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 교사들에 대한 학부모들의 청탁과 압력이 강화되어 1970년대의 소위 치맛바람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 자녀들에 대한 뜨거운 교육열을 감안할 때 개연성은 충분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자질과 사명감이다.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로비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의 올바른 가치관과 강직한 신념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우리나라 교사들이 이러한 자질을 갖고 있는가의 여부가 관건이다.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본다. 학부모들의 개인적인 로비에 의해 편파적으로 성적을 평가하는 교사들은 없다고 본다. 그 동안 교육당국의 지속적인 감찰과 통제로 촌지를 비롯한 부정적인 관행이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교사들의 교육수준 향상과 사회전반적인 문화적인 성숙으로 말미암아 교사들의 자질과 역량이 예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실제로 우리가 학부형 입장에서 자식의 성적향상을 교사에게 부정한 방법으로 청탁했을 때 교사들이 이에 응할 확률을 예상해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학부모의 청탁을 받고 부정한 방법으로 성적을 조작하는 교사들은 없을 것으로 본다. 지금시대는 치맛바람이 한창이던 1970년대가 아니며 현재의 교사들 또한 그 당시의 교사들이 아니다. 교사들은 자신의 신분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부정에 개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정에 개입되는 경우 곧바로 발각되는 사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예전에 치맛바람이 거셀 때에는 빈부의 격차가 심하여 일부 계층만이 부정에 개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누구나 자녀 교육에 필요한 투자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 간의 경쟁과 상호 감시에 의해 부정에 대한 자율적인 통제시스템이 가동되고 부정이 개입되는 경우에는 곧 바로 포착되게 되어 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교사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교사를 불신하는 경우 우리나라 교육문제는 영원히 미제(未濟)로 남게 된다. 환자가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의사를 믿어야 하는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다른 부문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부 부정적인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에는 고쳐 나가고 이에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해나가면 된다. 내신반영률을 높여 나감에 동시에 교사들의 직업윤리와 사명감을 제고할 수 있는 장치와 부정을 자행했을 때 처벌에 관한 체계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
교사들의 완벽한 직업윤리를 전제로 한다면 수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물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논리와 같다. 미숙하지만 물에 들어가야 수영을 배울 수 있듯이 일단 제도를 시행해야 만이 교사들의 사명감과 자질이 향상되고 교육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내신반영률의 제고는 교사들의 권한을 강화하면서 그 따르는 책임도 물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대입 내신반영률의 제고는 대학입시에서 학교성적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 결과 동일한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이 주요한 경쟁대상이 되어 과당경쟁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입시체제뿐만 아니라 어떠한 제도하에서도 학생들 간의 상호 경쟁은 불가피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교육열과 대학진학률이 높은 곳에서는 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행 입시체제를 지속한다고 해서 경쟁적인 요소가 약화되거나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현재와 같이 내신반영률이 낮고 사교육적인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현행 입시체제 하에서는 다른 지역과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 사교육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경쟁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쟁구도 하에서는 지역과 소득계층에 따라 유불리가 정해진 상황에서 경쟁하게 된다. 승패가 확정된 상태에서 경쟁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서울지역(강남)과 고소득계층이 지방과 저소득계층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지방과 저소득계층은 소속 지역과 소속 학교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명문대 입시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서울(강남)지역과 고소득계층은 지방과 저소득계층에 비해 유리한 상황에 있다. 이러한 이분적인 경쟁구도보다는 동일한 지역과 동일한 학교에서 경쟁함으로써 전국적인 경쟁력의 확보가 가능한 체제가 기회균등 차원에서 보다 정의롭다고 할 수 있다.
내신반영률의 제고는 학생들이 접근 불가능한 교실 밖의 경쟁을 접근 가능한 교실내의 경쟁으로 전환함으로써 지역과 계층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 상호간의 선의 경쟁을 진작시키고 공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다. 또한 내신성적의 중요성이 부각된 상태에서 학교성적이 가시적으로 공개됨에 따라 성적순이 학생들 간의 우열관계를 규정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되어 육체적인 힘에 의한 우열관계가 형성되는 학교폭력을 줄어들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