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정치권은 정쟁으로만 일관하면서 서로 상대편에게 현 난국의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역사를 조금이라도 고찰 해보면 역사는 언제나 집권자에게 더 가혹하게 책임을 물었음을 알 수 있다.
옛날 중국 춘추 전국시대 정(鄭)나라에 정령공이라는 임금이 있었다. 이 때 정나라에는 정승 공자귀생과 대부 공자송이 정권을 잡고 있었고 두 사람은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
어느 날 정령공은 한 백성이 잡아서 바친 큰 자라로 국을 끓여 모든 대신들과 함께 먹고 즐기려고 음식을 담당한 재부에게 명령했다. 그 날 공자귀생과 공자송은 임금께 문안을 드리려고 궁에 들어오는 도중에 공자송의 둘째 손가락 식지가 저절로 꺼떡꺼떡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를 본 공자송은 공자귀생에게 「이렇게 저절로 식지가 움직이는 날은 꼭 특별한 별미를 맛보게 되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틀린 일이 없었소.」하고 자기 손가락의 영험함을 자랑했다. 과연 궁에 들어와 보니 오늘 상감께서 자라국을 끓여 모든 대신들에게 나누신다는 분부가 있었다고 재부가 전했다.
이 소식에 공자귀생과 공자송은 정령공 앞에서도 기쁨을 참지 못하고 즐거워했고 이를 본 정령공은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공자귀생은 정령공에게 공자송의 식지 이야기를 했다.
정령공은 크게 웃으며 공자송에게 물었다. 「과인이 모든 신하들에게 자라국을 대접하려는데 한 그릇이 부족하여 공자송은 그 맛을 못보겠구나. 이러고야 경의 식지가 저절로 움직인들 무슨 영험함이 있나뇨」라고 조롱하며 공자송의 식지가 영험 없음을 대신들에게 보여주었다.
그 순간 공자송은 벌떡 일어나 급한 걸음으로 정령공 앞에 놓인 자라국에 손을 넣어 고기 한 점을 꺼내 씹으면서 「신은 이미 별미인 자라 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어째서 신의 신지가 영험하지 않단 말입니까?」하면서 밖으로 나가 버렸다. 정령공은 숫가락을 집어던지면서 「정나라에 저 놈의 목을 벨 칼이 없을까」하며 대로하였다. 이 일로 정령공과 공자송은 서로를 미워하게 되었다.
어느 날 공자송은 공자귀생을 자기 집 밀실로 불렀다. 「임금은 나를 몹시 미워하오. 아마 나를 꼭 죽일 거요. 죽음을 기다리느니 내가 먼저 임금을 죽여야겠소.」 공자귀생은 귀를 막으며 대답했다. 「아예 그런 소리 말게. 신하가 어찌 임금을 죽일 수 있겠소.」 그러자 공자송은 태연히 말했다.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은 농담이니 그대는 다른 사람에게 누설 마오.」 이튿날 공자송은 궁에 들어가 대신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자귀생이 역적 모의를 하는 것 같다며 조심하자고 외쳤다. 옆에서 이 말을 들은 공자귀생은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여 공자송을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가 「그대는 나와 무슨 원수가 졌다고 나를 모함하는가?」그러자 공자송은 태연히 위협했다. 「그대는 나에게 협력치 않을 사람이니 그대를 나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야 하겠소.」
원래 마음이 약한 공자귀생은 공자송의 공갈 협박에 어쩔 줄 모르고 두려워서 「그러면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하며 애걸했다. 그러자 공자송은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나를 도와 정령공을 죽이고 공자거질을 임금으로 추대해 진(晋)나라와 친선해서 우리 정나라를 안전하게 하겠소?」공자귀생이 말했다. 「난 만사를 그대에게 맡기네.」
이에 공자송은 자기 직속 장정들을 시켜 가을 제사를 지내려고 태묘에서 자고 있던 정령공을 무거운 흙가마니로 눌러서 죽이고는 필시 잡귀가 와 정령공의 목숨을 빼앗아 간 것이 틀림없다고 소문을 퍼트렸다. 공자귀생은 이것이 다 공자송의 소행이란 걸 알고 있었으나 말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자는 그의 저서 춘추에서 “가을 7월 을축날에 정나라 공자귀생이 그 임금 정령공을 죽였도다”라고 기록했다. 공자는 모든 책임을 당시 벼슬이 더 높았던 공자귀생에게 돌림으로서 집권자의 책임이 그만큼 무겁다는 것을 후세에 경계시킨 것이다.
공자님께서는 왜 이런 판단을 하셨을까? 그 이유는 제일 높은 벼슬에 있었던 정승이라는 자가 밑의 사람의 공갈에 겁이 나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는 이렇게 기록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국민들은 극심한 경기 침체로 모두들 고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이런 국민의 고통을 해결할 대책을 머리를 맞대고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여ㆍ야간의 기싸움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하지만 앞에서의 예와 같이 역사는 항상 그 시대의 집권자에게 가혹한 책임을 물리기 마련이다. 물론 정부 여당은 야당의 발목 잡기 때문에 민생 현안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는 그 당시의 집권자에게 언제나 인색한 것이다. 이것이 위정자들과 정치권이 역사를 두려워해야 할 이유인 것이다.
회원가입
기사쓰기
입력 : 2005년 01월 30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스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