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진의 연재 수필]아빠 어렸을 적에(16)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지식을 가르치시기 보다는 정신 건강과 육체의 건강을 우선으로 챙기시는 분입니다.

“ 야, 내일 용의검사 한다. 손 발 깨끗이 씻고 이 잘 닦고 와” 겨울이면 우리들의 손등은 차라리 두꺼비의 등과 흡사합니다. 손등이 트다 못하여 골이 패이고 핏물이 줄줄 흐릅니다.

선생님께서는 늘 교실의 나무를 때는 난로 위에 한 말들이 커다란 양은 주전자에 물을 올려놓으셨습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조회 시간이면 용의검사를 하여, 뜨거운 물을 대야에 따라 주시며 갈라지고 터져 아프고 쓰라린 손을 거친 돌멩이로 빡빡 때를 밀라 하십니다.

치약이며 칫솔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릅니다.

혹, 치약과 칫솔이 있다 할지라도 습관이 되지 않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칫솔 하나를 온 집 식구들이 같이 쓰며 1년에 칫솔, 치약이 채 한 개가 닳아져 없어지는 집이 드물답니다.

굵은 소금을 검지와 장지 손가락으로 쓱쓱 문지르는 것이 양치질하는 것의 전부입니다.

일부, 군인가족의 아이들이나 면 소재지에서 장사하는 아이들은 이빨을 뽀드득 소리 나게 닦고 오는 경우가 있었으나, 우리네 농사꾼의 아이들은 경우가 다릅니다.

집에 칫솔, 치약이 있는 집은 거의 없으니 이빨을 닦는 것은 사치로 보였습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용의검사 시간은 공포의 시간입니다.

“앞 사람부터 한 줄로 양말 벗고 나와!”

그러면 교실은 이내 잠잠해집니다. 시골 아이들이 깨끗할 리가 만무이고 손 발 안 씻은 아이들은 자동으로 입을 닫게 마련입니다.

“발? 손? 배꼽 올려봐! 이 해봐!” 선생님은 발과 손등, 배를 차례로 검사하고 맨 나중에 이빨 검사를 하십니다.

손발이 더러운 아이들은 난로위에 올린 더운 물을 따라 주며 돌로 깨끗이 밀라고 하십니다. 공부 한 시간 하는 것보다 아이들 위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십니다.

이빨이 누런 아이들은 교실 뒤쪽에 있는 두레박 우물에서 물을 떠 흙으로 이빨을 닦으라 하십니다. 때로는 집에가 이빨을 닦고 부모님 도장을 찍어 오라고 하실 때도 있습니다.

그날도 나와 제종이 그리고 원평 사는 성원이와 원택이가 이빨을 닦고 오지 않아서 집으로 가 이를 닦고 도장을 받아 오라고 엄명을 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앞에서는 무섭지만 교실 문을 나서면 우리들 세상입니다.

우리들은 학교에서 되돌아오는 길에 심재 다리 밑에서 얼음을 깨어 물모래로 대강 이를 닦고, 원택이가 늘 가지고 다니던 주운 목도장을 제각기 비틀어 찍고, 거꾸로 바로 두 번 찍고, 흐리게 찍는 식으로 도장을 찍어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우리는 공부가 하기 싫었을 뿐 아니라 도장 찍은 부분이 들통 날까 두려워 4교시가 끝나도록 기다렸다가 선생님께서 교실 문을 나서실 때 들어갔습니다.

“이빨 깨끗이 닦고 왔어?”

선생님께서는 도장 찍은 것을 보고 웃으시며 군밤을 한 대씩 쥐어박으며 말씀하십니다.

선생님께서 우리들에게 속으셨다고 좋아하지만 사실, 선생님께서는 도장 찍어오는 일보다 시골 아이들의 청결에 뜻을 두시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