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참여했던 시화집이 우편으로 배송되었다. 시화집 제목이 ‘詩터잡기’이다. 시화집에는 참여 문인들의 여러 장르의 문학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나의 詩, 다섯 편도 들어있다. 그중 한 편의 詩가 ‘투명한 도시락’이다.
‘투명한 도시락’의 시상은 직감적이었다. 가끔 나는 직감적으로 쓴 詩를 발표하기 때문에 詩 맛이 나지 않는다. 이런 경향은 나의 급한 성격 탓도 있으리라. 몇 번만 더 보고 다듬었더라면 좋은 결과가 기대됐던 시편도 있었다. 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사무실에서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펼치면서 아내의 고마운 마음을 느꼈다. “천천히 꼭꼭 오래 씹어 드세요.” 요즈음 아내는 아들과 나의 식사 때문에 신경을 무척 쓰고 있다. 아들과 내가 특별한 사람이고 보니 음식에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있다. 우리 집은 오래전부터 건강 식단이 짜졌다. 아들은 2005년에 호치킨리프종 혈액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거듭 해오고 있고 나는 2011년 10월 직장암 초기판정을 받고 작년에 치료가 모두 끝나 현재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이번 계기로 많은 변화가 왔다. 우선 내가 즐기던 술과 담배를 끊었다. 술 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지가 벌써 1년 반이 되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끊었지만, 스스로 물어봐도 백번 잘한 일이다. 음식도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채소류 위주로 섭취한다. 또한, 여유시간에는 가능한 가족 셋이서 산에 오른다. 암 환자에게 산행은 좋은 운동이다. 아들이 어느 날부터 혼자 산에 갔다 오더니 식구 모두가 함께 산행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한다. 아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함께 산행하기로 의견일치를 봤다. 산행이 재미있고 활기가 넘친다. 산행 중 도시락 먹는 즐거움도 맛있다.
열심히 산행하고 운동하고 몸 관리 잘하고 있는 아들의 노력을 보면 아들 병이 다 낫은 것처럼 흐뭇하다. 오늘은 아들이 팻-CT (PET)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아들과 아내는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결과 나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다. 결과가 좋지 않아 전화하기가 곤란했나 보다, 전화오기 전까지 별이 별 생각이 다 났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아내가 전화했다. 송화기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흘러나온다. “점심 했어요?” “지금 아들 항암주사 맞고 있어요?” 두 시간 후에 주사가 끝날 것 같다면서 자세한 것은 나중에 집에 가서 알려주겠단다.
아침에 아들과 아내는 좋은 기분으로 병원에를 갔다. 최근 몇 달 동안 아들의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몸에 아무런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결과도 당연히 좋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아들에게 빌붙은 혈액암은 정말 질기 놈이다. 벌써 다섯 차례나(2005년부터 2013년 현재) 항암주사를 맞았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번 팻검사 결과에 대해 아들은 실망이 아니라 아예 낙담을 하는 눈치였다. 혹시 팻 검사 필름이 아들 것이 맞는지 의심까지 해본다. 일전 팻-CT에서는 간 쪽에 그림자인지 암세포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물체가 있다고만 했는데 이번에는 간 쪽이 아니라 복부와 비장 쪽에 산발적으로 암세포가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아들은 말이 없다.
아들은 지금부터 다시 몇 개월을 치료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치료하고 재발하고, 재발하고 치료하고 아들의 기구한 운명의 반복이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아들에게 한마디 던졌다. “너는 지금 암하고 싸우는 중이야!” 암에 말해라. “내가 이기나 네놈이 이기나 두고 보자!”라면서 아들의 얼굴을 훔쳐본다. 평상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기색이 얼굴에 역력하다. 거울을 보면서 아령을 하고 있다. 새해벽두부터 다시 암과 싸움이라니,
투명한 도시락
도시락을 펼친다 눈물이 울컥인다 아내에게 카카오톡 띄운다
카카오톡! 카카오똑!
‘고맙습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카카오톡! 카카오똑!
‘알았삼’
나들목 같은 답장이다
도시락 한 끼에 왜 이리 눈물이 날까? 바보처럼 훌쩍인다.
도시락을 펼쳐놓으니 도시락에서 아들과 아내가 얼굴을 빠끔히 내민다. “여보! 우리 모두 힘내요!” 우리 가족에게 평생 갚지 못할 빚을 지고 있는 나는, 아들과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갚을 길이 없다. 도시락을 먹으면서 아내에게 ‘카카오톡’을 띄운다. 키카오톡, 카카오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