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공명수 대진대 영문학과 교수, 교육대학원장, 포천신문 칼럼위원 | | ⓒ (주)포천신문사 | 요즘 출판사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원인모를 스트레스와 상처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의 힐링과 관련된 책들을 앞 다투어 펴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까지 일반 독자들로부터 가장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 책을 몇 권 꼽으라 한다면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리고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생각 버리기 연습』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이들 중에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전자의 경우 청춘들이 험난한 세상 속에 맨몸으로 나와 겪는 불안하고 힘든 고충들을 저자가 겪은 지난날의 삶의 경험들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시대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좌절과 고뇌를 성장과 자기계발의 과정으로 위로하며 이들에게 정신적인 힘을 보태주고 있다. 후자의 경우 양극화 속에서 등록금 문제, 실업문제, 비정규직과 같은 고용불안으로 고통 받고 힘들어하는 청, 장년층이 처한 삶의 현실을 위로하고 그들의 고뇌를 공감하려 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시대의 현대인들이 저마다 세상 속에 홀로 서 있는 ‘외로운 나’가 아닌 서로 서로 연결되는 ‘사람들 속의 나’를 공유하게 한다.
그런데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살펴보면 우리는 힐링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을 서로 다르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이들은 현대인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구체화된 과정이나 사례보다는 위안과 교훈과 설득에 바탕을 둔 감성적 힐링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개개인이 처한 삶의 복잡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소통과 공감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지만 특수한 환경에 처한 개개인의 경험보다는 교육적 성장과 자기개발과 행복추구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에 구사되고 있는 핵심어들을 보면, 방황/풍요, 고통/성숙, 여가/발견, 여유/확장, 고독/성장, 단절/회복, 좌절/성공, 위기/반전, 포기/성취 등과 같은 상호 대립적인 이분법적 단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치유의 도식이 방황, 고통, 여가, 여유, 고독, 단절, 좌절, 위기, 포기 후에 풍요, 성숙, 발견, 확장, 성장, 회복, 성공, 반전, 성취와 함께 자기발견을 이루는 성장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여기서 취업난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청춘 남녀들이 좌절과 고뇌를 거친 후에 자기성장을 이루어 가는 모습이 힐링의 코드와 연결되고 있다.
하지만『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어들을 살펴보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의 핵심어들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서 저자는 휴식/행복, 감사/행복, 사랑/행복, 관계/행복, 소통/행복, 용서/행복, 포용/행복, 솔직/행복, 자아/행복, 경험/행복, 관심/행복, 배려/행복, 여유/행복, 포기/행복, 느림/행복, 본질/행복 등에서처럼 행복을 공통분모로 하여 다양한 공감의 어휘들을 사용하고 있다. 치유의 도식이 휴식, 사랑, 관계, 소통, 용서, 포용, 솔직, 자아, 경험, 관심, 배려, 여유, 포기, 느림, 본질 등의 단어와 결부되어 행복의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양극화 시대에 취업난과 고용불안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청, 장년층들의 삶이 행복 추구와 결부되는 힐링의 코드와 연결되고 있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의 경우 구성이 탄탄하고 압축되어 독자를 극도로 긴장시킨다. 독자들은 청춘의 열정에 뜨거운 불길을 당기면서 저자의 위로에 귀 기울이고 심리적 카타르스시를 느끼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이 책은 일상의 관계 회복의 구체회된 과정이 없이 치유와 관련된 자극적이고 수사학적인 구호만 난무한 채 추상적인 위로와 교훈에 그치고 있다. 자기성장이나 자기계발을 위한 삶은 경쟁의식과 불안과 초조감을 내포하고 있어 결코 힐링과 제휴할 수 없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경우 언어가 이분법적인 대립 항으로 구사되지 않아 독자들에게 느슨한 느낌을 주지만 비교적 편안하게 삶의 복잡한 관계들을 공감하게 한다. 일상에 너무 바빠 쫒기고,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아 힘들어 하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불안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저자가 주문하는 “잠시 멈추어요. 삶을 현재에 정지시켜 놓고 잠시 깊게 숨을 내쉬어요. 멈추면 내 주변이 또 비로소 보여요”의 말에는 초조와 불안과 경쟁의식이 없다. 여기에는 휴식, 감사, 사랑, 관계, 소통, 용서, 포용, 솔직, 자아, 경험, 관심, 배려, 여유, 포기, 느림, 본질 등의 어휘가 발산하는 풍요로운 행복한 삶이 내재하고 있다. 힐링은 무엇일까? 힐링은 급박한 환경 속에서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여유를 갖고 넉넉히 기다릴 때 찾아오는 마음의 안식 같은 것이 아닐까? 힐링은 마음속에 쌓여 있는 앙금을 토해내고 끝없이 자기 자신을 비우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마음의 평화 같은 것이 아닐까? 가까운 들판이나 산언저리에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를 보노라면 저만치 보이는 파란 하늘이 주는 싱그러움과 동심이 녹아드는 그런 마음의 여유가 아닐까? 어떻게 보면 일상의 초조와 불안을 극복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는 부단한 자기 자신의 성찰 속에 힐링이 있는지 모른다.
공명수 / 대진대 영문학과 교수, 교육대학원장, 포천신문 칼럼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