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깊지도 않은 이른 봄의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옆집 아낙네 무서움에 떨 때 옆집의 옆집 아저씨 다 써 내려가지 못한 시 나부랭이와 씨름하다 흐르는 개울물 소리에 덜 익은 시 한편 미련 없이 흘려보낸다더라.
같은 귀를 가졌으나 아낙네의 개울물 소리는 서성이는 달빛보다 더한 아픔으로 남았고 아저씨의 개울물 소리는 도란도란 속삭이는 연인의 살가움으로 남아 못다 쓴 시를 채운다.
김도규 / 시인, 일동고등학교 교사
해설-봄에 쓰는 시
세월은 참 빠르기도 하다. 봄이 깊어가는 오월이다. 긴 겨울 동안 움츠리고 시들어버린 생명력을 되살리는 것은 역시 봄기운을 실어 나르는 개울물이며, 시원한 봄바람이다. 사람의 마음은 이러한 자연의 사신들이 보내주는 물소리와 바람소리, 꽃소식을 접하고 환하게 열린다. 봄바람이 난 여인의 웃음소리에 설레는 남정네들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고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연애편지를 써서 시냇물에 띄워 보내는 남정네는 벌써 함께 봄의 찬가를 부르기 위해 봄의 여인의 창문 밑으로 달려간다. 아, 봄은 어디에 있는가. 사랑하는 연인들의 가슴 속에서 꽃으로 피어나리라. 김도규 시인은 “서로 다른 귀”란 시에서 봄을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