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프리즘으로 본 한국’-⑦도로에서 키스를!

며칠만에 몸이 좀 나은 듯 싶어 바깥 바람을 쐬 보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온지 일주일쯤 지나자 이민간 나라에 가면 통과의례로 보통 거쳐야 하는 토질병(?)에 드디어 걸리고 말았는데 동남아 지역은 말라리아나 설사병. 선진국에 가면 토종감기가 보통으로 난 한국의 독감에 걸리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멀쩡하고 방송에서도 독감이 유행한다는 뉴스도 없었지만 나는 지독히 앓아 누었고, 더구나 서울의 공기는 오염이 심해 숨쉬기가 곤란했다.

시드니 같으면 2-3일 와이셔츠를 입고 다녀도 셔츠 목 주위에 거의 때가 묻지 않았지만 서울에 와서는 일단 반나절만 외출했다 돌아와도 손목 부분까지 새까만 때가 묻어 있을 정도로 더러운 먼지투성이의 공기를 들어 마셨으니 독감에 안 걸린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여겼는데, 드디어 나의 몸속에 감기균이 들어 왔으니 견딜 재간이 없었다.

더구나 의료 보험이 없어서 병원 치료도 만만치 않고, 당분간 일이 있어서 출근한 것도 아니어서 침대에 꼼짝하지 않고 드러누워 편히 쉬면서 감기가 낫기를 기다렸다.

2주쯤 앓고 나니 드디어 몸도 점점 가뿐해 지고 날씨도 봄기운이 돌기 시작해 활동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큰 대로로 나와 천천히 상점의 물건들을 구경하면서 지나가는데 길 건너 옷가게에서 가게문을 닫는다며 모든 물건을 50에서 90%까지 세일한다고 마이크를 붙잡고 고래고래(?) 떠드는 스피커 소리를 듣고 무슨 옷을 세일하나 한 번 구경해 보려고 건널목 신호등에서 파란 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어떤 20대 젊은 한 쌍이 사람들이 보는 것도 상관없는지 키스를 해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깜짝 놀라 “아니, 한국에서도 내가 없는 동안 길에서 이렇게 쭉쭉 핥아 댈 정도로 성도덕이 땅에 떨어졌나.”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보았더니 못 보았다는 듯 정면 신호등 불빛만 파란 불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 걸보고 “젠장,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성도덕이 땅에 떨어 졌다고 하는 서양의 호주에서도 길에서 젊은애들이 어쩌다 키스하고 있는 걸 보면 지나가는 노인들이 “더럽게 길에서 키스하지 말고 하고 싶으면 사람들이 보지 않는 너의 집에 가서 해라.”고 소리 질러대 창피를 주는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국에서는 나무라는 사람조차 없으니 호주보다 더 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신호가 바뀐 길을 건너는데 두 젊은이는 길을 건너면서도 볼에다 키스를 교하면서 건너가고 있었다.

실제로도 호주에서는 길거리에서 키스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교육을 받지 못한 일부 계층이나 이상한 옷차림을 한 히피들이 공원 같은데서 키스하는데, 도덕을 최고로 내세워 교육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의 일부가 서양의 잘 못된 문화와 풍습을 배워와 그런 짓을 하고 있으니 이제 우리나라도 도덕적인 면에서 망하긴 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집주인과 밖에서 보았던 이야기를 했더니 그가 말하기를 “아저씨, 그런 것 봐도 못 본체 하세요. 요새 젊은애들이 그런 것 나무라면 오히려 덤벼들어 봉변이나 당하니 한국에서 사실려면 내 버려 두세요.” 라고 대답해 할 말을 잃었다.

그러고 보니 호주 신문에 “한국 젊은이들의 이혼률이 세계 최고로 올라섰다고 하더니 이제는 서양 보다 더하군, 서양 문화를 잘 못 배워와도 한창 잘 못 배워 온 거지, 호주에서는 결혼할 때 몸이 순결하지 않으면 신부들이 얼굴에 면사포도 쓰지 못하고 결혼하는데”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변해도 너무 거꾸로 잘 못 변해 버린 우리나라의 문화를 다시 생각해 봐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