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대학입시정책은 학교교육보다는 사교육적인 요소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대학입시에서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논술·면접·입학사정관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과목들이다. 명문대학일수록 이에 대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교육열이 높은 관계로 사교육을 포함한 각종 자녀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파트타임 업무에 종사하고 더 나아가서는 부채까지 짊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육비 지출을 최우선의 지출항목으로 설정한 결과 그 동안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물가상승률의 2배(7-8%) 수준으로 증가되어 왔으며 2011년 현재 월 학생 일인당 24만원, 총액 20.1조원에 달하고 있다.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실질가처분소득(300만원)의 10%이내에 유지되어야 함에도 우리나라는 이를 초과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공교육비와는 별도로 추가되는 사교육비는 가계부채의 증가와 함께 건전한 국가경제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천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2011년 3분기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GDP의 154.9%로서, 현재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디폴트상태에 처해 있는 아일랜드(228.7%)를 제외하고는 2007년 금융위기 발생 직전의 미국(145.8%), 현재 경제위기에 처해 있는 포르투갈(154.1%), 그리스(97.8%), 이탈리아(80.1%)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이다. 이와 같은 가계부채 중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학교폭력에 미치는 영향
학교와 교실에서의 학습 분위기 조성과 질서유지는 교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어 있다. 교사들이 이러한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권위(權威, authority)가 존중되어야 한다. 권위는 하향적인 측면과 상향적인 측면이 결합된 조직의 균형 유지를 위한 에너지이다. 상급자는 적절하게 권한과 책임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하급자들은 이를 수용하는 태도와 자세를 볼일 때 권위가 형성된다. 과연 현재 이러한 권위를 우리나라 교사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가를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입시에서 내신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교사들의 권위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교사들의 측면에서의 권위는 권한과 책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교사들의 권한과 책임의 핵심은 학생들에 대한 평가이다. 학생들이 교사를 존중하는 이유는 교사들의 평가가 자신들의 장래(대학진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낮은 내신반영률의 현행 대학입시체제 하에서는 학생들이 교사의 수업과 지도에 낮은 수용자세를 보이기 때문에 교사들이 권한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경우에도 깨울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 결과 학생교육에 있어 교사들의 권한·책임·의욕이 저해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활지도에서도 교사들의 역할이 무기력해진다.
이와 같은 요인에 의해 교실 내에서 교사의 권위가 붕괴된 상황에서 새로운 위계질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인간을 비롯하여 집단생활을 하는 모든 동물의 세계에서는 서열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자연적 현상이듯이 학생들 간의 자연적인 우열관계가 발생한다. 이때에는 물질적인 힘의 원리가 작용한다. 힘센 학생이 약한 학생을 지배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학교폭력이다.
예전에는 학생들 간의 우열관계는 학교성적을 기준으로 하여 형성되었다. 그러나 내신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학교성적이 중요한 기존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군대에서 계급에 의해 질서가 유지되듯이 학교에서는 성적에 의해서 질서가 형성되어야 한다. 군대에 계급의식이 없어지면 오합지졸이 되듯이 학교에서 성적의 영향력이 사라지면 물리적인 힘에 의해 질서가 형성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교폭력이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년 2월 6일 국무총리가 「학교폭력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열쇠는 일선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들이 쥐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교사들의 권위가 존중된다면 학생들의 학교폭력이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현 교육정책(대학입시정책) 하에서는 교사들의 권위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교육과 생활지도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 교사들은 자신들의 수업이 학생들의 장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로 말미암아 책임감과 의욕이 저해되어 있다.
현재 초중등 모든 교육이 대학입시에 초점에 맞추어진 상황 하에서는 사교육 열풍에 휩싸여 있는 만큼 학교교육과 교사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학교 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학교폭력을 해소하기 위해서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에 권한과 책임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교사들에 의한 평가가 학생들의 장래(대학입시)에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