 떠나기 전, 한 병사가 세튼대령에게 소리쳤다.
“대령님! 저희는 이곳에 남겠습니다. 대령님은 어서 구조선에 오르시지요. 대령님께서 구조선에 있는 우리 가족들을 지켜 주십시오!”
“나는 내 아들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 이곳에서 자네들과 명예롭게 운명을 같이 할 것이다!”

그 후 세튼대령은 병사들 중에서 어린 병사들을 지목하며, 구조선에 타기를 권했지만 그들 역시 눈물만 흘릴 뿐 움직이지 않았다. 세튼대령은 구명정 빈자리에 그 어린병사들을 보내기 위해, 그들을 바다로 떠밀어 버렸다. 어린 사병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구조선으로 구조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구명정이 떠날 때까지 갑판 위의 사병들은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구명정에서 ‘버큰 헤이드호’를 바라보고 있던 부녀자들은 갑판 위에 의연한 자세로 서 있는, 그 병사들을 향해 오열했다.

배가 침몰하기 전, 세튼대령이 명령을 내렸다.
“상의와 구두를 벗고 바다로 뛰어내려라. 그러나 누구든지 결코 구명정으로 가서는 안된다.”
잠시 후 병사들의 머리가 모두 낙엽처럼 물속으로 숨어들었다. 세튼대령도 단호하고 슬픈 표정으로 병사들과 함께 사라졌다. 여자와 아이들, 어린사병들이 모두 안전하게 떠나는 것을 끝까지 지켜본 사령관은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같이 한 것이다.

‘여자와 어린이 먼저’라는 훌륭한 전통이 세워진 것은, 바로 이 사건 이후부터였다고 한다. 영국의 기사도가 정립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이보용 / 포천신문 자문위원회 고문, 전 서울 창덕여고 교장
이보용 기자 / leewalking@naver.com입력 : 2014년 05월 08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이름 비밀번호
개일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겨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