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거래 상 크레임(Claim)은 손해를 입은 측(claimant)이 손해를 일으키게 한 측(claimee)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거래에서는 대개 상품 매입자(buyer)가 판매자(seller) 또는 매매를 알선한 자(agent/오퍼상)에게 각종 불평과 손해배상을 제기하는데 이들의 경우를 보면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상품의 선적 불이행(non-delivery), 상품선적의 지연(delay in delivery), 적송 수량의 상이(discrepancy in quantity), 상품의 품질불량(inferior goods), 상품의 손상(damage), 상품의 상이(wrong goods), 포장방법의 위반(wrong packing), 기재사항 상이(misdescription), 결제의 지연(delayed payment), 고의적 태만(intentional negligence), 기타(other) 등등, 크레임 해결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매매당사자 간의 타협(compromise), 제삼자의 중재나 조정(conciliation), 법원의 판결(litigation) 등에 의해 해결을 한다.
상품의 수량이나 상이 등은 보편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지만, 크레임을 제기하는 측은 어디까지나 감정을 자제하고 증거에 입각한 제반 자료를 제시하여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아무리 이쪽 주장이 옳다고 해도 감정을 잃지 않고 정당한 요구를 해야 한다. 크레임을 당한 측은 문제발생에 대하여 철저한 원인규명과 조사를 해야 한다. 또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동시에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만약 매도자 측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중하게 사과하고 해결방법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한다.
문제 발생 시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서로 양해가 될 수 있는 선에서 조정하여 합의하는 것이다. 그래도 합의가 안 되면 관련 업계의 정통한 자에게 위임하여 중재를 받게 된다. 중재도 실패하면 법적소송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다른 법의 적용을 받는 두 나라 법의 적용이 애매해지고 진행도 모호하고, 소송비용, 상거래의 정체와 신용의 상실 등을 고려하면 이 방법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려면 아예 계약 체결 시 문서화로 삽입하는 것도 좋다. 사소한 실수로도 큰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신이 아닌 이상 불완전한 피조물 간에 상거래를 하다보면 여러 가지 실수가 있을 수 있다. 고의적이든, 불가피했든 아니면 부주의로 인해 원래의 계약과 상이하게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무역은 여러 나라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상거래이기 때문에 계약에서부터 물품 인도가 끝날 때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요즈음 한 가지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미국에서 수입한 원자재 스테인리스스틸(stainless steel) 304L 봉 두 종류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미국 철강업체에서 재고품(stock)으로 폐사가 중개를 하고 거래처인 D업체가 직수입했다. 문제는 원산지(origin)이었다. 거래처에서는 미국산이나 유럽산을 원했었는데 제품을 받고 ‘밀시트’(mill sheet/ 품질성적증명서)를 확인하니 생산업체가 미국과 유럽이 아닌 대만과 인도였다. 지금껏 여러 차례 상기 원자재를 같은 업체에 오퍼 세일해왔지만, 아시아 제품이 선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연히 미국산이나 유럽산이 선적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거래처에서는 원산지가 다르니 전량 반품 받고 미국산이나 유럽산으로 교환을 요구하니 참 난감하다. 미국 공급 자 측의 주장은 ASTM(미국재료시험학회) 규정에 의해 생산되었기 때문에 사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 한다.
요즈음 국제사회는 글로벌사회로 국경이 없고 품질로 경쟁하기 때문에 세계 유수 철강업체도 세계 각지에 공장을 보유하고 여러 나라의 제품을 공유한다는 것을 예를 들며 원산지가 다르지만 품질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반품도 불가하다는 것이다. 폐사 입장에서도 참 난처하다. 오퍼 수수료 때문에 몇 만 불이나 되는 원자재를 책임질 수는 없는 것이다. 길이를 1/2 절단하지 않았어도 교환은 가능하다. 그러나 선박운임을 절감하기 위해 절단했던 것이다. 이런 내용은 거래처와 유선으로 협의한 내용이지만 문서상으로는 서로 교환하지 않았었다.
왜 우리나라는 아직도 고정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거래처에서는 검토도 해보지 않고 최종 제품 사용자인 ‘대기업에서 무조건 안 된다고 하니 할 수 없다.’라는 대답뿐이다. 대기업들도 중국을 비롯하여 인도, 남미, 아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많은 철강을 수입해온다. 세계유수 철강 생산국들이 품질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세계시장에서 유통하겠는가, 원자재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면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고 크레임을 제기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떳떳하다. 무조건 흑백논리로만 해결책을 찾는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10년 이상 거래했던 거래처와의 신뢰에 금이 가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법이 없는지 진지하게 궁리해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