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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출 에세이=64] 어떤 문학상에 대하여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3년 08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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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벅벅댄다. 수명이 언제 다할지 불안하다. 며칠 전 화면이 갑자기 까매지기도 했다. 아이코, 드디어 돈 들어갈 일만 생겼나보다 했다. 전원코드를 뺐다 꽂기를 반복하다 보니 컴퓨터가 기절했다 깨어난 사람처럼 작동된다. 파일 속의 문서 정리는 계속이다. 버릴 것은 버리고 보관할 것은 보관하고 분량이 꽤 된다.문학상 수상 소감이라 감회가 새롭다. 상금으로 몇 백만 원 받은 상이라 지난날을 추억한다.

토요일 사관학교 동기생 결혼식에 참석하여 술을 거나하게 마셨는지 좀 취했다. 결혼시키는 동기생이 부러워 아들 생각을 하면서 잠에 취해있었는데 아침 이른 시간에 전화가 왔다. 낯선 목소리였다. 일요일 아침인데 무슨 전화가? 제1회 석파문학상 당선소식이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당선이라니 기뻤다. 한편으로는 상 받을 만한 자격이 되는지 부끄러웠다.

나는 답답하고 고독할 때 시를 짓는다. 시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고 반성도 하고 성찰도 한다. 하지만 시를 왜 쓰느냐고 묻는다면 머뭇거리고 만다. 솔직히 아직 시 맛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시를 쓰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아 이제는 이것을 멈출 수도 버릴 수도 없다. 나의 설익은 시집 『달거리』를 선보인다는 설렘과 두려움에 긴장하면서 단 한 사람이라도 나의 시를 읽어준다면 나는 행복한 시인이 될 거라고 믿고 있다.나는 제1회 석파문학상 응모 작품집은 시집 『달거리』였다.

자문을 “시(詩)빚에 대한 항변”이라 썼다. 그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접시 안에 내가 있다. 시인이란 명패를 달고 세상에 나온 나는, 민망하다 못해 얄궂다. 시인의 명패 때문에 흉잡힐 때가 많은 나는 동네북이다.

시인의 영역은 생명을 초월한 자유라서 좋다. 또한, 우주처럼 광활하고 밴댕이 소갈머리처럼 옹졸해도 좋다. 또 흉잡힐 일을 저질렀으니 존경하는 독자 여러분께 용서를 구해야겠다. 용서해 주십시오. 내게 아들 하나 있는데 나와는 참 별난 인연이다. 아들이 병마로 힘들어할 때 아비는 아들을 위한답시고 시 한 수에 울고 웃었고 아들은 아비를 위해 모노드라마 ‘씨앗냄새’를 공연 했다. ‘씨앗냄새’는 아들과 아비의 인연이 담긴 소중한 생명이다. 거기에 ‘접시’가 놓여있었다. 본인의 제1시집 『비틀거리는 그림자』의 대표작이 ‘씨앗냄새’였다고 자문하지만,

제2시집 『달거리』의 대표작은 ‘달거리’이다. ‘씨앗냄새’와 ‘달거리’ 때문에 나는 독자에게 시(詩) 빚을 져 빚쟁이가 되었다. 먼 훗날 개나리 종소리 같은 아름다움으로 시 빚을 꼭 갚으리다. 생명이 방울방울 수유하지요. ‘수유하지요.’ 알고 보면 모든 것은 당신의 『달거리』에서 태동하였다. 우물에서 달그림자가 시리게 차오른다.

나는 시상식장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한국 문단에서 존경과 본보기가 되시는 석파 홍사옥 선생님의 귀한 뜻을 기리고자 제정한 큰상을 받게 되어 대단히 영광입니다. 훌륭한 응모 작품시집이 많음에도 설익은 나의 시집 『달거리』 가 선택받은 것에 대하여 솔직히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합니다. 훌륭한 상에 부족함이 없도록 열심히 정진하여 좋은 작품을 쓰겠습니다. 끝으로 석파문학상 운영위원회와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제1회에 받은 문학상인 만큼 나에게 귀한 추억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었다. 그런데 여러 문학상이 그러듯이 이 상도 1회를 마지막으로 소멸했다. 현존하는 인물에 대한 문학상이라 주목을 받았던 석파문학상이 한 번 치르고 중단되다니 정말 아쉽다.

문학상 행사에 드는 적지 않은 재정이 계속 문학상을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컸던 것 같다. 어느 시점에 다시 좋은 문학상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김형출 / 시인, 수필가, 포천신문 시민기자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3년 08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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