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은 긴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과 학식이 녹아 있기에 우리는 지금도 그 심오한 내용에서 새로움을 깨닫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중요한 고비에는 선조들의 경험을 참고하여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민본의 상징적 고전인『맹자』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이른바 정치에 대한 민생과 도덕심에 대한 내용이 잘 드러나 있는데, 무엇보다 백성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어야 그들의 마음을 바로잡는 도덕이 살아나게 되고 이렇게 백성의 민생을 챙기고 마음을 얻는 것이 진정한 정치라는 것이다.
맹자(孟子)가 고향 산동현에서 쓸쓸히 만년을 보낼 때, 고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등(騰)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었는데 이곳을 다스리던 등문공(騰文公)이라는 왕은 맹자를 국정의 고문으로 초청하여 치국(治國)의 방법을 물어보게 된다.
맹자의 답은 이러했다. 왕도정치의 첫걸음은 백성들의 의식주를 만족하게 해주는데 있으며, 아무리 인의(仁義)와 도덕을 강조한들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다면 의미가 없으니 민생안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이렇게 역설했다. “경제적으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아도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뜻있는 선비만 가능한 일입니다. 일반 백성에 이르러서는 경제적 안정이 없으면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습니다.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면 방탕하고 편벽되며 부정하고 허황되어 이미 어찌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들이 죄를 범한 후에 법으로 그들을 처벌한다는 것은 곧 백성을 그물질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하였다.
백성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예로 우리는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 왔으니, 얼마나 먹을 것이 없었으면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목숨을 부지 했겠는가? 이는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먹었다는 말인데, 흉년으로 먹을 양식이 없어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은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먹고 기니를 해결했다하니, 나이가 든 어른들은 소나무 껍질을 질겅질겅 씹다가 삼켜도 억지로 소화를 시켰다지만, 어린 아이들은 억센 나무껍질을 잘 씹지 못하고 삼켜서 결국에는 항문에 걸려서 변이 나오지를 않아 똥구멍이 찢어져 피를 흘려야 했다는 것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이 내용은 동화「고구마 꽃」에서 잘 설명하는데 적어도 곡물의 대량생산이 이루어진 것은 70년대였으니 그전까지는 하늘만을 쳐다보며 농사를 짓던 시절의 백성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단편적으로 말해 주는 이야기다.
이렇게 백성들을 먹고살게 하는 일이야말로 정치의 시작이며 민본정치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며, 윤리와 도덕도 사람들이 가져야 할 중요한 조건이지만 민생의 안정 없이는 아무리 도덕과 윤리를 강조한다해도 백성들은 쉽게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교훈이다.
이는 우리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 깊은 산골마을에 별안간 찾아든 이방인이 평화롭고 행복한 마을의 분위기를 이상하게보고 촌장에게 물어보는 장면에서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을 불평 없이 잘이끌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그 노인은 “잘 먹이면 되지”라는 천연덕스런 답변을 하는데, 이 한 마디의 대사에는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해야 비로소 윤리와 도덕이 생긴다는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심각한 소득불균형으로 인한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처참하게 벌어지고 있고 사회구성원의 급격한 노령화와 유래가 없는 엄청난 가계부채가 언제 터질지도 모르게 뇌관을 자극하고 있으며, 비정규직의 양산과 자영업자의 몰락 등으로 이른바 소외층들은 갈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점점 심화되어 급기야는 가족이 동반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늘어나고 있으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사회를 주도하는 리더들이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려들지 않는데 있으며 불황의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자신의 안위와 임기응변으로 소외층을 외면하려는 모습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 특히 정치인들은 지금 우리사회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올바로 인식해서 맹자가 깨우쳐준 민생이 먼저라는 교훈을 가슴에 새겨서 더 이상 서민을 벌판으로 내모는 일이 없도록 특단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쥐도 고양이를 물어뜯을 수 있으며, 그것은 선거에서 한 표로 행사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희 용 / 문화평론가, 대진대학교 박사과정 원우회장, 한국스카우트 경기북부연맹 이사, 전 경기도 예총 부회장, 포천신문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