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 배달원은 한 주에 한두 차례 사무실을 들린다. 등기 우편물이 있으면 전해주고 확인 서명을 받아간다. 오늘은 어떤 우편물이 와있을까? 사무실 우편함이 궁금해진다. 각종 카드거래명세서, 전화사용명세서, 지역신문, 문예지와 기관지, 스팸 우편물 등 다양하다. 우편물은 보통 오후 서너 시면 대게 분류가 끝난다.
문학과 글에 관심이 있다면 문예지 한두 개쯤 구독해 봐도 좋다고 본다. 실은 나도 네다섯 개의 문예지를 받아보고 있었다. 네다섯 곳 중 한두 곳 문예지는 구독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다른 한 곳은 정기구독 기간이 끝난 후 자동으로 책이 배달되지 않아 다행이고, 또 다른 한 곳은 구독료를 내지 않았는데도 책이 계속 배달되어 부담스럽다. 배달된 책을 되돌려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전화를 해서 책 그만 넣어달라고 말할 용기도 없었다. 알고 보면 다 나와는 인연이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주 사소한 일 같지만 나에게는 고민과 부담을 안겨주는 버거운 일이기도 하다.
세상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기에 지금처럼 남의 눈치를 살피나 보다. 혼자만 산다면야 남을 의식할 필요도 눈치코치 볼 필요도 없을 테지만, 조그마한 일에도 남의 눈치를 봐야 하니 말이다. 이제는 세월에 늘어나는 것은 눈치밖에 없나 보다. 눈치를 뭐라고 표현해 볼까? “눈치는 인간의 본심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였다. ‘사회적 동물’은 더불어 산다는 명언인데도 불구, 인간은 욕심과 아집과 이해타산에 따라 행동하면서 살아간다.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편함을 확인했다. 우편함에는 투명하게 비닐 포장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발신인 주소에는 모 수필전문지라 되어 있다.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탔다. 책 속의 내용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차분히 책상에 앉아 봉투를 개방했다. 첫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 크기, 디자인도 별스럽다. 정사각형에 책 두께도 알맞게 도톰하다. 겉표지에 발행 통권 표시와 함께 ‘2005년 문화관광부 선정 제5회 우수 잡지’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책장을 넘기면서 여러 작품을 살펴보았다. 소설가, 평론가 외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삶이 묻어 있는 글이다.
뒤편 ‘삶의 길목에서’ 코너에 나의 수필 작품 한 편도 실려 있다. 몇 개월 전, 이 사이트를 처음으로 알고 독자 투고란에 필명으로 수필 한 편을 올려놓았는데 선정되어 게재되었다. 작품 밑에는 작품에 대한 도움말로 모 소설가의 간단한 소견도 붙어 있다. “희망을 위한 구체적으로 섬세하게 행동의 사유하는 모습을 서술했으면 더 좋은 글이 되었을 것이다.”라는 과분한 평이다. 옳은 지적 같았다. 나의 서툰 글을 다시 읽어보니 반 토막 수필 같은 느낌이었다. 앞으로는 한 편의 수필을 쓰더라도 깊은 사유를 통해서 좋은 풍경을 그려내야겠다고 다짐을 해보지만, 늘 같은 아쉬움뿐이다.
내 작품 책갈피 속에 정성이 담긴 메모도 발견했다. 붉은 종이에는 “좋은 원고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옆에는 사람웃음을 상징하는 ‘이모티콘’이 웃고 있다. 파란색 종이에는 기분 좋은 편지였다. “‘삶의 길목에서 코너에’님의 글이 채택되어 이렇게 안내 글을 보내드립니다.” 당선되신 분께는 1년 정기구독권을 드린다는 내용이다. 원한다면 다른 분께 선물해도 된다며 본인이 볼지, 다른 분에게 선물로 보낼 것인지를 알려달라는 안내문이었다. 우선 본인이 보겠다고 연락을 했다. 어쨌든 일 년간 좋은 월간지를 선물 받아보게 되었으니 행복하다. 월말이 가까이 오고 달력이 바뀔 때쯤이면 기다리지는 책들이 있다. 어제 예쁜 표지에 수채화가 그려진 문예지 한 권을 받았다. 디자인이 특이한 그 월간지다. 또 다른 문예지는 언제쯤 받아 볼 수가 있을지 은근히 기다려진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다. 언제부터인가,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책을 끼고 다니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을 보면 그들이 다 멋쟁이로 보인다. 나부터도 어떤 것이 행복인지, 잘 모르면서도 행복을 끈질기게 좇고 있다. 행복의 기준은 물질인가? 정신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진정한 행복은 책 한 권을 받고도 즐거워할 줄 알고 책 한 권 기다리는 기쁨 마음, 이런 것들이 아닐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