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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소통하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대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2년 08월 20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21세기는 아날로그 시대를 넘어서 디지털 시대라고 한다. 이전에는 대화란 두 사람이 나누는 소통의 방법으로 여겼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온 라인을 통해서 세계의 누구와도 동시에 대화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일대 다중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소통의 시대인 것이다.

권위주의 시대의 특징은 권력자와 국민들 사이의 대화의 자리를 만들기 어려워 국민들의 억울한 사안이나 저항의 의사를 대규모 군집집회나 시위의 형태로 전달했다는 점이다. 현정권의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을 인사문제에 있어서 MB의 고집불통의 자세가 문제가 되었다. 소위 ‘고소영’의 집단에 들어있지 않으면 고위인사에 발탁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국민들의 입에 그 달갑지 않은 은어가 회자될 정도면 그 인사가 얼마나 보편성을 결여하고 있는가를 입증하고 남으련만 청와대는 일단 정하면 불도저식으로 밀고나가려는 불통의 자세를 고집스럽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현정권의 실패의 요인이 불통이라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이제 대선이 4개월 남짓 남아있는 이 시점에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의 덕목으로 소통을 맨 앞에 내놓아도 나무랄 수 없다. 현재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다가왔고, 박근혜의원이 단선되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박근혜의원은 소통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보다 불통의 상징으로 평가되고 있다. 만일 박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한국은 다시 한 번 권위주의와 불통으로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예언하는 것이 지나친 것인가.

셰익스피어의 낭만희극 「십이야」는 불통을 일삼는 자는 결국 공동체에서 소외되고 징계되고 마는 풍자적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의 주플롯은 바이올라, 오시노, 올리비아라는 상류계층의 사랑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로부터 시작되는 축제기간이다. 축제란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적인 계층의 한계를 벗어나서 모든 시민들이 노래와 춤 그리고 술을 즐기며 어우러지는 사회적 전통이다.

이 극에서 올리비아란 여백작은 절세미인인데도 불구하고 오빠의 죽음을 지나치게 애도한다고 집안에 틀어박혀 모든 사회적 관계를 단절한다. 특히 이 도시의 권력자인 공작 오시노의 구혼마저도 거절한다. 이런 감상적인 분위기에 싸여있는 올리비아 집안에 우울함으로 부추기는 인물은 말볼리오란 집사이다. 그는 형식적인 청교주의를 강조하여 축제인데도 불구하고 일체의 소란이나 유흥은 허락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 올리비아의 사촌인 토비경이나 광대, 하녀 마리아, 토비의 술친구 앤드류가 술과 노래, 춤을 즐기며 그의 경직된 통제에 대해서 저항한다.

말볼리오는 축제의 끝자락에 술과 여흥에 취해 즐기는 토비경 일당에게 최후통첩 같은 경고를 날린다. 그는 호통을 치며 “여러분, 정신이 도셨소? 대체 어떻게 된 거요? 이 오밤중에 땜장이처럼 떠들어대다니. 제정신이나 체면, 그리고 염치가 없는 분들 아니오? 아니, 아씨의 댁을 선술집으로 만들 작정이요? 구두닦기 아이들의 돌림노래로 개소리 닭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다니. 장소나, 처지, 그리고 시간에는 도시 염두에 안 두시는 것이오?”라고 그들의 흥을 깨버린다. 그의 경직성은 잔칫집에서 우울한 표정으로 설교하는 자가 손님들에게 보이지 않는 화살을 날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는 한 술 더 떠서 주인의 친척인 토비경에게 “아씨께서 저보고 전하라는 말씀인데, 친척이 되시니까 댁에 모셔 놓기는 하겠지만 그 난잡한 행동까지 책임지시지는 않으시겠다고요. 그러니까 앞으로 그 대중없는 행실을 삼가 주신다면 기꺼이 모실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서슴치 않고 작별을 하시겠다는 말씀이올씨다”라고 주제넘은 언행을 저지른다. 그의 일방적인 언행은 집안의 다수와 전혀 소통을 하지 않고 자신의 독선적인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키려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그는 토비경의 추종자들의 복수를 처절하게 당하고 만다.

그들은 올리비아의 필체를 모방해서 가짜 편지를 작성하여 말볼리오로 하여금 여주인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게 만든다. 편지 내용은 올리비아가 가장 싫어하는 노란 스타킹과 댓님을 매고 그녀에게 히죽거리게 만드는 것이다. 성경의 자귀를 문자 그대로 믿으려는 청교도들처럼 말볼리오는 편지 내용 그대로 실천에 옮기다 광인으로 취급받아 어두운 창고에 갇히고 만다.

박정희 정권의 5.16 구테타나 유신이 산업화의 큰 공을 세웠으므로 역사적으로 정당하다는 일부 극우주의자들의 주장을 문자 그대로 믿으려고 하는 박근혜의원의 경직성은 말볼리오와 같은 문맥으로 이해할 수 있다. 21세기는 소통의 시대가 꽃을 피울 것이다. 소통의 자세를 배우지 않는 지도자는 차기 대통령에 선택되어서는 안된다. 대통령은 국민의 어려움을 듣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누가 자신과 가장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인가를 눈을 밝히고 가려내야할 것이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park@daejin.ac.kr)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2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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