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가장 안 지키는 집단은 어딜까? 이런 질문이 어리석을지도 모르겠다. 매스컴에 범법자로 등장하는 단골인물이 늘 정해져 있다시피 하니까 말이다. 바로 권력을 부정하게 휘두르는 정치인이다. 올해 초전 법률소비자연맹이 4천 여 명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열 명에 여덟 명(78.51%)이 ‘정치인이 가장 부패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해 말 전 한국반부패정책학회의 연구에서는 응답자 열 명 중 9명(87.5%)이 ‘대한민국 사회는 썩었다’고 응답했고 이중 가장 부패한 직업으로 정치인을 지목했다. 그 중에서도 국회의원이 1위로 집계됐다.
부패예방기구인 국민권익위원회가 2002년 출범 이래 매년 실시하는 사회부패 인식도에서도 ‘부패유발 주체’로 정치인(52.4%)이 늘 맨 앞에 있어 왔다. 국제사회도 한국의 부패근절은 ‘정치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대 정권 때마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저지른 비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 임기 말에 펑펑 터지는 권력층 비리사건은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요즘에는 현 정권 최 측근인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파이시티 사업인허가 비리 의혹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1997년에는 권력형 금융 부정 및 특혜대출 비리사건인 한보그룹 사태가 터졌다. 김 전 대통령의 한 아들은 기업들에 특혜를 주고 이권 개입청탁 대가로 66억여원 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1년을 남긴 2001년 '진승현 게이트'와 '최규선 게이트'앞에서 무너졌다. 2,300억여 원의 불법 대출과 주가 조작 등으로부터 시작된 '진승현 게이트'는 김 전 대통령의 측근 권노갑 의원과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을 구속시켰다.
임기 말인 2007년 부산 건설업자의 인허가 청탁 비리 의혹을 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가 터지면서 검찰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 김영삼 정권 때부터 현 정권까지 근 20년 동안 정권비리가 끊이지 않았으니 다수 국민들이 정치권을 비리집단으로 보게 될 수 밖에 없다.
약 100년 전 영국의 역사학자 액턴 경은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다. 이 명언은 부패없는 투명사회를 갈망하는 오늘날 국민들에게 많은 의미를 주고 있다. 1948년 제헌 이래 한국의 헌정사는 절대권력을 용인했다. 그런 과정에서 필연적인 절대부패를 양산했다.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 개헌을 성사시킨 1987년 이후 민주주의를 착근시켰다는 국제사회의 평가와 우리의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부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청렴도(CPI)는 지난해 43위로 10점 만점에 5점대를 겨우 넘고 있다.
금배지를 다는 정치 신인은 물론이고 기성 정치인들도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진리를 되새겨 국민의 대변자로서, 또 국민의 봉사자로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정치선진화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