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일 간의 외교전이 점입가경이다. 인기가 없는 양국의 지도자들이 영토분쟁을 기화로 국민들의 감정을 불러일으켜 국가주의로 몰아가는 형국이다. 독도를 다케시마라 개명하여 교과서에 집어넣는 일본의 비이성적인 움직임에 대해서 분격한 MB의 독도방문 이후에 생긴 험악한 분위기가 양국을 온통 뒤덮고 있다.
일본의 군국주의가 1945년에 항복을 한 이래로 한일관계가 점진적으로 개선되어 한류로 인해 절정에 이를듯하더니 독도문제로 곤두박질치는 느낌이다. 그렇지 않아도 종군 위안부 문제로 일본의 인도주의적 차원의 청구권 문제가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의 독도에 대한 영토문제 제기는 반일 감정을 배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대동아전쟁을 일으켜 대륙을 향해 진군하는 일본군대를 한국 여인들을 위안부로 동원하려고 했다는 기록이나 증언, 피해자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데도 그 책임을 민간인에게 전가하고 오히려 피해자들을 매춘부로 매도하는 일본은 과연 OECD의 선두그룹에 서있는 국가로서 자격이 있는 것인가.
비록 5.16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가의 산업화와 근대화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일청구권문제를 62년 11월 12일에 김종필 특사와 오히라 마사요시 일본 외상과의 비밀회담에 합의한 ‘김 ·오히라 메모’를 근거로 65년 6월 22일 한 ·일 기본조약의 체결과 ‘재산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을 조인한 바 있었다.
그러나 국가 간의 협약이 수많은 개인적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완전히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한국정부는 정권차원의 경제개발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홀히 하였던 국민들의 피해보상과 청구권을 해결해 주어야할 국가적 의무가 있다. 얼마나 많은 위안부들과 군인들, 노역자들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억압에 의해 기본적인 인권을 빼앗기고 생명을 잃거나 고향을 등지고 이방인으로 이국을 떠돌아 다녀야 했던 비극적 역사의 아픔을 눈물로 되씹고 있는가.
일본정부와 일부 극우주의자들은 최근 한국이 실질적 영유하고 있는 독도에 대해 국제사회을 향하여 적극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요코하마시는 일선 고교가 역사왜곡 파문사건을 실은 교과서를 채택하지 못하게 했다. 또한 시마네현의 정촌회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지명)의 날'을 지정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뿐 아니라 다케시마 기념관 건립을 위한 예산을 시마네현에 요청하였다.
한술 더 떠서 일본 참의원(상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요구를 강력하게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자칫 양국 간의 부정적 외교 관계의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은 양국 간의 외교 갈등이나 국민들의 감정을 완화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해결책을 내놓을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함께 1952년 독도를 영해에 포함한 '이승만 라인'을 설정한 것이 국제법을 어겼고 어업관할권을 근거 없이 주장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들은 이 결의안에서 한국이 독도 불법 점거를 조속히 철회하라고 다그침으로써 한국영토에 대한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군국주의의 부활을 연상케 하였다.
일련의 일본내부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한국정부도 외교통상부의 논평을 통해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 핵심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군국주의적 식민 지배를 통해서 끼친 엄청난 국가적 폭력에 대해서 진정한 반성의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정희 정권 차원에서 과거사에 대한 청산을 시도했었지만 우리 영토에 대해 부당하게 침해의사를 밝힌다면 이전의 청산작업들은 무효화되는 정서적 효과를 낳게 된다. 더더욱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가 근대화의 발판이 되었다거나 강제노역이나 징집, 위안부가 생계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일본인들의 인면수심을 드러내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일본이 독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낼수록 그들의 과거의 군국주의에 대한 한국인들의 비판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천도교 중앙총부 관계자들은 "일 군국주의 책동 중단하라"라고 규탄하면서 일본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통해 "일본은 군국주의 재침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한국정부는 30일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공동 제소하자는 일본의 제안을 거부하는 구술서를 일본에 보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내용의 핵심은 독도는 명명백백하게 한국이 영유하고 있기 때문에 ICJ 제소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잘못은 진정으로 참회하고 용서를 구해야 그 원이 풀려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지 과거를 왜곡하거나 역사에서 삭제한다고 없어지겠는가. 하물며 ‘통석의 정’등의 애매한 용어로 유감을 표시했던 자신들의 언행까지도 무효화시키려는 것은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일본인들이 어떤 명분과 이유를 대며 독도에 영유권을 주장해도 한국인들의 입에서는 "장삼이사 김지이지/한 삼천만 명쯤/구름처럼 몰려나와/울릉군 독도리 암섬 숫섬에서/뱃길 밝히는 등대 위에서/"독도는 독도다!"/소리치고 있네"(오탁번, '독도는 독도다')이라고 소리쳐 노래할 뿐이다. 왜냐하면 독도는 조상대대로 우리 땅이기 때문이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 jkparkd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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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년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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