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전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던 미국 대통령 선거는 뜻밖에도 오바마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오바마는 “우리는 하나”라고 외치면서 샌디로 재난위기에 처한 미국을 잘 관리하는 지도자라는 신뢰를 미국시민들에게 각인시킨 것이 결정적인 행운이었다고 한다. 또한 대선 직전에 발표한 실업률이 8%대를 유지하면서 경제회복의 징조를 줌으로써 희망을 안겨주었던 것이 승리를 획득하는데 주효하였다.
그러나 오바마의 재선은 단순히 행운의 결과만은 아니다. 오바마는 지난 4년간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강경일변도로 일관했던 부시정권의 후유증을 개혁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인 바 있다. 오바마는 세계의 경찰이라는 무거운 짐보다 경제침체에서 허덕이는 미국시민들의 가계와 마음을 치유하는데 힘을 기울인 지도자로 흑인 대통령이라는 인종적 편견을 잘 극복하였던 것이다.
오바마는 승리가 선언되자 “우리는 하나”라고 외치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여러분은 우리의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싸운다는 것을 일깨워 줬습니다. 중산층의 새 일자리와 새로운 기회, 그리고 안전을 위해 계속해서 싸워 나갈 것입니다”라고 자신의 진솔한 메시지를 전하였다. 그는 거창한 구호보다 미국대통령으로서 그가 지켜주어야 할 시민들의 삶과 생명을 보호하겠다는 매우 실용적인 자세를 보여준 것이다.
부시정권은 세계 여러 곳에서 테러 전쟁을 하기 위해 지나친 전비의 지출로 경제 위기를 자초하였다. 또한 그의 강경책은 미국을 폭력을 휘두르는 갱의 이미지를 강하게 확산시킴으로써 미국의 고립을 자초하였다. 하지만 오바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하거나 추진하는 유화적인 외교를 펼치면서 평화적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갔다. 또한 민주당이 내거는 진보적인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여성들의 권리를 위해서 낙태를 허용하고 피임약을 건강보험에 포함시키는 등의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정책을 정착시키는데 힘을 기울였다.
오바마는 그 밖에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건강보험개혁을 성공시키고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금융재벌들을 감독하고 규제하는 ‘도드-프랭크법’을 통과시켰다. 이런 정책들은 오바마가 대통령으로서 중산층과 서민들 편에 서있다는 확신을 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세계의 최강국으로서 비둘기 같은 약소국들을 독수리처럼 위협하고 압박하기 보다는 대화하고 공존을 위해 협력을 하도록 설득하는 자세를 취하여 반미감정을 완화시키는데 일조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협력하고 경쟁해야 하는 오바마의 앞날은 외교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시아를 중시하는 오바마는 중국을 비롯한 한국과 일본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정체 상황에 있는 북핵문제 등을 지나친 압박보다는 협상과 설득을 통해서 매끄럽게 풀어나가리라고 본다.
대선을 앞으로 40여일 남겨둔 한국은 미국의 상황과 비교하여 앞으로의 일정이 투명하지 않다. 어느 정도 절충적인 정책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보수와 진보가 확실하게 구분되어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자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 안보와 성장을 내세우던 새누리당은 재벌에 대한 감시와 복지 진작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학생들의 무상급식 문제를 가지고 강경하게 반대하면서 서울시장직까지 내걸던 때와는 상전벽해의 상황이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복지정책을 서로 빨리 내놓는 경쟁을 벌이는 것은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은 뻔한 일이다. 다만 이것이 표심만을 위한 가식적인 정책개발이라고 한다면 매우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야권의 경우도 깊은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서로 샅바 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전자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이고, 후자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이다. 정권교체라는 절대절명의 명제를 두고 어떤 결정이 내려질 지 매우 궁금하다.
다행히도 두 사람은 진보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서 국민들의 선택이 쉽지 않겠지만,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두 후보는 자기 앞에 떡을 더 많이 가져오려는 이기주의적 발상보다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통일을 이루고 경제적 양극화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하는 지에 대해 어떻게 힘을 합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국민들은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