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는 고속버스를 이용했는데 고속버스 기사는 종합터미널까지 가지 말고 전철을 이용하기를 안내하고 가까운 전철역에 하차(下車)시켜 병원 소재지까지 코스를 구체적으로 일러주었다.
부산역에서 다음 날 경부선 열차표를 미리 예매(豫買)하려고 창구를 찾아 일반표를 구입했는데 담당 여직원은 “65세 노인이 아니십니까?” 반문(反問)하면서 6500원을 환불(還拂)해주고 승차권을 재발급해 주면서 출발시간에 줄을 그어주며 내일 늦지 말라면서 당부(當付)를 하지 않는가.
65세 노인이 되면서 교통비 일부 지원과 지하철 우대(優待)하는 것 외는 별다른 혜택이 없는 줄만 알았는데 철도 이용에 노인에게 혜택이 있음을 처음 알게 되었고 이처럼 친절한 안내를 받아본 적도 처음이다.
전철역에서 어느 젊은이에게 장례식장을 찾아가는 길을 물었다. 택시로는 얼마 정도며 버스로는 몇 번차를 타고 어느 정류장에 하차하면 바로 병원건물이 보인다고 구체적으로 안내해 주어 병원을 쉽게 찾았다.
친절히 안내해 준 부산시민에게 감사하게 생각하며, 부산시민이 월드컵경기 때 친절한 시민임을 이미 알았지만 지난번 부산방문을 통해서 흐뭇한 인정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고, 다녀온 후 곧 바로 모 중앙지 독자란에 ‘부산시민 친절에 감사’편지를 띄웠는데 바로 기사화되어 보도가 되었다.
올해 설 연휴가 끝나는 이른 아침,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볼일이 있어 사무실을 찾았다. 입구에서 안내를 받아 담당자를 찾아 담당자에게 용건(用件)을 제시했더니 반갑게 맞아주면서“어르신 건강하십니까?”하면서 의자를 내놓고 자리를 권하면서 옆에 있는 여직원이 따끈한 차 한 잔을 주어 추위를 덜게 되었다. 민원서류 기재 내용을 잘 몰라 머뭇거리자 담당자가 직접 작성하고 서명(署名)만을 본인이 했는데 의료보험증을 즉석(卽席)에서 교부(交付)해 주면서 내외가 각각 이용하게끔 1부 더 발부해 주어 편리하게 이용하게 되었다.
그 많은 민원인에게 숱한 내용을 일일이 안내하고 민원을 처리하기란 쉽지만 않을 텐데 민원인에게 친절(親切)히 대한다는 것은 수월치 않는 일이다. 15만 시민과 2000 여 사업장의 직원의 건강진료를 뒷받침하는 업무란 너무나 과중(過重)한데도 불구하고 찾아온 민원인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는 기관과 직원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문화원에는 회원으로서 볼일이 있어 가끔 찾게 되고, 그리고 향교는 한시(漢詩)공부하러 매주 방문하게 되는데 두 기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여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반겨준다. 자리를 안내하고 차 대접까지 기꺼운 마음과 밝은 표정으로 누구에게도 친절을 베푸는가 하면 나올 때 출입문까지 나와 인사를 나누게 되어 이 두 기관의 여직원은 친절이 몸에 배다시피 되여 그 많은 방문객을 항시 정성껏 안내를 해 내객(來客)마다 인정을 잘 베푸는 친절 모범직원이라고 격찬(激讚)을 아끼지 않는다.
친절(親切)을 베푼다는 일이 말로는 어느 누구도 쉽게 말하지만 실천이 쉽지 않다는 사실인데 친절이란 우선 마음에서 우러나야 하며 서로가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흐뭇한 인정을 나누는 것. 곧 친절은 남을 대할 때 정성스럽고 정답게 맞아주는 것이 진정한 친절인 것이다. 우리 내외가 지난 신정(新正)에 귀성(歸省) 차 고향을 다녀올 때 일이다.
고속버스로 서울에 도착해 모 터미널에서 출발 직전 모 여객의 버스를 급히 승차했기에 중간 터미널에서 소변을 보게 되어 모 터미널에 진입하면서 정체(停滯)하기 전에 미리 내려달라고 기사에게 간청(懇請)했지만 응대(應對)도 하지 않았다. 재차 간청했더니 다음 차를 타라고 하면서 미리 내려주지 않아 정차하면서 내려 급히 용변을 마치고 돌아오니 내자(內子)를 하차(下車)시켜 놓고 출발하려는 순간에 차를 세워서 다시 승차를 했다.
기사 좌석의 앞창 상단(上段)에는“가족과 같이 친절히 모시겠습니다.”라는 표어를 게시(揭示)해놓고서도 친절은커녕 불친절을 일삼는 운전기사는 표어를 때어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불친절하면서 친절히 모시겠다는 표어는 왜 부착했느냐고 기사에게 반문했더니 묵묵부답(默默不答)했다.
