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철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그리스의 디오게네스는 그 현명한 만큼이나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어느 날 그가 대낮에 초롱불을 켜들고 길거리를 다니면서 여기 저기를 두리번거리면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당신은 이렇게 밝은 대낮에 초롱불을 켜들고 무엇을 찾고 있습니까?”라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물었을 때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정직한 사람을 찾고 있소. 이 세상에는 밝은 대낮에도 정직한 사람이 안 보이니 초롱불을 더 밝혀 가지고 그런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이오.”
그는 부정직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러한 이상한 행동으로서 일침을 주면서 각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는 또 드럼통 같은 술통 하나를 유일한 자기 집으로 삼고 이리저리 굴려 마음대로 이사 다니면서 그 속에서 잠자고 먹고 살았다. 그러면서 때때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왜 큰집만 좋아합니까? 곤충이나 동물의 집들을 보세요. 자기 몸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의 작은 집에서도 겨울을 지내고 있지요.”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큰 집을 짓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비웃곤 했다.
어느 날 알렉산더 대왕이 그 지방에 갔을 때 주요 인사들이 그를 환영하기 위해 모두 나왔으나 디오게네스만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알렉산더 대왕이 그 유명한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만나 보려고 그를 찾아갔다. 그 때 술통 앞에 앉아 따뜻한 햇볕을 즐기고 있는 디오게네스에게 알렉산더 대왕이 물었다. “나는 그대의 현명한 지혜를 많이 듣고 배우고 있소. 그대를 위해서 내가 해줄 일이 있겠소?” 그랬더니 디오게네스가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간단했다. “내가 대왕에게 바라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러자 알렉산더 대왕은 어서 말하라고 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따뜻한 햇볕을 즐기는 중이오. 그런데 대왕은 햇볕을 가리고 있으니 조금 옆으로 비켜 주시지 않겠소?” 이 얼마나 도도하고 정직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당당함인가?
대왕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돌아가면서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나는 디오게네스이고 싶다.”
조금만 권력의 중심부에 들어서기만 하면 교만하고 방자해지는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온 우리들에게 디오게네스 같은 진정한 당당함을 보여 줄 만한 정치인은 과연 없는 것인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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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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