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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 칼럼] 뇌물로 얼룩진 장학사 시험비리


이희용 기자 / heeyeong1@hanmail.net입력 : 2013년 01월 17일
↑↑ 이희용 칼럼니스트, 포천신문 자문위원
ⓒ (주)포천신문사
최근 모 교육청에서 벌어진 장학사(교육연구사) 시험문제 유출 사건과 관련해서 출제위원이었던 장학사가, 비리수사가 확대되자 음독자살을 시도해 치료를 하던 중 끝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열정과 실력을 겸비한다는 진정한 교육자의 표상을 선발하는 장학사시험에서도 끈끈한 인맥과 거액의 로비가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는 방법이었다는 것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것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으니,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인사와 관련한 뇌물을 주고받는 비리가 교육계에서도 자행된 것이 밝혀지니 더 실망스럽다.

경찰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시험 대상자였던 교사가 영향력 있는 인사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지난 해 7월 실시한 장학사 선발 시험에서 논술문제 6문항과 면접문제 3문항이 시험당시 출제위원이 아니던 모장학사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데, 누군가의 도움으로 문제지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시험문제를 제공한 대가로 현금 수 천만 원을 건넨 혐의와 이번 사건에 가담한 인물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윗선 개입이나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던 중에, 공교롭게도 당시 출제위원이었던 사람이 자살함에 따라 모양새가 복잡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 명의 출제위원이 외부와 단절된 채 문제를 내고, 시험 당일 운반되는 시험문제를 중간에 빼내기란 쉽지 않음에도 문제가 유출된 것은, 사전에 누군가 출제위원과 소통하는 조력자가 있고 또 이 모든 것을 묵인해줄 고위관계자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렇게 장학사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늘어났고, 결국 이 과정에서 돈이 오가게 되고 이런 식으로 장학사에 오른 이들 때문에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으며, 뇌물로 장학사 자리를 따낸 이들이 선배를 자처하며 교사들에게 자신의 방법을 넌지시 알려주면서 돈을 바란다는 것이다.

현직 장학사들의 은밀한 제안을 거절하면 시험에서 떨어진다는 것이 일상화 된다면, 그 시험에 응시할 당사자들은 거절을 할 수가 없을 것이고, 한 명당 수천만 원씩 받아 챙기면 해마다 수억씩 벌어들이는 꼴인데. 그 많은 돈을 장학사 혼자 꿀꺽할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또한 굳이 문제를 유출하지 않아도 장학사를 준비하는 교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많은데, 장학사 출신 교장·교감들은 경력을 자랑하며 먼저 찾아와줄 것을 요구하면서 성의를 표하면 정보를 전달해주고 ‘줄’을 대주겠다는 제안도 만연하다는 것이 교육계 내에서 나오고 있으니, 우리 사회에 제일 모범이 되고 가장 깨끗해야 할 교육계가 어찌하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역사 속에서도 시험문제를 유출하여 문제가 된 사건은 있는데, 과거시험 문제를 출제했던 정사룡(1491∼1570)은 별시문과의 합격자로서 대제학을 지냈던 당대 최고의 문인이었고 시험을 치르는 유생들의 직계 선배였다.

그런데 정사룡은 신사헌(愼思獻)에게 뇌물을 받고 시험문제를 미리 가르쳐줌으로써 부정행위를 저질렀는데, 문제를 제공받은 신수근은 당대 권신이었던 신수근(愼守勤)의 손자였기에, 은밀히 시관이었던 정사룡에게 뇌물을 주고 시제를 미리 알고 차술(借述)케 함으로써 그해 별시문과에서 을과로 급제했던 것이다.

훗날 부정행위가 드러나자 대간의 공박과 공론의 압박으로 정사룡은 파직되고 부정행위로 합격한 신사헌은 삭과(削科)되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정사룡은 곧 복직이 되어 공조판서가 되었으며, 부정행위를 저지른 신사헌도 당대 최고의 권신이었던 이량(李樑)의 배려로 곧 복과되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는 이처럼 독버섯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정사룡의 파직에 관한 기록은『명종실록 24권』 13년(1558 무오 / 명 가정(嘉靖) 37년) 8월 24일(무진) 2번째 기사에 내용이다. “헌부가 정사룡의 파직을 청하다.” 헌부가 아뢰기를, “정사룡(鄭士龍)은 본래 학술(學術)이 없고 바르지 못한 사람으로 외람되게 문형(文衡)의 소임을 맡고 있으면서 성상(聖上)의 사대(事大)하는 성의를 체득하지 못하고, 전시(殿試) 때에 오로지 자기 생각만으로 감히 내어서는 안 될 의논을 책문 제목으로 내어 임금의 말씀을 잘못되게 하였으니 그의 죄가 큽니다.”

“또 자기 집에 있을 적에 미리 그런 의논을 발설하면서 선비들의 책문 제목으로 낼만 하다고 하여, 유생(儒生)들에게 전파(傳播)되게 하고는 시관(試官)이 되자 제목으로 내었으니, 그의 마음 씀이 극도로 무상(無狀)합니다. 그를 파직하소서.”하니, 답하기를… 뒤에 양사가 오래도록 아뢰니, 그대로 윤허했다.

인사에 관한 뇌물과 비리는 비단 교육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사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만연한 사회악으로 자리했지만, 그 근본은 아직 흙탕물이니 진심으로 성실하게 일하며 정당한 기회를 기다리는 대다수의 선량한 공직자들은 과연 누구에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단 말인가?

그러니 인사를 관장하는 사람들은 객관적이고 공평한 시험운영과 권한행사를 통하여, 아부하고 돈을 상납하는 자에게만 떡을 주지 말고, 묵묵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사람을 찾아내어 제대로 대접해서, 선량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억울함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더 이상 비리에 의해 권력을 남용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이희용 /
대진대학교 동양철학 박사과정, 시인, 연극연출가, 제3대 포천시예총회장, 광릉숲생태문학회장, 한국스카우트경기북부연맹 감사, 전 경기도예총부회장, 포천시수능시험장유치추진위원장, 포천신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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