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시기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선출직으로 진출하는 공직자는 대부분이 고위 공직자다. 이렇게 고위공직자가 되는 방법으로는 때를 맞추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당당하게 시험에 합격하는 공직에 진출하는 길과, 관련 학문과 경험을 충분히 쌓아 전문가로 공직에 나아가는 길, 그리고 선거에 의해 선출직으로 공직에 뽑히는 방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출사를 하더라도 그 직위에 맞는 인격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직위에 오른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할 수 는 없는 것이다, 옛말에 "알아야 면장을 해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적어도 고위 공직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책임과 지위에 따른 능력을 갖추어야만 그 지위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만약에 어떤 직위를 수행함에 있어 그것을 감당함에 있어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자리에 나아가면 안 되는 것이다. 공직자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도덕적 기준과 잣대가 적용되기에 더욱더 신중기해야 하는 것을, 우리는 최근에 물러난 장관들이나 부적절한 행동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샀던 인물들을 떠올리면 금방 이해가 되는 대목인 것이다.
그러니 인생을 살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 중에 하나가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는가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지금 내가 앉은 자리에 걸맞은 능력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주변의 평판은 어떤지를 스스로 확인하고 고민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자리를 사양하고 반납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저히 자리를 사양할 수 없다면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그것도 여의치가 않다면 겸손한 노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능력도 못 갖추고 무리하게 자리에 욕심을 부린다거나, 인격도 안 되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마음을 두면 비록 당장 그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끝이 안 좋은 경우가 많은 것은 누구나 겪었을 것이기에, 자리는 차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리에 합당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마땅한 것이다.
이런 내용을 불후의 고전 『주역(周易)』에서는 "덕미이위존, 지소이모대, 무화자선의 (德微而位尊, 智小而謀大, 無禍者鮮矣)"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해석하면 "인격은 없는데 지위는 높고, 지혜는 적은데 꿈이 너무 크면 화(禍)를 입지 않는 자가 드물 것이다."라는 말이다. 동양의 철학은 순환과 변화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도덕성에 비해 너무 높은 자리를 오르려 하거나, 주제넘게 터무니없이 큰일을 도모하려 한다면 반드시 큰 화를 입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말이 뜻하는 의미는 자신의 능력과 그릇에 맞지 않으면 어떤 높은 지위라도 넘보지 말라는 것이고, 내가 능력과 자격이 안 되면 아무리 높은 자리를 만들어 놓고 나를 불러도 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니, 세상을 살다보면 해서는 안 될 일이 있고, 가서는 안 될 길도 있으며 올라가서는 안 될 자리도 있는 것이다.
또한 들어서는 안 될 이야기도 있고 보아서는 안 될 일도 있으니, 이는 무엇보다 자신의 현재 위치와 관련하여 분수에 넘어서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교혼이기도 하다. 특히 아무리 높고 좋은 자리가 있어도 자신의 능력과 도덕성을 스스로 비추어 보아, 내 역량을 넘어서는 자리라면 스스로 사양하고 포기할 줄 아는 결단이야말로 원만한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요건인 것이다.
옛 선비들은 진퇴유절(進退有節)이라고 하여, 나아가고 물러남에 절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며 살았던 삶의 철학이다. 여기서 말하는 절(節)의 뜻은 대나무의 마디를 말하는 것이고, 대나무는 마디(節)가 있어 옹골차게 탄탄하고 높이 자라듯이 인생도 나가고 물러남이 분명해야 더욱 내실 있고 값진 인생이 될 것임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그러니 능력과 인격도 안 되는데 무리하게 자리를 탐내게 되면 결국 비극적인 결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엄중한 경고이고, 물러나야 할 때 나아가려 하고 나아가야 할 때 물러나려 하는 것은 인생의 화를 스스로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기에, 진퇴(進退)를 모르고 경거망동을 하면 그동안 쌓아놓은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주역(周易)』에는 인간의 일생을 용(龍)에 비유해 설명하는데, 삶의 처세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물속에 잠겨 능력과 덕성을 함양해야 할 잠용(潛龍)의 시기가 있음에, 이때는 내 앞에 좋은 자리가 있다고 무조건 차지하려고 망령된 행동을 한다면, 더 큰 용으로 발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큰 화를 입게 되고, 진실로 실력과 능력이 충분히 갖추고 세상에 나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를 현룡(見龍)의 때라고 나누어 놓았다.
거기에다가 열심히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는 약룡(躍龍)의 시기와, 자신의 꿈을 한 없이 펼치며 날아오르는 비룡(飛龍)의 시기로 구분하는데, 이것은 때를 잘 살펴서 그때마다 내가 어느 자리에 있어야 하고, 또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정확히 알고 처신한다면 큰 잘못 없는 삶은 잘 영위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장자(莊子)』에 나오는 미성재구(美成在久)요 악성불급개(惡成不及改)라 이 말의 뜻은 위대함은 결코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반면에 위대함이 무너지는 것은 숨 쉴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나므로 나쁜 일이 생길 때는 손 쓸 틈마저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누가 기둥뿌리고 서까래인지는 스스로 살펴야 할 일일 것이니 선출직에 나서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볼 것을 권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