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권한과 예산을 지방에 넘겨 지방 균형 발전을 이루려고 하는데 목적을 두고 추진되어왔다. 하지만 현재 기초단체의 대표나 의원들이 정당에 지나치게 예속되어 있어 줄서기나 공천헌금으로 인한 부작용 등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폐지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지방선거는 인물의 자질, 도덕성, 능력이나 전문성보다는 지역의 행사장이나 결혼식과 장례식에 찾아가 얼굴을 알리거나, 정당에 줄을 잘 서고 공천헌금을 충분하게 내놓은 사람들이 공천을 받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기초의원이나 단체장에 출마하려면 자연스럽게 정당에 종속되어, 그 활동의 범주가 주민을 위한 일보다는 소속정당을 위한 적극 협조자로 변질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우리지역의 경우는 유력한 정당에 가번을 공천 받으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으로 인식되어, 능력과 소신 또는 전문지식을 갖춘 인물보다는 학력이나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정당에 협조를 잘하는 후보가 공천을 받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초의원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유력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중앙당에 힘 있는 인사들에게 줄을 대려하고, 이 과정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확대되어 광역 및 기초의회가 정당에 종속되고 예산 및 인사권마저 관여받기도 한다.
이렇게 당선된 사람들은 주민의 민원보다는 정당의 당론이 우선이 되어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 선출 과정에서도, 소속정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양상으로 변질되어 애초에 균형발전을 이루려는 취지의 지방선거가 총선이나 대선을 준비하는 모양새로 바뀌어 공천제 폐지가 선거 때마다 뜨거운 감자로 부상되어 왔다.
실제로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공천제가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지만 특히 지난 1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발표한 자료를 보더라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에 대한 정당 공천 폐지여부에 대해,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9%였고, 공천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고작 25%로 나타나, 공천제폐지 의견이 두 배나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실 지방자치의 취지를 올바로 실행하려면 기초의원이 정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고 건강하게 집행부를 감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당론에 의해 고유의 업무마저 지장을 받는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올 것이니, 외압에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불과 4개월 남짓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도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한 어떤 내용도 결정되지 않아,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군이나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어, 이른바 정치제도의 개혁을 특별히 논의하겠다는 위원회에서 조차도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으니, 약속을 지키는 것보다 당리당략만을 계산하며 상대방을 공격하며 네 탓으로 일관하는 작금의 현실을 지켜보는 민초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초단체 공천과정에서 늘 있어온 공천헌금을 비롯한 선거후유증으로 인해 주민의 화합보다는 가깝던 이웃이 등을 돌리는 모습을 뼈저리게 체험했으며, 시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들이 집행부를 올바로 감시하여 건전한 재정과 살림을 운영하라는 유권자의 요구에는 부응하지 않고, 권력에 머리를 조아려야만 다시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퇴행적인 모습을 숱하게 경험해왔다.
어떤 이유에서든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데에는 그에 상응하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며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여의도의 모습은 여론의 흐름과는 상충하고 있으며, 마치 교통신호를 잘 지켜야한다는 사회적 약속을 위반하며 난폭운전으로 고속도로 역주행을 해서, 선량하게 법규를 지키는 불특정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비쳐진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은 구성원의 대다수가 합의한 사회적 약속이기에 지키지 않으면 강제로 처벌을 받는데, 모범을 보여야할 입법자나 집행자가 먼저 제시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은 치명적 결과로 다가올 수 있으니, 권한 있는 사람들은 여론의 풍향계를 잘 살펴서, 눈앞에 이익만을 추구하다 스스로 역풍을 맞아 침몰하는 일이 없도록 정치개혁을 특별히 모색하는 위원회에 성숙한 결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