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03 오후 03:47:5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

[김순진의 연재수필] 아빠 어렸을 적에(14)

너, 별똥별 먹어봤니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12월 22일


조성구 선생님은 1학년과 3학년 두 번에 걸쳐 나의 담임 선생님이셨고, 동생의 2학년 담임선생님이시기도 하십니다. 저는 4학년 이구요.



짙은 눈썹에 얼굴의 윤곽이 뚜렷한 선생님은 시골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하는 개성 또한 뚜렷하여 많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존경을 받고 계시지요.



선생님은 땅거미가 뉘엇뉘엇 질 무렵, 기별도 없이 우리 집을 찾아 오셨습니다.



큰 산 국망봉(해발 1168M) 줄기의 방아골 밑에 살고 있는 화전민의 아들 민창기가 일 주일째 학교에 오지 않는다며 그 아이의 집에 다니러 오셨답니다.



우리는 마당에서 자치기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창기네 집이 그렇게 먼 줄 모르시고 오신 것입니다.



학교에서 우리 동네가 십리나 되는데 또 창기네 집을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창기네 집은 멀기도 할 뿐 아니라, 큰 산 밑에 있는지라 어둡기 시작하는 그 시각에는 도저히

그 곳을 다녀와 학교가 있는 면 소재지로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 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와 제환이, 창채 등, 몇 명이서 함께 다녀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선뜻 나서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아직 어리고 어둠을 뚫고 그곳을 다녀올 만한 담력도 없습니다.



저 역시 진짜 가기가 정말 싫었습니다. 아니 용기가 없었습니다.



청와대를 습격한 2.21 사태의 김신조 일당이 넘어온 능선이라는데 간첩 나올까봐 아이들이 무서워서 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당신이 다녀오시겠노라 시며 이웃 군인 가족 집에서 ㄱ(기억자)자 군용 플래시를 빌리고 담배를 몇 대 챙겨 떠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오셨을 때 저는 잠들어 있었으며,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무서움에 땀이 흠뻑 배어 있으셨다 하였습니다.



" 나 혼자라도 다녀 올 것을."



저는 선생님의 말씀을 거역 하였다는 생각에 두고두고 후회 하였습니다.



창기네 집은 큰 산의 방아골 밑이랍니다.



산에 불을 질러 화전을 만들어 무와 배추, 콩, 옥수수, 감자 등의 곡식을 심어 먹는 화전민이었지요.



그는 워낙 학교가 멀어서 공부에는 별 취미가 없었으나 머리가 좋아 곧잘 다른 아이들을 이용하곤 하였습니다.



어느 날, 우리들은 개울가 모래사장에서 공을 차고 있었습니다.



"야, 너희들 별똥별 먹어 봤니?"


"아니…"



"니덜 참 불쌍하다… 별똥이 얼마나 맛있는데… 저기 저 산 중턱만 올라가면 별똥이 천지야. 얼마나 쫄깃쫄깃하고 맛있다구… "



창기는 우리들에게 큰 산 중턱에서 별똥별을 주워 먹었는데 쫄깃쫄깃하며 맛있다고 자랑을 그럴듯하게 늘어놓았습니다.



"우리 내일 일요일이니까 별똥 주워 먹으러 갈래?"



"그래, 그럼 우리 집까지 일찍 와. 너무 늦으면 못 먹어. 물러져서…"



이튿날, 몇몇 아이들은 창기의 꼬임에 빠져, 아침 일찍 모여 큰 산 밑에 있는 창기네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창기와 함께 힘들고 먼, 산길을 땀을 뻘뻘 흘리며 따라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한 창기는 산꼭대기로 올라 갈수록 별똥별이 더 많다며 계속 정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창기가 말한 고목나무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별똥별이 없어 잘 보이는 고목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으악, 뱀이다!"



저는 뛰어내리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 불싸! 고목나무는 가운데가 썩어서 큰 구멍이 나 있었는데 그 속에 큰 구렁이 한 마리가 혀를 날름거리며 똬리를 틀로 있는 것이 아닙니까?



"창기야, 민창기…"


고목나무에서 내려와 아무리 창기를 불러도 창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순간, 머리가 쭈뼛이 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들은 겁에 질려 쏜살같이 줄달음질하여 산을 내려왔지요.



며칠 후, 창기가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너 일루 와봐! 별똥별이 어디 있다고 그래 임마! 우리는 별똥별을 주워 먹기는커녕 뱀에 물려 죽을 뻔했어! 너 그런데 어디 갔었니?"



혁재가 물었습니다.



"야, 새꺄! 우리 작은아버지 댁이 큰 산 넘어 가평군 명지산 자락에 있는 논남동인데 혼자 가기가 심심해서 너희들을 데리고 간 거야. 히히히히…"



창기는 혼자 낄낄대며 달아났어요.



혁재는 조그만 돌을 집어 들고 던지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거기 서, 임마. 서지 않으면 짱돌 던진다."



" 야 그만, 그만. 내가 뭐 줄께!"



창기는 백마표 크림빵 넣었던 봉지에 싼 멍석딸기를 건네주었어요.



멍석딸기는 줄기에 가시 듬성듬성 난 넝쿨딸기로 아랫동네에는 잘 나지 않는 딸기거든요.



우리들은 딸기를 나누어 먹으며 언제 그랬느냐는 듯, 터진 배구공에 짚을 채워 넣고 운동화도 없이 맨발로 차며 고구마 내기, 딱지내기를 하며 여름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12월 22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이름 비밀번호
개일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겨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