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이제는 노벨의학상을 기다린다

2002년 부시가 방한했을 때 한반도의 상황은 그의 호전적인 ‘악의 축’ 운운 발언으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그래서 세계의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부시의 북한 압박 전략에 대응하여 미국과 소련의 대화를 상기시키며 자기 페이스로 대화 분위기를 끌고 나가는 데 성공했다. 부시는 북한과의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필자는 그것은 노벨평화상이 지니는 보이지 않는 무서운 힘이라고 생각한다. 세계평화를 바라는 전세계인의 희망과 열망이 그 상에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은 그만큼 엄청난 무게로 부시의 기를 꺾어 대화의 기선을 제압하게 한 것이다.

그 상의 수상 과정에 대해 일부에서는 왈가왈부하는 말들도 많았고 수상의 의미를 깎아내리려는 소인배들이 많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그 당시의 세계 정세에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노르웨이 국회의 5인위원회가 가장 의미있고 시의적절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일방적 한반도 전략에 대한 양식있는 서유럽인들과, 패권주의적인 미국의 대외정책에 반대하는 세계의 평화애호가들의 바램이 이 상에 고스란이 투영되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 후에도 그의 발언은 국제적인 뉴스가 되고 있다. 지금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이미 팔십이 넘은 그를 대북 특사로 파견하자는 의견들이 여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것도 노벨평화상의 위력이다.

노벨상은 그 상을 받은 사람에게도 영광이지만 그 상을 받은 사람의 조국에게도 큰 축복이다.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것도 평화상 부문에서 받았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국가적인 문제는 평화의 유지이다.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분단국이고 주변 4강의 이해가 맞물려 있는 분쟁의 여지가 상존하고 있는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평화의 유지는 그만큼 중요하다. 평화 상태의 유지는 더 나은 생존의 조건과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 상으로 한반도의 평화가 세계 평화의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전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켰다. 한 사람의 수상으로 인하여 그 상을 받은 사람의 조국의 평화를 이렇게 큰 세계적 의미로 승화시켰다면 더 이상 큰 축복이 없을 것이다.

노벨상 첫 수상자가 탄생한 것이 1901년이었으니까, 올해로 노벨상의 역사는 꼭 104년이 된다. 필자는 노벨상 중 가장 중요한 두 분야를 꼽으라면 평화상과 의학상이라고 생각한다. 노벨 평화상이 인류의 평화에 공헌했다면, 의학상은 삶의 수준을 높이는 데 지대한 역할을 담당했다. 지금 의학계의 최대의 관심사는 줄기세포이다. 암과 같은 난치병을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바로 줄기세포 연구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미국 대선의 쟁점 중의 하나도 줄기세포 연구의 허용 여부 문제였다. 부시는 생명 윤리 문제를 이유로 줄기세포 연구를 금지하는 정책을 내세웠고 반면 케리는 줄기세포 연구의 의학적 가치를 인정하는 정책을 내세워 두 후보가 팽팽한 정책 홍보전을 펼쳤다. 부시의 승리로 줄기세포 연구가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인 서울대의 황우석 교수도 그의 연구 장소로 미국이 아닌 중국 등의 다른 장소로 이동하겠다는 보도도 나올 정도이다. 그러나 승자인 부시도 암 등 난치병 치료 목적의 줄기 세포 연구를 종교적인 이유로 거절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1999년 미국의 암 발생률은 75년보다 2배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도 지난 10여년 사이 2배 가량 증가했다. 지금 각국은 암과의 전쟁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일부에선 “미국정부만 하더라도 암 연구에 우주 개발비에 버금가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다”고 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완치율은 50%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지속적인 도전이 없었다면 더 큰 공포 속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100년간 암 관련 연구에 노벨 의학상이 주어진 것은 무려 4차례나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불치병이라는 점, 그리고 대부분 치료법조차 개발되지 않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명체 복제와 인간 유전체 계획도 관심거리다. 이 분야는 의학 연구의 중심 과제가 될 것이 때문에 조만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것이 틀림없다. 그 수상자가 우리나라 학자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부에서도 BT(생명공학) 분야를 미래 산업의 핵심 분야로 설정하여 과감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IT(정보 기술) 부문에서는 우리나라가 이미 세계 제일의 강국이 되었다. BT 부문도 IT의 수준과 상호 관련이 있고 서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IT의 우위성이 BT 부문의 우위성을 점할 수 있는 유리한 점이다. 지난 근대화 과정에서는 우리나라가 서구의 과학 기술과 의학을 도입하여 사용하였지만 이제 정보화 시대에는 우리의 창조적 사고 능력과 통합적 사고 능력이 IT와 BT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한 때가 김대중 대통령 시절이다. 그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다. 이제 평화 정착과 정보화 기반의 바탕에서 한국인의 우수성을 입증할 또 하나의 노벨상이 기대된다. 그것은 인류를 전쟁의 공포로부터 평화의 정착으로 나가는 데 기여한 노벨평화상의 수상 다음에 기대되는, 더 나은 삶의 욕구 즉 인류를 질병의 고통과 난치병으로부터 해방되고자하는 하는 데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노벨의학상일 것이다. 이제 노벨의학상을 우리나라 학자가 수상할 때가 왔다. 한국인의 우수성을 그를 통하여 입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노벨평화상이 가졌던 위력보다 더 큰 힘과 에너지가 우리 민족에게 주어질 것이다.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하려고 선인 500명을  우리나라에 보낸 옛 이야기가 현실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인류의 생명과 건강의 메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