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23 오후 04:40:43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칼럼위원기고

[박정근 에세이] 갠지스 강가에서 삶의 의미를 묻고 싶다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3년 01월 29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 (주)포천신문사
필자는 새해에 인도 뉴델리대학교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 다녀왔다. 인도를 생각하면 힌두교, 불교, 소, 코끼리 등이 연상할 수 있는데, 꼭 가고 싶었던 곳은 갠지스강이었다. 인도에 대한 경험은 갠지스강의 기이한 새벽장면에 의해서 필자의 상상을 뛰어넘는 불가사의한 곳으로 각인된 것은 틀림이 없다. 아직 동이 트기도 전에 가이드에 의해서 갠지스강가로 다가갔다. 과연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라는 기대반 우려반의 설레임으로 안개가 자욱한 강가로 걸음을 옮겼던 것이다.

갠지스강가로 가는 도로변 건물 앞 보도에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수많은 걸인들이 담요 한 장에 몸을 맡기고 누워있었다. 이미 여러 번 마주친 장면이라서 놀라울 것도 없지만 육신의 안락이란 조금도 느낄 수 없는 그들에 대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9억 이상의 인구가 살고 있는 인도의 모든 도시는 이미 포화상태였다. 그런데 그들이 죽어서 돌아갈 곳으로 여기는 곳은 역시 갠지스강이라는 것을 알았다. 인도인들은 스스로 갠지스강에서 태어나서 죽어서 갠지스강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조그만 배 하나를 빌려서 마치 물이 새벽잠에서 깨어날까 조심하듯이 사공은 조용히 배를 저어갔다. 우리가 목격하고자 하는 것은 인도의 장례식이 열리는 바리나시의 ‘버닝 가트’였다. 인도인들은 죽으면 치장된 들 것에 실려서 이곳으로 옮겨진 후 가족들은 명복을 비는 약간의 주문을 외우게 된다. 화장을 하기 전에 시체를 갠지스 강물에 한번 담겼다가 장작 위에 올려지게 된다. 이것은 오욕으로 가득한 육신을 갠지스 강물로 정화시키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타고 남은 육신의 재는 강물에 뿌려짐으로써 그들이 염원하는 갠지스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힌두교인들은 화장을 통해 순수한 물질로 환원된다고 믿는다. 그들의 생명이 흙, 물, 불, 공기, 에테르로 구성되었다고 믿는데, 화장으로 인해 육신이 원래의 상태로 분해되어 돌아간다고 보는 것이다. 자신의 육신이 겪고 있는 고통은 그들의 전생에서 행한 업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저항하거나 분노하기 보다는 마땅히 견디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순응주의적 사고는 권력을 쥐고 있는 브라만 계급이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만든 부조리한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여하튼 현생에서 자신의 카르마를 다해야 다음 세상에서 더 좋은 것으로 환생할 수 있다는 윤회를 믿기에 현실의 모순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기 어렵다. 갠지스 강가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였다. 인도인들은 갠지스 강물에 목욕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축복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강물은 결코 현상적으로 볼 때 목욕을 하고 양치질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인도인들은 그 강물이 그들의 영혼을 정화시키고 구원해줄 수 있는 영적인 물로 인식하고 믿는 것이다.

필자는 갠지스 강가에서 한국인들의 세속적인 삶을 돌이켜볼 시간을 가졌다. 말없이 갠지스 강물을 들여다보면서 과연 인도인들의 사고방식이 전근대적이고 부조리하다고만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과연 자신의 일상적인 삶을 정화할 그 무엇을 지니고 있는가. 아침에 일어나서 자는 순간 까지 영혼의 구원을 생각하는 그들에게서 배울 것은 없는 것인가. 우리는 오히려 영원한 세계는 상실한 채 내 눈 앞에 재물을 쌓고 순간적인 쾌락에 눈이 멀어서 조금의 평안함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청결한 환경 속에서 사치를 누리고 있지만 우리들의 영혼은 헐벗은 채 버려지고 있다는 생각에 잠겨 “갠지스 강가에서”라는 시를 지어보았다.

나는 가리라
갠지스 강가로
기나긴 암흑의 밤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는
그곳으로

씻을 수 없는 삶의 업으로
죽음의 먼지를 뒤집어 쓴
더럽고 타락한 몸을
성스러운 갠지스 강물로
씻으리라

오욕의 문진이 벗어지고
강물이 몸 위로 흩어질 때마다
새싹처럼 새살이 돋아나
동편에서 다시 솟아오를
태양처럼 새 생명이 되리라


박정근 / 대진대 교수,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3년 01월 29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이름 비밀번호
개일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겨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