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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출 에세이=63] 마음의 그림자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3년 07월 05일
 
ⓒ (주)포천신문사 
네 안에 거대한 공포와 불안이 일어나 자신을 삼킬 지경이라면 아들아! 너 자신과 죽기 살기로 싸워라. 너 안에 해코지하는 것은 네가 아니라 나(self)이니라. 본래 마음이란 빛과 어둠을 오가는 그림자 같은 형체인지라 누구든지 마음의 생김새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마음의 움직임은 이야기할 수 있단다.

철학자나 심리학자에 의한 마음의 구조는 카메라 렌즈처럼 둥글고 사람의 눈처럼 투명하다는 것이다. 그 안에 보이는 의식세계와 보이지 않은 무의식세계가 공존하고 있는데 무의식세계에는 집단 무의식세계인 불안한 콤플렉스로 채워져 있다. 그 중 그림자는 무의식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밤이든 낮이든 빛이 있는 곳에 반드시 그림자가 있단다. 빛과 그림자는 상극 같지만 없어서는 안 될 우주의 엄연한 질서이다. 언젠가는 과학자나 심리학자, 철학자에 의해 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기계가 발명되기를 기원해보지만, 사람이 사는 세상은 늘 밝은 빛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그림자의 실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아들이 불안과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해왔다. 처음에는 아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헛것이 보이고 가위에 눌려 몸이 오싹해져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울먹였다. “젊은 놈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단단히 미쳤군!” 하면서 아들을 향해 오히려 꾸짖고 야단치면서 정신병자 취급을 하였다. 아들은 허물어지고 부서지는 자신을 구원을 요청하는 몸부림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런 현상들은 1차 항암치료를 받고부터 아들에게 있었던 거짓말 같은 사실이었다.

아들의 이야기는 밤만 되면 이러한 증상들이 더욱 심화됐다고 한다. 몸이 허약해지면 마음도 허약해져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려니 하고 아들 이야기를 등한시했던 것이었다. 아들은 삼 년 반전에 ‘호치킨림프종’으로 목 부위에 생긴 몽우리 제거수술을 하고 방사선치료를 받았었다. 그 후 복학하고 잘 생활해오다가 지난달 정기검사결과 사타구니부위에 작은 종양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충격이 너무나 컸다. 늘 자기 자신과 의사선생님 외, 어떤 말도 믿지 않겠다던 것과는 정 반대로 마음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아들 말인즉, 자신의 몸에 귀신이 우글우글 붙어 있다는 것이었다. “아들아! 귀신도 너의 마음이다.”라며 독한 마음을 주문했지만, 아들에게는 나의 말이 ‘소귀에 경 읽기’였다.

지금 당장 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교훈적인 말이나 용기를 주는 말이 아니라 마음을 치유하는 것밖에는 별도리가 없다. 아들의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아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아들은 평소에도 절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입대하여 군대생활 중에도 법당을 찾곤 하였고, 가끔 혼자서 절에 가기도 하였다. 아들은 구명시식(救命施食)이나 천도재(薦度齋)를 간절히 원했다. 자신의 입으로 직접 두 가지 의식을 말했던 것이다. 이 둘 다 불교의 성스러운 의식이다. 세상에는 의술이나 의학으로 치유할 수 없는 또 다른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 들어는 봤다. 어떤 종교도 생명을 중요시하지 않는 종교는 없다. 육신은 언젠가는 연기처럼 사라지지만, 영혼 그 자체는 영원하다. 이것이 종교의 공통적인 존재가치인 것이라 생각한다.

마음 닿은 곳에 반드시 인연은 있게 마련이다. 인연이란 말만 떠올리면 괜스레 가슴이 벅차 온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세상은 인연으로 맺어 있지 아니한 것이 하나도 없다. 인연은 뜻하지 않게 우리 곁에 왔다가 소리 없이 스쳐 가는 세월인 양 결국, 인간을 부여잡고 물레방아가 되고 마는 것이다. 아들을 염려해주는 주변의 고마운 분들에게 항상 감사를 드린다. 불심이 깊으신 장모님과 장모님 친구 몇 분을 모시고 아들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강원도에 있는 사찰을 찾았다. 사찰에 당도한 순간 나의 발걸음은 가볍지만은 않다. 나는 가시방석 같은 생각의 그림자에 기대어 앉아 나 자신이 지은 죗값을 찾지 못하고 허둥댔기 때문이다. 쭈뼛쭈뼛 얼꼴에 헛것(假相)은 종일 미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생각의 그림자를 보았던 것이다.

쭈뼛쭈뼛 얼꼴*에 헛것(假相)은 종일 미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생각의 그림자 손에 쥐면 찰나, 펴놓으면 실상
두루두루 모였네!
베토벤의 천안 천리는 시체가 아닌 듯 우주의 무궁한 원소

물질은 마음의 그림자

그림자는 주마등에 달리는 말[馬]의 유체, 영체를 닮았다
미(迷)한 생각에 그려진 마음의 그림자
상념의 그림자, 신념의 그림자

한바탕, 너와 나를 쫓아 여기까지 왔네
그림자를 좋아하는 것은 그림자의 형상처럼 자유로워 보일 뿐,
물질은 다만 생각의 그림자 그림자는 미망(迷妄)의 일렁임
영가들의 페르소나의 노래였다

심원사 대웅전에 마음의 그림자가 웅크리고 앉아있다
나는 내 그림자의 얼꼴을 잃어버린 적도 많았지만 오늘따라
지장보살의 그림자 안에 나의 미한 생각[妄想]을 끄집어내어
그 안으로 홀연히 빨려들면 영가들의 울음소리 들려온다
‘나쁜 것은 없어져 가고, 좋은 일은 반드시 오고 있다’
아들 얼꼴에 미망의 그림자 야멸차게 가증스럽다
쭈뼛쭈뼛 얼꼴에 헛것은 종일 미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생각의 그림자
- 시(詩) [생각의 그림자] 전문

그렇다! 심원사 대웅전에 마음의 그림자, 상념의 그림자, 신념의 그림자, 어두운 그림자는 한바탕 너와 나를 쫒아 여기까지 왔나 보다. 아들의 얼꼴에 생기가 돌고 어두운 그림자 안에 잃어버렸던 영가들의 속닥거리는 소리가 한창이고 마음의 그림자는 우리를 시험한다. 지장보살님의 한 말씀

“모든 것은 이 마음이라 물질로써 이루어진 것 하나도 없네. 물질은 다만 생각의 그림자라 그림자를 실재(實在)로 보는 것은 미망(迷妄)이니 네 마음은 행여 그 미망에 걸리지 마라.”
고즈넉한 산사에 바람이 분다. 나는 내 생각의 그림자를 잃어버린 적이 수없이 많지만 나와 맺은 모든 인연을 사랑하련다. 아들아! 너 자신을 위해 지독하게 싸워라.

김형출 / 시인, 수필가, 포천신문 시민기자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3년 07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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