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변신은 그리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새누리당으로 개명하여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벗은 줄 알았더니 ‘그 밥에 그 나물이다’라는 핀잔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한나라당이 MB정권을 세워놓고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로 국민들의 비판을 받자, 박근혜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여 ‘새누리당’으로 얼굴과 이름을 바꾼 바 있다. 그야말로 같은 솥에서 밥을 먹었지만 이제 차기 정권을 수립하는데 걸림돌이 되니 갈라서자는 의미로 친이계를 배제하고 박근혜를 중심으로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그야말로 새 인물로 공천을 한다고 홍보하여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국민들은 새누리당의 변신을 믿고 MB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이승만 정권이나 박정희정권에나 있을 법한 투표 성향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던 개혁 지지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말았다. 비례대표인 현영희 의원이 전 비서인 정동근과 새누리당 부산 시당 홍보위원장인 조기문을 통해 공천에 관련했던 현기환 전의원에게 3억원을 전달하였다는 사실을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현영희 의원은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 2,000만원을 전달하고, 유권자와 자원봉사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 6가지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이며, 친박계인 이정현의원과 현경대 전의원에게 300-500만원의 불법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미래세대위원장이며 부산 사상에 출마했던 손주조 후보 측에게 측에 135만원 상당의 간식을 제공하였는데 이에 대해 부산지검 관계자는 "선거 관련 사건은 금액이 아무리 적어도 구속사안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당사자를 꼭 불러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비례대표를 획득하기 위해서 전방위로 돈을 뿌린 것이고, 새누리 비상대책위원회은 공천 로비의 영향 아래 공천을 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새누리당의 공천에 대해 전권을 쥐고 마무리했고, 그 결과로 총선을 승리했다고 떠들었던 세력들은 도의적인 책임이든 법적인 책임이든, 아니면 정치적 책임을 져야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마치 현의원 공천비리가 흙탕물이라도 되는 양 자신들에게 튀지 않으면 된다는 식이고, 도마뱀 꼬리를 자르면 책임과 비판에서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관련자들을 새누리당에서 제명을 하고, 검찰이 처벌하면 새누리당은 아무런 일이 없었던 걸로 돌아가는 것인가.
얼마 전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새누리당의 김문수, 김태호, 임태희 등 비박계 후보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박근혜 후보의 책임을 제기하면서 주류쪽에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경선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혐의가 사실로 판명이 날 경우 황우여 대표가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듣고 경선을 재개하였다. 그러나 공천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가 그 중심에 있었고, 그 핵심에는 박근혜의원이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현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물러가는 것은 어쩐지 또 하나의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지 않은가.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이에 관련하여 공천헌금이 "박근혜 후보 캠프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의 지적은 현영희 의원식의 공천헌금이 더 있을 수 있으며 "친박 쪽에서 집중적으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현영희 의원이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의원과 현경대 의원한테 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은 현의원 단일 사건에 그치지 않고 공천 전체가 비리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인 것으로 도마뱀의 꼬리를 잘라서 해결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즉, 그런 돈이 이번 대선을 위해 사용하기 위해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새누리당 공천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였던 이상돈 교수는 박근혜 후보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비박 후보들의 후보직 사퇴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그가 의미하는 특단의 조치에 대해서 "대국민 사과뿐만 아니라 대선캠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인적구성을 달리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공천헌금에 관련된 사람들을 캠프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공천에 중심에 있었던 그가 이런 인식을 하고 있다면 이번 사태가 단순한 것이 아님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새누리당 내부나 외부의 의견을 종합해볼 때 공천과 관련하여 현의원만의 작은 파문으로 봉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다. 차떼기당의 오명이 지워지기도 전에 다시 비리 의혹에 휩싸인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명확한 인식이 대선 국면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정권을 잡고 보면 된다는 식의 정치인들의 변신이나 위장술에 대해서 속아서는 안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공천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이번 공천 비리에 대해서 조금의 물타기나 축소가 없도록 감시해야할 것이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park@daej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