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진의 연재 수필] 아빠 어렸을 적에(18)

손남기라는 군종 사병은 시골아이들의 선생님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그는 복음성가를 가르치며 시골 아이들과 진정으로 보살펴 주었습니다. 우리들은 그런 손남기 선생님을 진심으로 따랐습니다. 그가 군에서 전역하던 날은 많은 아이들이 울기도 하였으며 그가 전역해 간 이후로 교회에서 아이들은 급속도로 빠져나갔습니다.

“복남이네 어린아이 감기들렸네. 복남이네 어린아이 감기들렸네. 복남이네 어린아이 감기들렸네. 모두들 나와서 찜질하세!”

“숲 속 초가집 창가에 어린아이가 섰는데 토끼 한마리가 뛰어와 문 두드리며 하는 말. 날 좀 살려주세요, 날 좀 살려주세요. 사냥꾼이 날 빵 쏜대요.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우리들은 매일 학교에서 배우던 노래와 달리 율동이 있어 흥미를 느꼈습니다.

“자, 요절입니다. 이 요절을 다음에 올 때 외워 오시면 사탕을 한 개씩 주겠습니다.”

그는 등사기로 민 조그마한 요절을 나누어 주어 외어 오는 사람은 사탕을 주었고 벽에 포도송이를 붙여 놓고 스티커를 붙여 상을 주었습니다.

그런 군인 교회가 도서 벽지에 속하는 우리 동네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으로 한몫을 담당하였습니다.

사촌 누나는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심재 교회에서 군종 사병들이 가르치고 일동 중앙의원장이 이사장으로 설립한 심재 학원에서 중학교 과정을 이수하였습니다.

그러나 평소 유교와 불교를 섞어서 믿던 동네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큰엄마는 군종사병들이 선생이 되어 가르치는 심재 학원에 딸이 공부하러 다니는 것을 무척이나 못마땅하게 여기셨지요.

특히 농번기 바쁜 철에 교회를 다니며 집안일을 돕지 않는 것이 몹시 못마땅하신 모양입니다.

“품 얻어 모내는 날을 일요일이라고 네가 교회에 가야 되겠니?”

교회에 다니는 것은 먹고 살만한 집 자식이나 다니는 사치스런 행동이라는 것이 큰엄마의 생각이십니다.

그렇게도 반대가 심한 농촌에서 선교 활동으로 문을 연 심재학원은 2회 졸업생을 끝으로 문을 닫았지만 학원으로서는 취직 교육에 중점을 두어 검정고시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있었는가 하면 주산, 부기 자격증을 따 취직하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어떤 학생은 심재 학원을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준교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초등학교 교사가 된 사람도 있었지요. 사촌누나는 그 때 배움을 잊지 않고 성장하여 신학대학을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어른들이 교회를 그렇게 싫어하는 반면 교회는 우리들의 놀이터나 다름이 없습니다.

“야, 이 때다. 던져, 던지라구!”

크리스마스 예배를 보는 중에도 창문을 열고 포금탄을 터뜨려 어른들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교회는 금방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떤 녀석이야!”

교회에서 나온 군종 사병이 우리를 잡았지만 차마 아이들을 때릴 수는 없었나 봅니다.

“그러면 천당 못가요. 착한 어린이가 천당을 가는 거예요.”

“천당 싫어요. 여기가 훨씬 좋은데 왜 천당까지 가요. 까르르…”

김 순 진  시인, 소설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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