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춘추시대 정(鄭)나라에는 정령공이라는 임금이 있었다. 이때 정나라에는 공자귀생이 정승으로 대부 공자송과 함께 정나라를 다스리고 있었고, 두 사람은 매우 절친했다. 어느날 정령공은 한강가의 백성이 잡아서 바친 큰 자라로 국을 끓여 모든 신하들과 함께 먹고 즐기려고 재부에게 요리를 명령했다.
그날 공자귀생과 공자송은 함께궁에 들어오는 도중에 공자송의 둘째손가락 식지가 저절로 꺼덕꺼덕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공자송이 공자귀생에게 자기 손가락의 영험함을 자랑한다.
“이렇게 식지가 저절로 움직이는 날은 꼭 특별한 별식을 먹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소. 오늘도 틀림없이 별식을 먹게 될 것이요.”
궁에 들어서니 과연 큰 자라가 매여 있고 상감이 자라국을 끓여 모든 대신들과 먹고 즐기시려고 한다고 재부가 설명한다. 공자송이 공자귀생에게 자랑한다.
“오늘 별식이 어디 있나 했더니 바로 궁중에 있었구려. 그럼 그렇지 내 식지가 공연히 움직일 리 있으리오.”
정령공은 공자송과 공자귀생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두 사람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냐고 물었다
공자귀생이 정령공에게 공자송의 식지가 움직이면 별식을 먹게 되었는데 궁에 들어와 보니 과연 별미 자라국을 먹게되었다고 웃으며 대답했고, 공자송도 자기식지의 영험함을 임금과 신하들에게 크게 자랑했다. 그 말을 들은 정령공은 공자송의 식지가 별로 영험함이 없다는 것을 신하들에게 보여 줌으로서 한바탕 웃고 즐기려고 자라국을 모든 신하들의 식탁에 놓을 때 공자송의 식탁에는 자라국을 놓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정령공은 크게 웃으면서 공자송을 희롱한다.
“과인이 모든 신하들에게 자라국을 대접하려는데 한 그릇이 부족하다니 공자송은 그 맛을 못보겠구나. 이러고서야 경의 식지가 저절로 움직인들 무슨 영험함이 있단 말이냐.”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순간 공자송은 벌떡 일어서더니 급한 걸음으로 정령공의 자라국에 손을 넣어 고기 한 점을 꺼내 씹으면서 “신은 이미 별미 자라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어째서 신의 식지가 영험하지 않단 말입니까?” 하면서 밖으로 나가 버렸다.
정령공이 수저를 집어 던지면서 발연 대노하여 “저놈이 감히 어느 안전에서 해괴한 짓을 한단 말인가, 정나라에 저놈의 목을 자를 칼이 없으리오” 하니 공자귀생 등 모든 대신들이 정령공에게 사죄하며 노여움을 달래느라 부산을 떨었다. 이 일로 정령공은 공자송을 미워하게 되었다.
어느 날 공자송은 공자귀생을 자기집 밀실로 초대해서 말한다. “임금은 나를 몹시 미워하고 있소, 나를 꼭 죽일 모양이요. 죽음을 기다리느니 내가 먼저 임금을 죽여야 하겠소.” 정승 공자귀생이 귀를 막으며 이렇게 말한다. “아예 그런 말하지 말게 신하가 어찌 임금을 죽일 수 있소, 어찌 그런 불충한 말을 하오.” 공자송은 태연하게 “지금 한 말은 농담이요 다른 사람에게 누설 마오”라고 말한다.
그 이튿날 공자송은 궁에 들어가서 대신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자귀생이 역적모의를 하는 것 같다면서 모두 조심하자고 외친다. 이 말을 들은 공자귀생은 공자송을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그대는 나와 무슨 원한이 있기에 나를 모함하는가. 왜 생사람을 잡으려 하는가” 하니 공자송이 유유히 협박한다. “그대는 나에게 협력하지 않을 사람이요. 그러니 그대를 나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야 하겠소.” 공자귀생은 원래 나약한 사람이었다. 그는 공자송의 협박에 어쩔 줄 모르고 애걸한다.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공자송이 “그대는 나를 도와 정령공을 죽이고 다른 임금을 세우고 진(晉)나라와 친선해서 우리 정나라를 안전하게 해야겠소”라고 말하니 공자귀생이 두려워 떨며 말한다.
“나는 만사를 그대에게 맡기네. 그대를 위해서 이 일을 누설하지 않겠네.” 이에 공자송은 자기 부하를 시켜서 가을 제사를 지내려고 태묘에서 자고 있는 정령공을 무거운 흙가마니로 눌러서 죽였다. 정령공은 아무 다친 데도 없이 멀쩡하게 죽었다. 공자송은 잡귀가 와서 정령공을 죽였다고 소문을 냈다. 공자귀생은 이 모든 것이 공자송의 소행이란 걸 알면서도 말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공자님은 그의 저서인 춘추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정나라 공자귀생이 그 임금 정령공을 죽였도다.”
공자님은 공자송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않고 임금을 죽인 죄를 오로지 공자귀생에게 돌리셨다. 어째서 공자님은 이렇게 판단 하셨을까? 그 당시 공자귀생이 정승으로서 공자송의 협박에 겁이 나서 집권자인 공자귀생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마침내 정령공을 죽인 것이라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공자님은 모든 집권자에게 그만큼 책임이 무겁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임금을 죽인 죄를 오로지 정승 공자귀생에게 돌린 것이다.
역사는 항상 그 시대의 집권자에게 공과를 돌리게 마련이다. 성인의 말씀이 이와 같으니 모든 위정자들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