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하게 엮은 싸리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선다. 이름 모를 나뭇가지로 엮인 긴 울타리 사이로 언제 누가 심어 놓았는지도 모를 늙은 똘감나무 한 그루가 마당 모퉁이에서 바람에 가지를 흔들며 책 보따리 등에 메고 숨이 차도록 한걸음에 달려온 나를 반긴다.
열 평 남짓한 마당을 지나 초가지붕 위에서 넓은 이파리 속에 하얀 박들이 얼굴을 내밀고,그 사이사이에서 저녁 반찬 된장찌개에 들어갈 파란 호박 몇 덩이도 보인다. 꼬리치며 달려드는 누렁이의 정겨운 마중에 그 등을 쓰다듬어 주던 그 옛날, 내가 살았던 방 두 칸짜리 초가집의 모습이다.
요즘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을 펼쳐보면 하룻밤 사이에 무슨 사건들은 그리도 많았는지. 싸우고, 헐뜯고, 속이고, 빼앗는 개인 이기주의와 집단 이기주의의 팽창에 마음 훈훈하고 따뜻한 미담 대신 제 잘못은 덮어두고 시시비비 가리자는 재미없고 인정 없는 내용뿐이다.
그럴 때마다 어릴 적 살았던 그 초가집이 그리워진다. 열 명의 식구들이 싸우고 부딪치며 혼이 나고 떠들다가 밤이 되어 잠들 때면 자리가 좁아 칼잠, 새우잠을 자면서도 왜 그리도 잠이 맛있고 달았던지. 그 정겨운 초가집에서 요즘 같은 흉측한 일들이 어찌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고개가 아플 정도로 높은 빌딩들, 쭉쭉 뻗은 아스팔트에 8차선 고속도로, 밤이 되면 알록달록 수많은 네온사인들 사이로 화려한 차림의 세상 사람들, 외제차에 명품가방, 눈이 부실만큼 반짝이는 옷들, 그 속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단 한 줄의 휴대전화 메시지에 담아 흘려보내는 청춘들….
물론 가난에 쪼들려 하루 세끼도 못 먹고 천장 속에서는 쥐들이 뜀박질을 하고 날마다 땔감준비에 아궁이 군불 지피던 초라하고 불편했던 초가집의 생활로 돌아가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무궁무진 포천인들이여! 구들장 질화로에 군고구마 냄새에 행복해 하고, 동네 사랑방에 옹기종기 모여 오순도순 소박한 이야기 나누며 동치미 국물에 막걸리 한 잔 걸치던 그 초가집으로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 같이 달려가 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