지난 해 여름, 우리 내외가 서울을 다녀 올 때 일이다.
서울 모 역에서 늦은 시간에 버스를 출발 직전에 급하게 승차하면서 뒤에 막차가 없는 줄 모르고 젊은 버스기사에게 막차 시간을 물었더니 내일 아침 첫차 시간을 대면서 퉁명스럽게 쏘아붙이지 않는가? 기왕 대답을 하려면 제대로 알려주면 상호간에 기분이 얼마나 좋았겠는가.
버스기사 가운데는 승하차(乘下車) 때 마다 인사를 나누는 친절한 기사가 있는가 하면 극히 일부 기사는 노령(老齡)승객에게 불친절하게 안내하거나 불손(不遜)하게 대해서 다른 승객에게 빈축(嚬蹙)을 사게 되어 안쓰럽기가 이를 데 없다. 하루 종일 많은 승객에게 시달리는 기사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친절만은 기본 서비스다.
퇴임 후 서울에 한문 공부하러 전철을 이용해서 종로 3가 전철역에서 승하차를 하게 되어 노인우대권을 받기 위해서 노인과 대열을 같이 했는데 앞에 선 노인이 표를 받다가 표를 바닥에 떨쳤는데 불편한 몸으로 제대로 받지 못하고 놓쳤다고는 하겠으나, 기왕 표를 주면서 친절히 줄 수 없겠는가. 하고 창구 담당자에게 타일러 준 일이 있었는데 표를 줄 때 바로 집어 주어야 할 것이다.
경로(敬老)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 미풍(美風)이기에 노인 승객에게는 남다른 배려(配慮)를 해서 친절로 인정을 베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다. 들은 바에 의하면 회사에서는 교양교육 때마다 친절한 안내를 당부(當付)한다고 하는데 극히 일부 담당자는 여전히 친절한 안내나 봉사가 부족한 것 같아 같은 승객으로서 안타깝기만 하다.
수년 전의 일로 손바닥과 발바닥에 피부질환이 있어 유명하다는 서울 모 종합병원의 피부과 전문의를 찾았다.
특진(特診)을 미리 신청하여 진료(診療)를 받게 되었는데 담당의사는 40대 초반 여의사로 모 의과대학 교수라고 명찰을 달고 진료를 하고 있었는데 장갑을 끼고 가늘고 짤막한 막대기로 손바닥과 발바닥을 짚어가면서 증상(症狀)을 진찰하고 있었는데 성의 없이 진료도 단 5분도 채 안 되어 끝내고 병원인(病原因)을 물어도 들은 척 마는 척 대답 없이 처방만을 해주었는데 이런 진료수준으로 병이 완치될 확신이 없어 그 병원을 다시 찾지 않았다.
그 의사에게는 두 명의 수련의가 실습을 받고 있었는데 진료 방법을 배워야 하겠지만 먼저 의사의 기본자질을 갖추기 위해서 시범(示範)을 보여주며 제대로 가르치고 배워야 할 텐데 하고 아쉬워하게 되었다.
그 후 영등포 모 피부과 전문의를 찾았다.
50대 중반의 의사는 손바닥과 발바닥을 직접 매만지며 세밀히 진찰하면서 진료에 성의를 다 하면서 병원인과 처방을 친절히 설명해 주기에 완치될 수 있다고 믿어 계속 치료를 받게 되었고 그 후 피부 질환자 여러 사람을 그 곳 병원으로 안내해 주기까지 했다.
지난 해 가을에 어금니가 흔들려서 시내 모 치과의원을 찾았다.
진료의자에 앉힌 후 간호원이 치석(齒石)을 제거하라고 안내까지 하면서도 막상 촬영한 X선 결과를 간호원이 의사에게 보였는데도 이빨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이빨이 길어서 뺄 수가 없으니 의정부의 모 치과의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으라면서 간호원을 통해서 안내를 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바로 반박(反駁)했다.
늙은이의 흔들리는 이빨을 뺄 수 없는 진료수준이라면 도대체 치과의사가 할 수 있는 진료는 무엇이냐고 되물었으나 의사도 간호원도 응대(應對)하지 아니 했다. 그리고 하필이면 다른 외지 병원으로 안내하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는가? 이빨은 수 일 후 아침에 저절로 통증(痛症)을 느끼지 아니 하고 간단히 뽑혔다. 그 치과의사의 불친절이 지금쯤은 시정(是正)이 되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우리 국민은 예로부터 예의 바르고 인정미가 넘쳐 친절하기로 이름난 민족이다. 관공서나 각급기관에 찾아온 민원인(民願人)에게나 여러 사람과의 만남에서 상호간에 친절의 미덕(美德)을 베푸는 우리 모두의 더 많은 노력이 아쉽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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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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