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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수의 힐링 이야기=3] ‘느림’의 철학에서 얻는 교훈

- 일상 속 영혼이 풍요로운 행복한 삶이 힐링이 아닐까!
공명수 기자 / mskong@daejin.ac.kr입력 : 2013년 08월 08일
↑↑ 공명수 대진대 영문학과 교수, 교육대학원장, 포천신문 칼럼위원
ⓒ (주)포천신문사
지금 우리는 빠른 것을 위한 무한경쟁 중에 있다. 우리 모두 무서울 정도로 ‘속도 중독증’에 빠져 있다. 여기저기서 ‘빨리,’ ‘빨리’를 외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일할 때도 ‘빨리,’ 심지어 놀 때나 먹을 때도 ‘빨리’를 외치고 있다. 일을 발 빠르게 처리하는 사람이 좋은 대우를 받는 세상이다.

물론 정보의 빠른 속도와 경제의 빠른 성장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요소들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빠름의 장점을 일부러 외면해야 할 정도로 지금 우리사회가 너무 급히 돌아가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우리가 '빨리,' ‘빨리’를 외치는 사이 속도와 성장의 미덕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작용을 초래하여 초고속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이 상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사회가 더 '빨리' 보고, 더 '빨리' 배우고, 더 '빨리' 행동에 옮겨, 더 '빨리' 목표를 쟁취하라고 가르치고 있는데, 이렇게 '빨리' 달려가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되겠는가! 여유로워지기는커녕 더 빨리 달리라고 채찍질 당하지 않겠는가! 지금 우리의 삶이 빠름의 악순환에 허우적거리며 극도로 각박해지고 피폐해 지고 있는데 그 다음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겠는가! 상상하기조차 싫어진다.

그래서 이제 우리에겐 ‘느림’의 철학이 필요하다.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쌍소는 “물질과 효율, 경쟁과 속도”로 규정되는 현대사회에 매몰되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잃고 있는 이 땅의 피곤한 영혼들에게 ‘느림의 철학’을 권하고 있다. 이 사회학자는 우리에게 “강렬한 목표의식”을 버리고, “뛰는 대신 걸어가라”고 타이르고, “카페인이 든 커피를 마시고 깨어 있기보다는 알코올이 든 포도주를 마시고 긴장을 풀라”고 말하고 있다. 이 프랑스 노학자는 “자신이 어딘가 목적지로 가는 길 위에 있다는 생각에서 해방되어 지금을 즐기며 노는 자유, 그저 거기에 존재함으로써 얻는 기쁨을 누리자”고 말한다.

1998년에 세상에 내놓은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쌍소는 ‘느림’이란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는 ‘느림’이란 “민첩하지 않고, 시간을 급하게 다루지 않고, 시간에 떠밀리지 않으며,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고 세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고 말한다.

출간과 동시에 프랑스 논픽션 1위에 오른 이 책은 쉬지 않고 자신을 채찍질하다 정작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복'을 놓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영혼과 호흡하며 순간을 즐기는 삶의 여유를 가지라고 강조한다.

어쩌면 우리는 쌍소가 말하는 ‘느림’의 철학을 받아들을 경우 똑같은 환경과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값진 인생을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쌍소는 ‘느림’을 ‘나태’와 ‘게으름’과 구분하면서 “나태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게으른 상태인 반면, 느림은 삶의 매 순간을 구석구석 느끼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적극적인 선택’이다. 그것은 자동차를 타고 달리다가 멋진 풍경을 발견하면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걷는 것, 또는 풍요롭게 살기 위해 서재에 들어가 책을 읽는 것과 같다”고 강조한다. 그는 “스키여행의 목적이 오직 스키만 타는 것이라면, 오가는 길이 막혔을 때 초조한 나머지 화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스키도 타고, 여행의 동반자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주변 경치도 둘러보는 여유를 가진다면 스키여행이 한층 더 행복하지 않을까!”라고 말하고 있다.

쌍소가 말하는 ‘느림’의 철학은 게으른 삶이 결코 아니다. ‘느림’은 세태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우선적이고 소중한 가치를 깨달으면서 살아가는 자유로운 삶이다. 또한 ‘느림’은 모든 일을 무조건 천천히 하라는 뜻이 아니라 바쁜 일상 속에 닥쳐오는 초조와 불안을 벗어 던지고 단순하고 여유 있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다시 말해 ‘느림’은 게으르지 않는 가운데 주변을 둘러보며 삶의 균형을 찾고 행복을 누리는 삶이다. 쌍소는 “단순한 삶에서 행복이 비롯된다”고 믿으면서 “인생이 행복하기 위해선 내면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쌍소는 ‘조급함’을 경계하며 ‘느림’의 실천 덕목으로 다음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첫째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빈둥거리는 삶을 살 것, 둘째 묵묵히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셋째 취미를 가지고 무의미할 때까지 반복되는 것을 받아들이며 삶의 권태를 체득화 할 것, 넷째 자기 안에 희미하게나마 꿈틀거리고 있는 예민한 하나의 의식을 잡고 꿈꾸는 삶을 살아갈 것, 다섯 째 넓고 큰 가능성을 열어 두며 기다릴 것, 여섯 째 존재의 퇴색한 부분을 공유할 마음의 고향을 간직할 것, 일곱 째 마음속의 진실을 토로하며 글을 쓰는 여유를 가질 것, 그리고 여덟째 절제보다는 절도 있는 삶을 살 것 등이다. 이러한 느린 삶의 방식은 모두 삶의 여유와 휴식과 함께 할 때 가능한 것이다.

특히 팡소는 이 책의 서두에 파스칼이 한 말,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휴식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데서 온다”를 인용하고 있다. 이는 느림을 힐링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가 급박한 속도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의 리듬을 따라 느림의 지혜를 묵묵히 실천 할 때 자신의 삶이 윤택해 질지 모른다. 우리가 시간에 쫓겨 자신의 삶의 방향을 잃지 않는 가운데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자신의 삶을 다시 성찰할 때 자신의 영혼이 자연스럽게 풍요로워 질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가치 있게 누릴 때 자신의 삶이 한층 더 행복해 질지 모른다.

이렇게 느린 일상생활 속에 찾아오는 영혼이 풍요로운 행복한 삶이 진정한 힐링이 아닐까!

공명수 / 대진대 영문학과 교수, 교육대학원장, 포천신문 칼럼위원
공명수 기자 / mskong@daejin.ac.kr입력 : 2013년 08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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