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녀에 대한 보도를 한 후 폭발적인 논란이 일어났던 사건이 일단락이 났다.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가 있자 끝까지 진실규명을 하겠다고 언명했던 채 총장이 사직서를 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5개월 검찰총장으로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검찰을 이끌어왔다”고 밝히면서 “모든 사건마다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혔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에 대한 사직종용에 대해 항의하였다. 그렇다면 그는 사직종용의 배경에 청와대의 입김이 강하다고 판단하고 ‘식물총장’이 되는 것이 검찰이나 국가를 위해서 득이 될 것이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무슨 이유로 조선일보와 법무부, 그리고 청와대까지 나서서 임기가 남아있는 검찰총장을 힘으로 내몰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의혹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특히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에 대해서 선거법 위반을 적용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정당성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준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의심한다. 검찰이 사회정의를 지키는 독립된 국가기관으로서 원 전 국정원장의 대선 댓글달기 지시를 바로잡는 행위는 국민들은 오랜만에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보수언론들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지시에 사표를 내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공격을 하고 나섰다. 채 총장이 조선일보가 분명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직하고 민간인이 되면 이 논란이 더 이상 동력을 잃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유전자 검사도 채 총장이 수용하더라도 논란의 여주인공이 반대하면 불가능하며, 혼외자녀도 현재 외국에 체류하고 있어 많은 시간이 걸려야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채 총장과의 논란이 된 여인이 쓴 편지에는 “채동욱씨를 부산에서 주점(酒店)을 할 때 손님으로 알게 되었으며 단지 사장과 손님의 관계일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의 혼외자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떤 분의 아이를 낳게 되었고, 이 아이가 커서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을 때 아버지를 채동욱씨로 한 것뿐”이라고 해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렇게 미검증된 자료를 마치 사실인양 확대보도하였으며, 사회정의의 상징인 검찰총장을 사직하게 만들었다.
국민들은 보수정권의 절대적인 옹호자인 조선일보가 현 정권의 결정적인 흠결이 될 수 있고 국민들의 분노의 표적이 되고 있는 국정원 선거개입을 선거법 위반이라는 불리한 잣대를 채 총장이 꺼내든 것을 심각하게 문제시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사태에는 채 총장을 낙마시켜서 점점 크게 발화되고 있는 국민들의 촛불을 끄려는 그들의 정치적 목적이 숨어있다고 본다. 게다가 소위 혼외자녀 5년 전의 학적부에 어떻게 조선일보 기자가 접근하여 자료를 획득했는지에 대한 의혹도 풀리지 않고 있다. 그것은 채동욱 총장을 자리에서 끌어내기 위해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지 않고서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야권은 검찰의 독립성을 상당히 해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채동욱 총장의 사의 표명은 전례가 없는 법무부의 감찰 발표에 이어 나온 것으로 검찰총장이 더 이상 적절한 업무수행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분석하며 “채동욱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검찰이 다시 과거로 회귀, 정치검찰로 회귀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였다. 검찰총장이 정권의 보위를 위해서만 일하던 정치검찰의 시절이 아닌 이 시점에서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는 총장을 사적인 생활을 추적하여 흠을 잡아내 낙마시키려는 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닌 것이다.
지금은 국정원 개혁을 부르짖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 뒤가 구린 국정원을 깨끗하게 정화해서 본연의 업무에 전념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언론의 직무가 아니겠는가. 국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했던 정권의 비참한 결과를 한국의 현대사가 명백하게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바란다.
채 총장이 사직하면서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고언을 조선일보는 되씹어 보아야할 것이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jkpark@hanmail.net
회원가입
기사쓰기
입력 : 2013년 09월 14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스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