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며칠 전에 봉평에 있는 이효석 문학관에 다녀왔다. 이번 답사는 문화 컨텐츠 개발의 성공적인 케이스에 대한 벤치마킹 차원에서 기획이 되었다. 이효석 문학관은 봉평 출신인 이효석 작가를 기념하여 세워진 문학 전시장이다.
이효석 문학관은 그가 봉평 출신으로 그의 고향을 배경으로 그의 단편「메밀꾳 필 무렵」을 써서 독자들에게 그곳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하기 위한 문학적 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사회가 이효석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것은 단순한 문학적 평가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짧은 단편소설 하나로 지역의 인지도를 크게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봉평은 작품에서 묘사하고 있듯이 하얀 메밀꽃이 들판에 가득할 때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해마다 10여만 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와 메밀국수와 막걸리를 마시며 소설의 등장인물인 허생원과 동이 그리고 충주댁의 삼각관계 같은 로맨스를 생각하며 미소를 짓는다.
달빛을 맞으며 나귀에 짐을 싣고 백리나 뻗어있는 메밀꽃 핀 봉평길을 걷는 허생원의 삶이란 팍팍했던 강원도 민중의 모습을 연상시켜 독자들의 가슴에 연민이 가득하게 하고도 남으리라. 가족하나 없이 이리저리 떠돌며 살아가는 장돌뱅이 허생원은 허전한 마음을 달래러 충주댁을 가까이 하고 싶은데, 아들 같은 젊은 장돌뱅이 동이가 먼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괘씸하기만 하다. 대낮부터 충주댁과 술타령하며 농 짓거리하는 것이 볼썽사나워 따귀를 한 대 갈기고 난 후 가슴 아파하는 허생원은 마음 약한 시골노인들을 꼭 닮아 있다. 또한 요즘 자식들 모두 내보내놓고 쓸쓸히 살아가는 시골농부들의 심정이 묻어나기도 한다.
아버지도 없이 태어나 의붓아버지 밑에서 수없이 매를 맞아가며 살아가다 가출한 동이는 아무 대안도 찾지 못하고 젊은 시절을 장돌뱅이로 떠돈다. 그는 허생원과 조선달과 함께 시골 장터를 찾아다니지만 허생원에게 막연한 부정을 느끼며 보살핀다. 반생을 함께 해온 나귀가 아이들의 놀림감이 된 날 정신없이 다음 행선지로 가다가 강물에 빠져 생쥐처럼 젖어버린 허생원을 등에 업고 나온다. 마음과 몸이 허약해진 허생원은 동이의 등에 업힌 채 한없이 가고 싶어한다. 이 이야기의 정황상 허생원이 동이의 생부일 수 있다는 암시만 던지는 것은 이효석의 문학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봉평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그 지방의 음식과 정취만을 즐기고 작품에 대한 문화적 상상력을 즐기지 못한다면 돌아가는 발걸음이 허전하리라. 하지만 작품에 대한 이해를 곁들인다면 묘한 문화적 흥취가 절로 살아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작가의 작품과 지자체의 개발이 조화를 이룰 때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배가된다. 이효석문학재단 이사장 이상옥교수는 문학관이 단순한 전시장이 되어서는 안되며 “가산문학을 대중적으로 선양하고 학술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중심지로 삼아야” 한다고 보며 “정기적으로 학술발표회나 세미나 등을 개최함으로써 가산 문학에 대한 높은 수준의 연구를 진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천에는 이효석과 버금가는 이해조 선생이 있다. 그는 애국계몽기의 신소설작가로 문학사적으로 대단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필자는 몇몇 교수들과 함께 이해조선생의 문학적 연구와 선양작업을 추진하다가 석연치 못한 이유로 모든 사업들이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포천시 문화관계자들은 이해조라는 문화적 보고를 활용하지 못하고 정책적 방향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겨우 체면치레 정도의 지원으로는 봉평의 이효석문학관과 같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먼저 이해조선생이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인지의 여부를 학문적으로, 객관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 그 사업이 정체되어 있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아보고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함으로써 단순한 이해당사자들의 분쟁이라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해조 선생을 지역사회의 문화 컨텐츠를 위해서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투자하여 이효석문학관 못지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본다. 이제는 단순한 개발만 가지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없다. 포천의 부가가치는 최익현, 이덕형, 이해조 등과 같은 문화적 의미가 있는 인물들을 연구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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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년 0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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