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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출 에세이=43] 삶의 공간, 우리의 지하철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2년 07월 17일
 
↑↑ 김형출 시인, 수필가
ⓒ (주)포천신문사 
많은 사람이 붐비는 서울의 지하철! 생활의 편리함을 떠나 이제는 삶의 일정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지하철 풍경에서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 의식 수준을 알 수 있다. 그 안의 사람들 표정은 그들만의 개성을 만들고 있다.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리는 지하철 풍경은 우리네 사는 모습이 투영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지하철은 1971년 4월에 착공하여 1974년 8월 광복절날 개통한 지하철 1호선, 서울역~청량리 7.8km 구간이다. 이는 세계 최초 지하철 개통 후 약 110년 만의 일로써 우리나라의 자긍심으로 손색이 없다.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지하철을 도시의 교통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은 철도가 지니고 있는 신속성·정확성·안전성·대량수송·쾌적성·저공해성·저렴성 등 많은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 지하철은 서울시 전역에 걸쳐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그래서 지하철 개념도 지하철에서 ‘도시철도’ 개념으로 확대 재생산되었다.

지하철 풍경에서도 긍정의 힘을 실감한다. 역사와 문화는 돌고 돌아도 부정보다는 긍정에 더 가깝다. 지하철이 생겨난 지 37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의 지하철 문화는 놀랍게 변모하였다. 쾌적한 환경은 물론, 현대인이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던 것이다. 아직 미흡하고 보안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즉, 열차의 잦은 고장, 승객의 안전, 이용자의 예절과 의식 등 우리가 모두 풀어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내가 지하철을 처음 타본 기억은 아마 70년대 말쯤 싶다. 부천에서 군대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부천역에서 영등포역까지 타본 국철이었다. 처음 타본 지하철은 나를 흥분시켰다. 신기하고 즐거웠다. 우리도 이젠 지하철시대가 열렸고 경제발전이 가속화되고 있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였다. 그때의 흑백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세월은 흘러도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이 낯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로부터 강산이 몇 번 바뀐 지금, 몰라보게 발전한 낯선 지하철 풍경에 또 한 번 놀랐다. 바뀌지 말아야 할 것까지 바꿔버려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도 있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변화가 더 많다. 저만치에서 아들 벌 되는 젊은이와 할아버지 벌 되는 노인이 주변은 아랑곳하지 않고 옥신각신 다툰다. 참 민망하기 짝이 없다. 누구나 다 무관심하다. 나 역시 그랬다. 내 일이 아니라서, 그때 말리지 못하고 젊은이를 따끔하게 나무라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지금으로부터 이십여 년 전, 지하철이 가장 잘 발달하였다는 일본을 처음 방문한 적이 있다. 오사카 도심의 지하철에 올라 그들과 그들의 문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많은 것을 느꼈다. 첫인상은 객실이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승객은 책을 보거나 신문을 읽거나 사색에 잠긴 사람이 많았다. 그들의 차분하고 조용한 객실 분위기는 우리와는 사뭇 달랐다.
또한, 객실 내에서 구걸하는 사람이나 잡물을 팔고 있는 장사치들도 보이지 않았다. 목청껏 외치는 설교나 연설도 없었다. 또한, 불법광고물도 눈에 띄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서울 지하철 풍경과 조금도 다를 바 없지만, 문화적 수준 차이는 분명한 것 같았다. 왜 그럴까에 대한 생각에 빠졌다. 아마, 국민 개개인의 의식 차이일 수도 있다.

거래처를 가기 위해 S역에서 전철을 타고 Y역까지는 국철을 탔다. 많은 승객 틈으로 구걸하는 행인을 보았다. 저 사람이 혹시 앵벌이를 강요당해 구걸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을 하기도 했다. 잠시 후, 성경책을 펼치며 하느님을 믿으라면서 승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해소음을 토해낸다. 헐값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장사치들, 지하철은 마치 도떼기시장 같았다.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라면 사람 사는 멋으로 봐 줄만도 하다마는 보통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모습을 원하지 않는다. 출입문 등 여러 공간에 부착된 선동적인 부착물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우리 지하철 문화의 서글픈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한국을 찾아온 외국 승객들도 눈에 띈다. 그들의 눈에는 어떤 이미지로 우리를 바라볼까, 물론 여러 가지 보완책은 정부 당국이나 관계있는 기관에서 강구하고 시행하겠지만 우선 개선해야 할 것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우리 자신이다. “남의 탓만 하지 말고 내 탓이오.”자숙하고 반성하는 심정으로 사소한 일 하나라도 내가 먼저 질서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있을 때 우리의 지하철 공간은 아늑해질 것이다.

몇 년 전 일본에서 손님이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인천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정해진 숙소인 광화문 K호텔에 여장을 푼 후 지하철로 회사를 찾아왔다. “지하철이용에 불편이 없었느냐?”라고 물었더니 피식 웃으면서 실내가 아주 소란스러워 불편했단다. 여기가 남대문, 동대문 시장도 아닌 지하철인데도 불구 소란스럽고 어수선한 것은 “한국 사람들이 워낙 수다를 좋아해서 좀 요란스럽다."‘라고 웃으면서 말해줬다. 그 친구, 겉으로는 ‘그럴 수 있겠다.’라며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우리를 흉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찝찝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전 구간은 아니지만, 가장 곤욕스러운 것은 탁한 공기다. 매캐한 냄새와 함께 목이 컬컬하고 눈이 따갑다. 미세한 먼지가 얼마나 우글거리면 피부로 느끼겠는가, 지하철이 우리의 삶의 일정부분임을 생각한다면 지하철의 환경관리, 안전관리 등 철저하게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또한, ‘나’ 한 사람부터 지하철 문화를 아름답게 가꾸는 실천적 사랑이 필요하다. 우선 생각해 볼 것이 소란스러운 객실을 쾌적한 분위기로 쇄신해야 한다. 지하철에는 하루에도 수백만 명이 이용한다. 사람 사는 곳 어디에도 예의와 기본질서가 있는 법,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주의를 기울이면서 매사에 언행을 조심하고 기본예절을 지킨다면 서로 인상 찌푸리고 얼굴 붉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하철 내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상행위 등,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 개인적 사정을 봐서는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공공질서를 위해서는 강력한 조치가 요구된다. 또한, 지하철에 종사하는 관계자는 승객을 위해 봉사하는 책임과 믿음이 필요하다. 지하철을 타고 하루를 여닫는 삶의 공간은 아름다워야 한다. 성숙한 우리의 지하철 문화가 삶의 질을 높이고 아름다운 공간이기를 기대한다.

김형출 / 시인, 수필가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2년 0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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