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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의 세상보기] 식예락가(食藝樂家)


김성열 기자 / kims@daejin.ac.kr입력 : 2013년 10월 30일
↑↑ 김성렬 대진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식도락(食道樂)이란 말이 있다. 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 보는 일을 즐거움이나 취미로 삼는 일이라 사전에 나와 있다. 이를 즐기는 사람이 식도락가이다. 반면에 미식가(美食家)는 맛있는 음식만 가려 먹는 취미를 가진 사람이다. 먹기를 즐기는 식도락가나 맛있는 음식을 특별히 찾는 미식가는 우리 주위에 항상 있어서 이 말들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런데 시대나 사회가 많이 변하고 있는 요즘이니만치 ‘식예락가(食藝樂家)’란 말을 권면하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본시 먹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눈으로만 보더라도 곳곳에 식당이 늘려있고, 30% 전후를 차지하는 자영업자 중 50% 가량이 요식업에 종사한다는 통계를 봐도 그렇다. 지금은 작고한 한국학자 김태길 교수 같은 분은 한국인의 특성으로 구강형 성격을 들기도 했다. 미각에 특히 민감하고 먹는 것에 유달리 집착하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먹고 마시고 노래하기를 좋아한다는 기록은 서기 200년대 쯤 중국 쪽의 기록인 ‘삼국지위지동이전’에도 나와 있으니 우리들이 먹는 것을 즐기는 민족임은 재삼 강조가 필요 없겠다.

그런데 이처럼 먹는 것을 도락으로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실상 음식문화의 수준을 곰곰 따져보면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우선 즐기는 음식의 종류가 그렇게 풍성하지 않다. 식당가를 둘러보든 교외로 나가든 접하는 음식 종류는 늘 그게 그거라는 생각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일상적 음식의 한계일 수 있지만 늘 먹는 찌개류나 몇가지 고기류, 생선류 음식들을 제하면 별 다른 선택지가 없다. 특히 모처럼 집밖으로 나가 뭔가 별미를 찾고자 해도 보이는 간판은 쇠고기 , 돼지, 오리 등을 주로 한 무슨무슨 가든, 농장 이런 음식점들 뿐이고 특별한 메뉴를 가지고 있는 업소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면 지방마다 그 지방 고유의 향토식이라 할 것이 많다고 들었다. 가령 어떤 지방을 가면 경단(우리가 어릴 적 기비당꼬라 부르던 그것), 또 다른 곳에는 생닭고기 요리, 심지어는 말고기 요리를 특식으로 내놓는 곳도 있다 한다. 일본인들의 음식에 대한 섬세한 관심은 그들이 내놓는 요리를 먹어본 사람은 누구나 다 경험했을 일이다. 보기부터가 각양각색이고 담는 그릇도 갖가지이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기념품가게와 식당을 겸한 어느 가게에서 점심을 먹는데 작은 축구공만한 구형 그릇을 내왔기에 이게 무언가 했더니 삼분의 일 크기로 단면을 각각 나눈 그 구형 용기를 열자 그곳에 밥, 반찬 등이 아기자기하게 담겨있어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번에 우리 김치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될 예정인 반면 일본은 와쇼쿠(和食)라는 요리 자체가 등록될 예정인 것이나 미슐랭가이드에 일본 음식점 몇 군데가 최고의 평점을 얻은 것 등이 그들의 음식, 요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의 도를 증명한다.

어쨌거나 필자의 경험 부족 탓인지는 몰라도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요리 종류가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 먹는 방식 자체도 그렇다. 대체로 우리들은 먹는 것이 빠르고 급하다. 음식 맛을 느긋하게 음미하고 여유있게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양 위주로 후다닥 먹어버리고 배부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삼차까지를 가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들의 음주문화가 그렇다. 양 위주이고 진탕 취하기 위주이다. 아마 이러한 식문화 습성은 근대화를 완성하기까지 먹는 것에 늘 쪼들렸던 우리들의 경제 사정과 관련이 깊은 듯하다. 춘궁기란 말이 우리에게서 완전히 멀어진 것이 1970년대 넘어서의 일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배 채우기에 급급한 시절은 이미 넘었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기성세대처럼 많이 먹지 않는다. 밥 먹는 자리에서도 소식이고, 술좌석에 앉아도 안주를 그리 탐하지 않는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만큼 식습관도 변한 현상의 단적인 사례이다. 이제 시대가 변한 만큼 우리 한국인들 모두가 이제는 음식을 먹을 때도 음식의 맛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 ‘식예락’을 즐길 때가 되었다는 판단이다.

식도락이 아니라 식예락이라 한 것은 음식 만들기나 그것을 먹는 행위에는 예술의 성격이 게재해 있다 보기 때문이다. 음식물을 먹는 것이나 만드는 행위는 미각, 시각, 후각, 촉각 등 섬세한 감각을 동원해야 하기에 그것은 예술의 성격을 띤다. 예술이란 것도 실상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여 창조하고 향수하는 것이란 점을 생각하면 요리가 예술의 영역에 근접한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우선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맛을 곰곰히 음미하면서 그 음식의 특징, 입안에 퍼지는 양념과 재료의 맛 등을 즐길 줄 아는 것이 식예락의 첫걸음이 아닌가 한다. 꼭 별식이나 미식이 아니어도 된다. 김치를 먹더라도 이 김치의 맛과 특징은 무엇인지를 시각으로 미각으로 향으로, 심지어 씹히는 소리까지도 음미할 수 있으면 그것이 식예락이 된다. 이처럼 오감을 동원하여 먹기를 즐기면 시골 할머니가 만든 부침개도 우리 고유의 요리로 격상된다.

먹는 일은 성(聖)과 속(俗)의 중간에 위치하는 일이라 했다. 문화 수준을 격상시킬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가 음식문화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먹거리를 만드는 일과 먹는 일을 예락으로 승격시키자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김성렬 / 대진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문화콘텐츠연구소장, 문학평론가,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김성열 기자 / kims@daejin.ac.kr입력 : 2013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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