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별안간 특정 물건을 소유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선글라스 하나 장만하고 싶었다. 나의 성격상 이 물건을 찾고 고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이번은 예외다. 아들이 알려준 쇼핑몰 사이트를 톺아* 봤다. 심지어는 아들과 함께 나달 몇 시간씩 선글라스를 고르기도 했다. 선글라스를 사겠다고 딱히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등산이나 여행할 때 착용하고 싶어서였다. 충동구매는 더더욱 아니다.
세상은 편리하리만큼 변모하고 있다. 손가락 하나 까닥! 클릭만 하면 상품이 주문되고 집까지 배달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편리해서 참 좋다. 이런 현상 때문에 심지어는 쇼핑몰에 푹 빠진 사람도 많단다. 아들은 나에게 선글라스 용도가 무엇이냐? 용도에 맞은 선글라스를 고르는 것이 되어야 한다며 “아버지는 가격과 상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일침을 가한다. 구체적으로 등산용인지, 아니면 그냥 멋내기용인지 말씀하시란다. 내가 선호하는 선글라스는 유행 타지 않고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안경을 원한다고 했다.
쇼핑몰에서 안경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안경원에 가서 하나 맞출까도 생각했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장시간 쇼핑몰을 검색하다 보니 눈도 침침하고 목뼈도 뻐근하다. 마음에 드는 것은 크기가 맞지 않아 내 얼굴에 모두 크다. 얼굴에 맞은 안경을 착용하려면 안경의 정면길이, 안경다리 길이, ‘코브릿지’ 크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안경의 제조사, 디자인, 색상, 품질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만 사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없게 된다. 나도 물건을 사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고 싶은 안경은 가격이 안 맞고 가격이 저렴하면 모양이 안 맞고 선글라스 하나 고르는데 이번만큼 시간을 투자한 적은 없었다. 결국은 단단하고 실용적인 선글라스로 마음먹었다. 약 180년 역사를 가진 미국의 ‘Original Pilot Sunglasses’회사이다. 단순하면서도 중후한 멋이 느껴진다. 가격도 적정하고 크기도 얼굴에 맞다. 문제는 도수가 없는 안경이라 안경알은 별도로 맞춰야 하는 불편도 있다. 안경알 가격도 만만치가 않다.
선글라스를 주문하고 택배회사의 사이트에 들러 배송조회를 했다. 내일 배달예정이며 구체적인 배달경로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다. “배달되기 전, 문자나 전화를 주십시오.”라는 메모를 남겼는데도 퇴근 시간이 다되어도 배송 연락이 없다. 퇴근도 못하고 한 시간이나 더 기다렸다. 그래도 감감무소식이다. 오늘 배달이 되지 않으면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든지 해서 다음날 배달하면 될 것이지, 화가 났다. 배송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한참 울린 후 전화를 받는다. 다른 사무실에는 배달을 다 했는데 내가 주문한 상품이 없단다. 분실했는지 착오인지 확인하고 내일 연락하겠단다. 배달 사고? 웃긴다. 주문한 쇼핑몰에 분실 경위와 택배기사 휴대 번호를 알려줬다. 쇼핑몰 직원은 미안하다며 다시 선글라스 한 개를 더 발송하겠단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분실했으면 택배회사에서 책임질 문제인데도 내가 너무 신경 곤두세우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때로는 집착이나 집념이 넘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피곤해지는 법, 자신에게 돌아오는 피해는 물론 주변 사람들 보기에도 안 좋다. 별안간 집착과 집념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겨났다. 집착은 매달림에 대해 빠지고, 버리고 벗어나고 가지는 것이라면 적절하게 통제하고 달래는 제동장치가 필요하다. 그 제동장치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통제할 때 이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집념이 넘치면 고집이 될 것이 뻔한데도 집념이 강해야만 하는가? 내 안에 응어리진 마음에서부터 아직 떨쳐내지 못한 강한 소유욕에 대한 욕구불만의 집념이 나의 오래된 고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