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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의 세상보기] 포천유림의 ‘선현유업선양대회’를 보고


김성열 기자 / kims@daejin.ac.kr입력 : 2013년 05월 26일
↑↑ 김성렬 대진대 문창과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지난 5월 24일 다소 덥다 싶었지만 화창하게 개인 날씨 속에 포천향교와 포천유도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선현유업선양대회가 포천초등학교에서 열렸다. 금년에 포천시가 포천의 역사 600년 됨을 기념하여 개최하는 여러 행사 가운데 하나이지만 이번의 행사는 여러 측면에서 꼼꼼히 곱씹어 볼만한 의의가 있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는, 예로부터 포천은 ‘땅이 영험하고 정기를 품은 곳이라 밝은 지혜가 넘치는 인걸의 고장’(地靈精氣抱 人傑明智川)이어서 백사·한음·면암·중암·용서 등 뛰어난 학자와 명신(名臣)들의 고장임을 밝히고 어지러운 세태현실을 바로 잡으려는 결의를 천명한 뒤, 명신열사들과 포천 지역의 각 읍동, 유교의 교훈, 각 성씨 문중의 선현들을 선양하는 오방색의 깃발 수 십 여개를 보기 좋게 휘날리며 유림회관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칠팔백 명 가까운 인원의 집결, 깃발의 제작, 깃발단의 시위(施威) 의식, 각 지역/문중들의 참여 등을 생각하면 이번 행사에 포천 향교와 유림이 얼마나 큰 수고를 바쳤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 행사의 기획과 실행을 위해 수고하신 이윤우 전교님, 이종훈 유도회장님, 최창근 향교 사무국장님을 위시한 여러 임원들과, 더운 날씨에도 깃발단으로 수고하신 참여자 여러분들께 치하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는 연유이다.

필자는 이번 행사의 의의를 평가함과 더불어 앞으로 우리 전통 가치의 선양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깊이 성찰해야 할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돌아보건대 유교는 불교와 더불어 근대 이전까지 우리 민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담당해 온 종교이자 가치체계이다. 그러나 서구 문물의 추수에 기반 한 근대화 이후 서구 문화와 서구적 가치관이 범람하면서 유교는 그 영향력을 잃고 마치 하나의 유물처럼 우리에게 인식되는 현실이다.

특히 글로벌화가 드세게 진행되는 현금에 이르러 유교적 가치와 형식은 마치 바람에 날리는 도포자락처럼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이번 행사에서 의미 있는 전통적 규범의 하나로 제시한 ‘군은 군답게 신은 신답게 아비는 아비답게 자식은 자식답게’(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는 명제는 통치자를 정점에 두고 그 권력 행사를 위계화 시켜 가족에게까지 침투시킨―그것도 가부장적인―이데올로기의 봉건적 상징 규범이란 지적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효’나 ‘충’ 등의 개념도 1970년대의 강압적 통치 질서가 주입한 국가주의적 국민 동원 방식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어 오늘날 그 절실성이 희박해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전만큼 뚜렷한 정신적 이념이나 형식적 규범으로 작동하고 있진 않지만 아직도 유교적 가치와 생활 규범은 두터운 무의식처럼 우리들 사고와 행위의 심층을 지배하고 있음 또한 부인할 수는 없다. 오륜 중 하나인 장유유서(長幼有序) 의식은 어느 모임에서나 나이를 특별히 의식하는 한국인 특유의 서열체계의 근원이 되고 있으며 제사는 흩어진 가족이 다 모이게 하는 응집력의 근원으로 작동하고 있음이 그런 사례들인데, 서구적 라이프스타일이 보편화 된 오늘날 희미해져서 그렇지 아직도 우리가 일상에서 체현하는 유교적 가치와 규범의 사례는 일일이 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의 전통적 가치와 규범의 핵심 중 하나인 유교/유학을 마치 유물 탐사 하듯 잠깐 되돌아보고 마는 한 때의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된다. 요즘 오히려 외국인들이 지적하는 바이지만 한국인들은 자신이 가진 고유한 전통과 문물을 사랑하고 선양해야 할 필요가 절실한 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천도 자신이 가진 전통과 가치를 되살피고 되살려야 한다.

포천은 명현과 열사, 선비, 효부의 고장이라 하지만 과연 그러한 인물들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그 집적물들을 쌓아놓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 그러한 작업의 선결적 전제와 반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포천 학맥의 지도와 그 지도에 근거한 포천의 고유한 정신이 무엇인가는 필자의 과문 탓인지는 몰라도 아직 들어보지 못하였다. 대진대 인문학연구소가 그러한 작업의 기초를 놓고 있지만 아직 미진하고 이는 지역사회와 관계기관,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어 규명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이 작업이 의고적이거나 복고주의로 흐르지 않고 지신(知新)과 진취의 지반이 되도록 할 것은 각별히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다음으로, 이번 유교선양대회는 일시적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되고 지속적으로 전개되도록 시청에서 관심과 지원을 계속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유교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모든 세대가 다시 공유 실천하는 가치관을 정립하는 일이 포함된다. 가령 앞에서 언급한 ‘군군 신신 부부 자자’도 통치의 이데올로기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모든 직위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직분 인식과 그에 걸맞는 품위와 실천적 생활의 기초로 활용한다면 현대적 의의를 충분히 가질 것이다.

예컨대 이번에 나라 망신을 시킨 윤창중 같은 인사에게 이러한 원리에 입각한 규범이 정립되어 있었다면 그런 희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교의 철학적 바탕인 천(天)과 성선(性善), 생활칙인 인(仁)과 예(禮), 성(誠)과 경(敬), 중용(中庸) 등이 모두 이러한 재해석과 실천을 기다리는 덕목들이다.

아울러 다음 행사가 이어진다면 젊은이와 어린이도 참여토록 하여 유교가 현재에도 충분히 적용될 유용하고 값진 철학임을 내외에 알리는 계기로 활용토록 하면 더욱 유의미 할 것이다.

김성렬 / 대진대학교 문화콘텐츠연구소장, 문예장착학과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김성열 기자 / kims@daejin.ac.kr입력 : 2013년 0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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