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의 극우적 성향은 마음에 안 드는 정도를 넘어 불안하다. 저러다 아무래도 우리나 중국과 뭔가 한판 벌이지 않을까 싶게 자기중심적이고 도발적이다. 집단자위권 도입을 위해 헌법을 수정해야겠다 하고 위안부 모집 같은 것은 기록에 없으니 자기들이 저지른 짓이 아니라 하고 주변국에 자기들의 잘못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고노 담화 같은 것도 고치겠다 한다.
신사 참배도 할 듯 말 듯 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심사를 잔뜩 뒤틀어 놓는다. 각료들도 돌아가면서 망언을 늘어놓는다. 여기에 하시모토 도루 일본 유신회 대표란 이도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라는 둥 기름 끼얹는 역할을 착실히 잘 하고 있는 게 요즘 일본 우파들의 현주소이다.
일본 우파의 극우적 돌출과 관련하여서는 이차대전의 패배 이후 억눌려온 일본인 자존심의 폭발, 20년 가까운 경제 불황의 역작용, 종전 이후 신세대의 등장 등 여러 분석이 많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자기성찰력이 떨어지는 일본인의 성향이 제대로 드러난 경우가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해 역지사지하는 심성이 부족한 일본인들이 우파의 입을 빌어 속내 ―그들 말로 하면 혼네(本音)―를 털어 보이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원래 우파는 보수적인 것이 그 특질인 만큼 전통을 중시하고 감성적 자기주장이 강해서 국가주의와 쉽게 통한다. 그에 비해 비해 좌파는 사리분변에 능한 만큼 생각이 앞서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국가주의적 동원을 싫어한다. 요즘 일본은 자신들의 국가적 위상을 재정립해야겠다는 우파들의 의욕이 넘쳐 내 갈 길 내가 가는데 너희들이 왜? 라는 식으로 인근국들의 반발쯤이야 무시하겠다는 태도조차 드러낸다.
전범국들의 태도로 흔히 독일과 일본을 잘 비교하지만 최근 일본 우파들의 망발은 일본인들의 무의식 속에 숨은 공격성, 자기중심성, 무반성성 등을 보는 듯하여 참으로 언짢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일본인들도 많은 듯하여 그들에게 기대를 걸기는 하지만 아베 정권이 경제 회생에 성공하면 이들의 기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듯하여 걱정이다.
그런데 일본 우파도 우파이지만 눈을 돌이켜 우리들의 사정을 보면 어떨까? 일본만 비난하고 있어도 괜찮은 일일까? 우리도 보수, 진보로 나뉘어 국내의 여러 정치적 사안에서 일일이 충돌하고 있는 어제 오늘이다. 특히 요즘은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비롯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에 이르기까지 여/야의 대립이 첨예하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국정조사까지 하고 있지만 그제 있었던 국정조사는 허무 개그에 가까운 결말로 끝나고 말았다.
원세훈, 김용판 두 증인이 증인선서를 거부한 데서부터 시작하여 야당이 추궁하면 여당은 면죄부를 식으로 어긋장을 놓으니 국회의 국정조사라는 것이 진실을 밝혀내는 데는 원초적으로 어려운 구조라는 것만을 입증해 준 판이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도 그렇지만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수사개입은 검찰의 기소에 따르면 상당한 개연성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인데 그들의 일관된 부인을 국정조사는 돌파하지 못한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진실은 분명 한 가지이다. 노골성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들이 선거에 개입했느냐, 아니냐이다. 그런데 이러한 진실도 정치적 환경과 맞물리면,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보수/진보 프레임이라는 장애물에 걸려 버리면 진실 규명은 지체되고 심지어 왜곡된다. 이러한 지체와 왜곡에 기여하는 것은 여야 대결도 대결이지만 우리 언론의 아전인수식 균형감각의 결여에 더 큰 유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예컨대 조중동 등의 메이저 언론들은 국정원 댓글 사건에 애초부터 부정적인 시선의 기사와 칼럼을 실었고 지금은 이 사안에 대해 거의 무시하는 듯한 보도 태도를 보인다. 그야말로 국기문란 사안이라 할 만한 일이고 진실이 궁금해서라도 심층 보도가 필요한 일인데 사안의 심대함에 비해 보도의 비중은 거의 무시라 할 정도에 머물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언론의 보도 여부는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여론 환기 행위가 된다. 꼭 사설로, 칼럼으로 짚어야 언론의 판단 행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님은 삼척동자라도 다 안다.
그럼에도 우리의 주류 언론들이 이런 태도를 일삼는 것은 보수냐 진보냐라는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기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신문과 종편을 통해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애초부터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치부한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조중동이 보수 언론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가 앞선 어느 글에서 밝혔듯이 보수냐 진보냐 하는 것은 칼로 무를 자르는 것처럼 그렇게 일도양단 될 수 없는 것이다. 교육에서는 보수적이면서 정치에서는 진보적일 수 있고 정치에서 진보적이지만 경제면에서는 보수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듯 다면적인 보수/진보의 프리즘을 왜 우리 주류 언론들은 정치 측면에서는 그리 완강히 지키려 하는가? 여러 가지 곡절을 여기서 일일이 다 밝히기에는 지면이 허용치 않는다.
그러나 필자가 꼭 지적하고픈 것은 우리 주류언론들이 보도와 비판의 공정성, 균형감각을 회복하지 못한 채 편파보도를 일삼는다면 우리가 일본을 비난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조중동은 종편 채널까지 확보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은 어느 사회 어느 집단이나 결국 병통을 스스로 부르는 일임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