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가 시작되는 날은 정해져 있지 않다. 차라리 ‘초등학교 5학년 5월 1일부터 사춘기가 시작되고 중학교 2학년 10월 말에 사춘기가 끝납니다’라고 정해져 있다면 마음의 대비라도 할 텐데 이건 시작하는 시간도 끝나는 시점도 없다.
‘사람마다 달라요.’ 얼마나 편한 말인가?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보이는 특징을 살펴보고 내 아이가 보이는 증상이 그 증상에 부합된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이들은 맨 먼저 부모의 부름에 대답이 늦어진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은 부모의 말이나 부모의 눈길보다 내 생각이 서서히 중요해지고 내가 집중하고 있는 재미있는 일이 중요해진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부모가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기를 바라게 되고, 그래서 부모가 부르면 대답이 늦어진다.
다음엔 부모의 말에 자기 생각의 토를 달게 된다. '왜 꼭 엄마 말대로 해야 돼?' 하고 질문한다. 이건 이제 자기 문제에 자기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고 의견을 갖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부모는 껄끄럽지만 아이 개인으로서는 환영할만한 좋은 성장의 징조입니다. 정신의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많은 말을 할 때 대화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많은 말을 할 때 그리고 그 말을 부모가 심각하게 들어줄 때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모는 아이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아이가 원하는 결론과 정반대의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렇지만 답이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답이나 결론부터 말하고 나서 이야기를 끊게 되면 아이의 정신 성장 면에서는 독이 될 수 있다.
아이는 앞뒤가 맞지 않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논리가 점프하고 허점이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어른의 관용을 통해서 세상을 배우고 정신이 자라게 된다. 그럴 때 부모는 '어떻게 넌 맨 날 그렇게 정신 사나운 이야기만 하니? 네 말을 듣고 있으면 생머리가 아파' 라고 절대 끝내지 말아야 한다.
“야. 엄마, 아빠 마음에는 아직도 우리 딸(아들)이 유치원 다닐 때 달려 다니던 그 모습인데 오늘 보니까 생각이 많고 깊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네. 뿌듯하다. 네가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래 엄마랑 또 이야기 해 보자. 엄마는 네 생각을 들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 라고 끝맺음을 해야 함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