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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의 세상보기] ‘빅토르 안’을 보는 안타까움


김성열 기자 / kims@daejin.ac.kr입력 : 2014년 02월 17일
↑↑ 김성렬 대진대 문창과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의 삼관왕이던 안현수가 러시아 선수가 되어 금메달을 획득하자 나라가 시끄럽다. 계파·파벌 때문에 탁월한 선수를 조국에서 쫓아냈다는 비난 여론이 팽배하다. 빙상연맹의 홈피는 비난이 폭주해 다운되어버렸다 한다. 불합리한 처사로 한국의 메달 순위를 처지게 한 협회에 대한 분노와 함께 아마도 왕따 당한 안현수에게 자신의 처지를 겹쳐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현수는 부상 때문에 한동안 대표 선발에서 뒤로 밀리기도 했지만 그의 부친의 폭로로 한체대와 비한체대 파벌 사이의 갈등 때문에 손해를 봤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한때 이 코치 아래에서는 훈련을 받을 수 없다고 선수들이 입촌 거부를 해 화제를 일으켰던 일도 새삼 떠오른다.

문제는 이런 파벌 싸움이 한국사회에서는 스포츠계에만 한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번 일로 분노하는 여론이 비등한 것은 정계, 재계, 문화계, 학계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파벌이나 계파의 폐해를 경험한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줄 잘 서기’는 어느 나라 어느 사회를 가더라도 없을까마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폐단이 심하다. 학연, 지연, 인맥 등 자기 계파가 아니면 승진이나 발탁에서 제외되기 일쑤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빙상계의 고질적 파벌 싸움을 지적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이런 지적을 했다 하여 이런 문제가 해결될 지는 의문이다. 왜냐 하니 박대통령도 집권 이전에는 탕평인사를 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그 이후의 인사는 그와는 동떨어져서 비판을 자초한 바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임용한 것, 공화당원인 척 헤이글과 제임스 코미를 각각 국방장관과 FBI 국장이라는 요직에 기용한 사례같은 것을 보기 힘들까?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의 기적을 이룬 것은 히딩크라는 파란 눈의 지도자 덕분이란 것도 우리는 잘 안다. 그가 없었으면 박지성, 김남일 등은 없었다. 이런 맥락에서 백남준과 같은 뛰어난 예술인들이 우리나라를 벗어났을 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은 경우 또한 우리는 잘 안다.

생각해 보면 우리 한국인들만큼 개성적이고 조직에 매이기 싫어하는 사람도 없다. 최근의 한류는 그런 한국적 개성이 용출한 덕분이다. 우리들의 패션은 얼마나 화려하고 개성적인가? 요즘 뷰티산업의 메카로 한국이 뜨고 있을 정도이다. 식당엘 가도 같은 메뉴를 시키는 법이 잘 없을 정도로 각각의 식성에 따른 선택을 한다. 그런데도 파벌이나 계파에는 그렇게 목을 매서 탁월한 인재를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니 이는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이다.

이런 아이러니는 한국인들이 조직이나 위계적 억압을 싫어하면서도 남보다 ‘튀어나 보이는’ 사람을 잘 참지 못하는 참게 근성 때문인 것 같다. 한국인들은 참게 근성을 갖고 있다는 지적을 한 언론인이 있는데 참게라는 놈은 독에 파묻어 놓으면 독 바깥으로 나가려는 놈의 다리를 아랫놈이 물어서 다 같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탓에 한 놈도 독 바깥으로 탈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이 한국은 시기(猜忌)사회라는 유사한 지적을 한 바도 있지만 ‘사촌이 밭 사면 배아픈’ 한국인들의 유별난 평등의식이 계파와 파벌에 더 집착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연출한다. 다른 분야의 스타는 용인하지만 자기 분야의 스타는 용인치 못하는 것이다.

계파를 따지는 또 하나의 이유로는 유교적 혈연주의를 들 수 있다. 전에 대우 그룹이 잘 나갈 때 ‘대우가족’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거니와 우리는 가족이 되면 모든 것이 통한다. 합리 적 계약과 계량 대신에 연장/연하를 가리고 누가 나에게 더 지근한 혈친인가를 가리는 전근대적 가족주의가 모든 관계에 우선한다. 열정이나 창의적 재능보다는 누가 나에게 더 가까운가, 누가 더 가족적 충성도를 바치는가, 누가 상급자의 말을 토 달지 않고 잘 수행하는가가 보상과 발탁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안현수가 조국의 이런 불합리한 관행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빅토르 안을 선택했을 때의 심정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우리는 이제 글로벌 시대를 맞아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 재빨리 따라 가는 사람)가 아니라 퍼스트무버(First mover : 앞장서 조류를 이끄는 사람)가 되자고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었다. 그러나 창조와 혁신이 제대로 꽃피기 위해서는 차제에 우리의 이런 문제를 제대로 성찰하고 수정하는 각고의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목표도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높음을 유의해야 한다.

김성렬 대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김성열 기자 / kims@daejin.ac.kr입력 : 2014년 0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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