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인생 삶에서 십년이란 기간은 결코 적지 않은 세월임에도 다산 정약용은 18년 동안을 유배지에서 보내야 했다. 긴 세월을 세상과 떨어져 사람의 정과 세상의 소식에서 고립되어, 사랑하는 가족과 부모 형제 곁을 떠나 혼자서 살아야 했다.
우리가 실학의 집대성자라고 알고 있는 다산 정약용은 40세(1801년)에 시작된 유배생활을 57세(1818년)가 되어서야 유배에서 풀려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고, 그로부터 18년 후인 75세(1836년)에 생을 마칠 때까지 아무런 정치적 복권도 없었다. 유배지로 쫓겨났던 다른 수많은 지식인들은 자신의 비참한 신세에 절망하며 오랜 시간 동안 좌절하고 고통의 늪에서 신음하다가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결국엔 화병이 나서 숨을 거두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다산은 오히려 절망의 나락에서도 평생에서 가장 화려한 업적을 이루게 되는데, 그것은 우리역사상 가장 많은 저서를 집필하게 된 것이 바로 유배지에서 만들어 내는데, 그야말로 절망 속에서 더 찬란한 꽃을 피워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곤궁한 현실을 넘어 농부들의 삶에 지대한 관심을 두면서 노동의 신성함과 참다움을 깨닫게 되는데, 그의 삶속에서 강진에서의 유배기간은, 세상에서 소외되고 헐벗은 백성들의 궁핍한 삶에 대한 현실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긴 유배기간동안 다산은 자신의 학문을 완성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오랫동안 변함없이 ‘시(詩)란 시대를 근심하지 않고서는 올바른 시가 될 수 없다’고 일관되게 역설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다산이 인식했던 참된 시(詩)는 자신이 처한 시대를 함께 걱정하던 중요한 본질이 있었으므로, 그가 남긴 ‘유아(有兒)’라는 제목의 시가 있는데 그는 이시의 제목 옆에 이렇게 메모를 남겼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유아(有兒)는 흉년을 걱정한 시(詩)이다. 지아비는 아내를 버리고, 어미는 자식을 버렸다. 어떤 일곱 살 먹은 여자아이가 자기 동생을 데리고 길거리를 방황하면서 엄마를 잃어버렸다고 엉엉 울고 있었다.”
흔히 우리는 다산의 작품에 대한 말들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그의 작품을 접하기는 특별한 관심이 없으면 쉽게 접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약용의 진심이 담겨있는 그의 시 ‘유아’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어떤 아이 둘이서 걸어가는데, 동생은 쌍상투 누이는 묶은 머리, 동생은 말을 배울 나이고, 누나는 다박머리 드리웠네.…쌀독은 벌써 비어서 사흘이나 굶었어요. 엄마는 저를 안고 흐느껴 울며 눈물 콧물 두 뺨에 얼룩졌어요. 동생은 울면서 젖을 찾았지만, 젖은 말라서 붙어버렸어요. … 동생을 사슴 새끼 품듯 안고 잤어요. 동생은 세상모른 채 잠이 들었고, 저 역시 죽은 사람처럼 잠들었어요. 문득 깨고 나서 보았더니 엄마는 여기 없었어요. …”
“… 날 저물어 어두워지면 새들도 집을 찾는데 외로운 두 오누이 찾아갈 집이 없구나! …슬프다! 이 나라 백성들 하늘의 떳떳함마저 잃었구나! 지아비와 어미가 사랑 못하고 엄마도 제 자식 돌보지 않는구나. 전에 내가 마패 갖고 암행어사 때 당시가 갑인년(甲寅年)이었는데, 임금님 분부하셔 고아들 보살펴 고생 없게 하라고, 모든 벼슬하는 관리들아! 이 말씀 감히 어기지 말지어다.”
이와 같이 다산은 가난 때문에 가장은 집을 떠나고, 삶의 고단함에 지친 어미는 아이를 버려두고 길로 나설 수밖에 없고, 날아다니는 미물도 해가 지면 둥지로 돌아가건만 사람의 자식이 날이 저무는데 갈 곳이 없어 울며 방황하고 있는 어린아이의 울음을 보며, 복받치는 슬픔을 시로 남겼는데, 벼슬하는 관리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마음도 녹아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거기다가 다산은 늘 농사짓는 사람들의 삶에 대하여, 농부들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역설하기도 했는데,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비관했던 여느 사람들에 비해서, 다산은 없는 자에 대한 올바른 배려의 마음을 통해 그의 학문의 바탕에도 애민의 사상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각종 경제보고서에는 한국경제가 벼랑 끝 위기 상황에 내몰려서 세대마다 가족이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는데, 특히 미국계 컨설팅회사인 맥킨지 글로벌연구소에서 발표한 이른바 맥킨지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경제 상황은 ‘천천히 데워지고 있는 냄비 속의 개구리’로 비유하고 있다.
내용의 중심은 서서히 나빠져서 자신이 죽는지도 모르게 죽을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을 비유하고 있으니, 있는 자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가 같은 냄비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배려와 공유를 바탕에 둔 다산의 애민정신을 본받아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