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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강창형] 시니어 시티즌(senior citizen)을 잘 모시자

영화 <그대를 사랑 합니다> 보고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2년 08월 28일
ⓒ (주)포천신문사
올 봄 개봉 당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사회에서 있을 법한 노인들의 사랑을 그려 관심을 끈 영화 ‘그대를 사랑 합니다’를 관람했다. 영화는 잔잔한 가운데 마음을 무겁고 슬프게 했다. 유명 만화가 '강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이순재, 송재호, 윤소정, 김수미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원로 배우들의 조용하면서도 진한 감동을 주는 명연기에 관객들을 훌쩍이거나 한없는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영화의 주연은 네사람이다. 새벽마다 우유 배달을 하는 무뚝뚝하고 거칠지만 귀여운 김만석 할아버지(이순재)는 골목 길 어귀에서 매일 폐지를 줍는 송이뿐 할머니(윤소정)를 만나게 되고 점점 호감을 가지게 된다. 김만석 할아버지(이순재)는 일찌감치 부인과 사별하고 자식들과 함께 사는 평범한 노인인 반면, 송이뿐 할머니(윤소정)는 문맹에 자신의 이름조차 없고 젊은 시절 결혼에 실패해 버림받아 한 많은 세상을 살아온 독거노인이다.

할아버지는 손수 할머니의 이름을 지어주고 주민등록증도 받게 하고 독거노인 복지지원금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무관심한 척 하면서도 선물을 사주고 생일날 케이크와 함께 ‘그대를 사랑 합니다’라는 고백도 넌지시 던진다. 젊은 커플처럼 살 떨리고 아기자기하지는 않지만 그들에게도 존재하는 가슴 떨림과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마음을 짠하게 한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은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헤어진다. 황혼의 남녀는 서로를 그리워하며 미소를 지으며 꿈꾸듯이 세상을 떠난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젊은 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영화는 소리 없이 깨닫게 한다.

또 다른 커플은 불행한 노부부다. 주차장 경비 일을 하는 장군봉 할아버지(송재호)는 치매에 걸려 남편의 손길이 없으면 늘 불안한 할머니(김수미)와 부부의 연을 맺어 살고 있다. 그들 슬하의 삼남매는 결혼 전에는 부모님을 잘 모시며 효도하겠다고 찰떡 같이 약속했지만 배우자를 찾고 가정을 이루면서 부모님을 외면해 버린다. 결국 할머니(김수미)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이 되자 장군봉 할아버지(송재호)는 자식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김만석 할아버지(이순재)에게 자신들의 조용한 장례식을 부탁하고 방 안에 연탄가스를 피우고 아내와 동반 자살한다.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 슬프고 쓸쓸하게, 그렇지만 아름답게 세상을 하직한다.

죽는 순간까지도 못된 자식들을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겠는가? 문상객 중 어떤 젊은이들이 '호상'이라는 말을 주고받는 대화를 듣게 된 김만석 할아버지(이순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고인이된 친구 장군봉(송재호)에게 “이봐, 친구! 사람들이 자네보고 늙어서 죽었으니 호상이라네, 잘 죽었다네!”하고 소리친다. 과연 나이들어 죽은 사람에게는 호상이라는 말이 적절한 것인가?

이 영화는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노인들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우리가 앞으로 노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보살펴주며 대우해 주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요즘 시대의 노인들은 ‘늙는다’는 것은 슬프고 비참하다고 느낀다. 그런 할머니·할아버지들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아파 쓰라리다. 우리나라는 급속하게 고령화 시대로 가고 있고, 젊은 층의 노인 공경에 대한 마인드도 거의 없어진 상태여서 그런지 노년층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힘든 인생들을 살아간다.

그들이 한국 전쟁 이후 보릿고개 시절을 지나며 자식들을 잘 먹이고 공부시키기 위해 온갖 고생을 버텨내 지금의 우리나라에 이르게 한 주인공들이라는 것에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인이라고 하면 현자, 세상의 이치를 아는 사람으로 높여 존경 했는데 지금은 노인의 ‘노(老)’자는 ‘사람이나 짐승이 나이가 들어 늙었다’의 의미만 강해져 젊은이들에게는 귀찮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는 그들을 무시하고 천대시하는 시대가 돼가고 있다. 만약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공동체가 황폐화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명약관화(明若觀火) 한 일이다. 가족의 형태도 대가족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핵가족·독신 가정으로 변화 됐다.

유대인 격언에는 이런 말이 있다. “늙은이는 자기가 두 번 다시 젊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젊은이는 자기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잊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늙고 죽는 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내가 지금 젊고 힘이 있다고 해서 나이 들고 연약한 노인들을 무시하고 뒷전으로 몰아낸다면 그 부메랑은 더 크게 부풀려져 곧바로 자신에게 되돌아 올 것이다.

우리 민족은 태초부터 흰색을 좋아하며 웃어른을 공경하는 착하고 순한 사람들이다. 남들은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 칭송하지 않았던가? 지극한 효성으로 부모를 섬겼던 조선중기 학자 한백유(韓伯兪)의 이야기에 유래한 백유지효(伯兪之孝)란 말이 있다. 한백유가 나이 들어 노쇠하신 어머니로부터 종아리를 맞아도 아프지 않으니 어머니의 약함을 알고 탄식했다하여 붙여진 말이다. 그러나 광복 후 우리 사회에 서구 문명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미국인의 ‘개인주의’를 나만 아는 부정적인 ‘이기주의’로 변질시켜 받아들이면서 우리사회의 균형과 예의가 무너졌다.

요즘 사람들은 바쁜 인생 때문인지 한치 앞도 못 내다보는 것 같다.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세월, 자신도 곧 노인의 대열에 합류 된다는 것을 왜 모를까? 안타깝다. 이제 우리는 노인을 공경하고 대접해 주는 사회로 다시 전환하려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노인들을 두고 올드(old), 실버(silver)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시니어(senior)’라는 단어를 사용해 단어에서 부터 노인들을 잘 대우 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그들에 대한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를 발전적으로 되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도 노인들을 존경하는 일환으로 먼저 노인에 대한 명칭과 호칭을 바꾸기를 제안해 본다. 지혜란 말의 ‘혜(慧)’의 자전적 뜻을 살펴보면 불교 용어로써 ‘사리를 분별하고 의심을 끊는 슬기’라 했다. ‘노인’을 ‘혜인, 어르신’으로, ‘경로당’을 ‘경혜당’으로, 그리고 ‘노인회’를 ‘혜인회’ 등으로 바꾸어 보자. 그리하여 다시 노인들을 공경하고 잘 모시는 ‘노인공경 리턴사회’ 시점의 단초를 만들어 보자.

강창형 / 대진대학교 대학원 영문학 박사 과정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2년 0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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