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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유 기 고]궁예 부흥의 비원이 서린 조종산 (上)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02월 24일


운악산(雲岳山·935.5m)은 양주의 감악산, 가평의 화악산, 개성의 송악산, 과천의 관악산과 함께 경기도의 5대 명산으로 꼽히던 경기오악(京畿五岳)이다. 그리고 풍우(風雨)의 조화가 구름 속에서 일어난다고 해서 산이름에 운(雲)자가 붙었으니, 그 뜻은 천문의 기운이 응결된 땅이란 의미일 것이다. ‘악(岳)’은 산 높고 험준하다는 뜻이니 결국 운악(雲岳)은 ‘천문의 상서로운 기운이 응결된 높고 준험한 산’이란 뜻이 된다.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아름다운 계곡, 그리고 울창한 단풍나무 수림과 수백 척 벼랑에서 물보라를 쏟는 무지치폭포가 절경을 이루는 운악산은 예로부터 영험있는 산으로 소문이 나면서 기도꾼들이 끊이지 않고 출입하는 명소가 되기도 했다. 또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여지지> <포천군읍지>와 <산도후기(山圖後記)>에는 “한양 동쪽의 모든 산은 현등산으로 중조(中祖)를 삼으니 운악산은 뭇산의 조종(祖宗)이 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운악산은 한북정맥에서 갈라져나온 거의 모든 산들의 모태가 되는 산뿌리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글이 <포천군읍지> <견성지> <산경표>에도 전해지고 있다. <산경표>에는 “포천에서 동쪽으로 30리, 가평 경계에서 서쪽으로 60리에 운악산이 있는데, 일명 현등산으로 불린다. 이 산에서 산줄기가 넷으로 나뉘어진다(雲岳山一名懸燈 抱川東三十里加平西界六十里分四岐)”고 기록하고 있다.

운악산 이름은 <동람도-경기첩>,〈청구도〉,〈세종실록지리지〉,〈해좌승람〉,〈대동여지도>, <경기 37관도>, <경기 38관도>, <대동지지-가평조>, <여지도-경기첩>, <동여도>, <대동여지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기록이 보인다. 또 <동국문헌비고>와 <해동도>에는 운악(雲岳)이라고 기록했으며, <해동여지도> <포천군읍고지도>에는 현등산 기록만이 보인다. <동여비고> <경기고지도첩> <여지도> <천하여지도책-경도도>에는 운악산과 현등산(懸燈山)을 병기했다.

그리고 광무년간(1899년)에 편찬된 <포천군읍지>에는 “운악산은 포천 고을로부터 동쪽으로 30리쯤에 있는데, 곧 현등산 동쪽에 있는 산이다”라고 기록했다. 이는 기록자가 매우 부정확하게 오기한 경우이다. 또 고산자 김정호는 운악산과 현등산을 <대동여지도>에 병기하면서 운악산의 동편에 현등산을 그렸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기록을 근거로 하여 똑같은 산을 가평 사람들은 예전부터 현등산이라고 불렀고, 포천 사람들은 운악산이라고 불렀던 것이라고들 말한다. 실제로 가평쪽(조종면 상판리)에 현등사라는 절이 있어서 이 주장은 더욱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 또한 이 지방사람들의 엉터리 믿음인 것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나 <광무읍지> <대동여지지> 산천조를 살펴보면 예부터 가평과 포천 고을에서 모두 이 산을 운악산으로 인식했던 사실을 기록으로 분명히 남겨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운악산의 대표적인 산이름은 운악산이 분명 옳다고 하겠다. 다만 현등사라는 큰 절이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예로부터 ‘현등사라는 절이 있는 산’이라고 인식하고는 현등산이라고도 향명으로 불렀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현등사사적기>에조차 보조국사 지눌이 망일사 원통암에 머물며 운악산을 바라보니 산 속에서 삼일동안이나 밝은 빛을 내뿜었다. 지눌이 기이하게 여겨서 그 곳을 찾아가니 과연 관음전이 우뚝 서있고 남쪽 바위 위에 옥등(玉燈)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래서 절을 중창하고는 ‘등불(燈)이 걸려있던(懸) 절(寺)’이라고 하여 현등사라 이름을 정하니 산이름도 현등산이 되었다고 기록했다. 따라서 본래 산이름은 운악산이었는데 현등의 신이한 행적 때문에 현등사가 세워지면서 또 다른 산이름으로 현등산이 되었다고 그 유래를 비교적 적확하게 밝히고 있다.

항일의병을 도모하다 은신자로 쫓겨서 조선 산천을 주유한 정갑성 처사는 “금강산을 떠난 후로는 조선팔도에서 다시는 절경을 볼 수 없었는데, 운악산에서 마침내 금강산의 진경을 보았다”고 극찬했으니 운악산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포천군읍지>와 <견성지>에서도 운악산의 절경을 금강산에 견주었으니 정갑성의 운악산찬송은 지나치게 과분한 대접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포천시 화현면쪽의 운악산 중턱엔 궁예가 한때 웅거했던 곳으로 알려진 석성(일명 花城)이 있는데, 험요한 지형을 잘 살려서 축성한 한국의 마추피추로 비유되며, 견훤성, 양평의 함왕성과 함께 신라 말 호족의 역사를 밝힐 수 있는 귀중한 모형이다. <다음호에 계속>



무지치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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