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와 다슬기는 살아가는 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관심을 조금만 기울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메뚜기는 들판에서 주로 사는데 메뚜기목 메뚜깃과에 속하는 곤충과 소수 근연군의 곤충의 총칭이다. 방아깨비, 딱다기, 풀무치, 여치 등이 이에 속하며 성충과 애벌레 약충(若蟲)이 모두 초식성이다. 다슬기는 다슬깃과 민물 고둥. 길이가 3㎝ 정도이고, 지름 1.2㎝ 정도다. 껍데기는 가늘고 길며 표면은 갈색의 외피로 덮여 있는데 때로는 위에 1∼3개의 흑갈색 띠와 얼룩무늬가 있는 것도 있다. 맑은 냇물(1급수 이상)의 돌 밑에 착생하며 하천이나 늪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지금은 환경오염으로 일반 냇물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희귀종이다.
이 두 생물은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해물질이나 환경오염에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생물이다. 청정지역이 아니면 두 생물은 발견하기가 어렵다. 메뚜기와 다슬기는 소싯적 개구쟁이인 나의 친구였다. 논두렁을 달리며 신 나게 메뚜기 잡던 추억, 어머니를 따라 냇가에서 다슬기를 잡던 추억은 잊을 수 없다. 소주병에 메뚜기를 가득 채워 집으로 돌아오는 날, 어머니는 개구쟁이 머리를 어루만져주시면서 환한 미소를 지으셨다.
“기특한 녀석, 내일 도시락 반찬으로 메뚜기를 볶아 주마! 얼른 앉아라!”
여름밤 관솔 횃불을 들고 지우천(智雨川)(지명: 함양군 안의면 장숫골에 있는 하천) 바닥을 더듬으며 잡아 올린 다슬기는 우리에게 한여름 밤의 추억거리를 안겨 주었다. 이렇게 잡은 다슬기를 삶아 바늘로 알을 뽑아내는 재미도 쏠쏠했다. 때로는 알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기도 했다. 다슬기 수제비는 몸에도 좋고 맛도 별미였다. 다슬기는 눈도 밝아지고 술 좋아하시는 아버지 속병도 고쳤다고 한다. 햇볕에 까맣게 그을린 개구쟁이는 부엌에 가서 냉수 한 사발을 단숨에 벌컥벌컥 들이킨 후, 마당에 놓인 평상에 앉아 다슬기 수제비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운다.
노을이 걸린 초가을 황석산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꿈과 뿌리가 있는 나의 고향은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병들어가고 있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문명이란 편리함으로 정들었던 옛 산천은 어딘가로 떠나가고 낯선 얼굴로 휑한 눈으로 멀뚱멀뚱 사람들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삶에서 무엇보다 절실한 문제는 전쟁보다 환경오염이 될 것이다. 오염된 환경을 살리고 나 어릴 적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려는 방안과 실천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 시점에 고향의 맑은 물, 신선한 공기, 아름다운 풍광 등 자연에 고마움을 느끼며 나 자신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작은 정성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