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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수의 힐링 이야기=5]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자유


공명수 기자 / mskong@daejin.ac.kr입력 : 2013년 08월 29일
↑↑ 공명수 대진대 영문학과 교수, 교육대학원장, 포천신문 칼럼위원
ⓒ (주)포천신문사
요즘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을 걷기 위해 유럽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 길은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의 경계지점에 위치해 있는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해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의 구간에 걸쳐 있다.

산티아고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어지는 길이다. 9세기 예수의 제자였던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된 후 이 ‘산티아고 가는 길’은 예루살렘과 로마와 함께 유럽의 3대 성지가 되었다. 이 길은 종교적인 이유에서 시작됐지만 천 년 남짓한 세월이 흐른 지금 전 세계인들의 인생길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향한 성스러운 순례자의 발걸음이 시작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900년 전이다. 12~13세기에는 가톨릭을 국교로 삼는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로부터 한해에 50만 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이 길을 걸어서 산티아고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교황청은 가톨릭의 성스러운 해에 이 순례 길을 걸어 산티아고에 도착한 순례자들에게 평생 지은 죄를 면죄해주고, 다른 해에 도착한 순례자들에게도 이들이 지은 죄의 1/3을 감면해 주기도 하였다고 한다.

죄수들 중 일부는 이 길을 걸음으로써 투옥의 형벌을 대신하여 받기도 하였다고 전해진다. 당시에는 이 길을 신앙과 정신적인 수양을 목적으로 걷는 사람도 있었고, 순례자들을 상대로 장사와 사업을 위해 걷는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 정치적 목적으로 걷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산티아고 가는 길’은 16세기에 마틴 루터와 존 캘빈을 중심으로 하여 부패하고 타락한 로마 카톨릭의 개혁운동이 시작되면서부터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 점차 잊혀갔다. 그런데 1982년에 로마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산타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방문하면서 다시 많은 사람들이 이 순례 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가 이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순례자』가 발표되자 전 세계적으로 진정한 자신을 찾아 자신의 삶을 변화 시키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티아고 길’을 찾으면서 이제 이 길은 세계적인 인생 순례 길로 자리 잡고 있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는 역사의 향기가 깊이 배어 있다. 기원전 2세기부터 5세기 서로마제국, 서고트 왕국, 8세기 이슬람 우마이야 왕조의 이베리아 반도 점령 때부터 1492년 이슬람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이슬람 문명 등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산티아고 가는 길’을 따라서 생겨난 마을과 도시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축물이 현재 18,000개 이상 남아있다. 특히 이 순례 길과 연계된 주요 도시로는 팜플로나, 부르고스, 레온, 그리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등을 들 수 있다.

팜플로나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지역으로 들어가면 처음으로 만나는 인구 20만의 중소도시다. 이곳은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장군 폼페이우스가 건설한 도시로 유명하다. 인구 18만의 부르고스는 11세기에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였던 아름다운 고도이다. 이곳에는 스페인 최초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부르고스 대성당, 산타마리아 성벽과 문, 우엘가스 왕립 수도원, 산 에스테반 성당 등 중요한 종교유적이 많다.

레온 도시에는 201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딕양식의 레온 대성당, 바실리카, 산마르코 수도원 등의 종교 건축물과 관광 명소가 많이 자리 잡고 있고, 특히 1892년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보티네스 저택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사도 성 야고보의 유골이 안치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는 12세기에 지어진 아름다운 대성당을 중심으로 로마네스크, 고딕, 그리고 바로크 양식으로 지은 건물들이 많이 모여 있다. 이 도시는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이 품은 풍경 또한 매우 수려하고 아름답다. 여행자들은 저마다 스페인 내륙의 작은 도시와 마을 구석구석 숨어 있는 호젓한 교회와 수도원을 살펴보며 천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간직된 스페인의 속살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을 걸어가면서 전설만큼이나 오래된 교회와 십자군 전쟁의 흔적, 성기사단의 비밀과 마녀로 몰린 여자들의 화형대, 그 길 끝자락에 지평선을 이루며 일렁이는 황금빛 밀밭과 푸른 포도밭, 로마시대의 돌길이 깔린 옛 마을, 양떼와 함께 걸어가는 푸른 초지와 구릉, 그리고 북유럽 사람들이 그토록 질투하는 스페인의 강렬한 태양 등을 여행자들은 유럽의 참다운 문화와 역사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종교, 계급, 인종, 성별을 뛰어넘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개껍데기를 매달고 지팡이를 짚으며 시간이 멎은 이 ‘산티아고 가는 길’ 위에서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길을 걸으면서 자신만의 인생길을 찾아왔다. 지난 천년 동안 ‘산티아고 가는 길’은 어떤 사람에게는 초월적 존재를 만나고 직접 경험하는 기쁨의 길이기도 하였고,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 속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을 정리하고 온전한 자신으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의 길이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이 길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자신만의 시간을 찾아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유를 만나는 길’인지도 모른다.

공명수 / 대진대 영문학과 교수, 교육대학원장, 포천신문 칼럼위원
공명수 기자 / mskong@daejin.ac.kr입력 : 2013년 0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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