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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의 연재수필]아빠 어렸을 적에(10)

올챙이 국수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11월 12일

도성고개를 지나 명지산 중턱의 논남동 마을에 도착하니 산속인지라 벌써 해는 서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었습니다.

한 아저씨께서 우리 일행을 반겨주십니다.

“어서 오슈! 김씨!”

“별고 없었수?”

어른들과 그 아저씨가 인사를 나누더니 내게로 눈을 향하십니다.

“얜 누구요?”

“우리 큰 애라우….”

“어, 그 녀석? 그렇게도 조그맣더니 많이 자랐네…. 몇 살이냐?”

“열한 살이에요. 4학년 돼요.”

“어서 오너라. 아부지 따라 왔구나? 잘 왔다”

그곳은 온 천지가 다 옥수수로 된 동네 같았습니다. 겨울이 지나가는데도 아직까지 옥수수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보니 신기합니다. 마루 위 시렁에도 옥수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으며, 대추나무 위와 개복숭아 나무 위에도 온통 옥수수가 집채만치 매달려 있습니다. 우리 동네도 옥수수가 많긴 하지만, 그렇게 많은 옥수수를 구경한 것은 난생 처음입니다. 우리는 주인아저씨를 따라 뒷곁에 있는 감자 저장소로 삐뚤삐뚤하고 뒤뚱뒤뚱한 굴참나무 사다리를 타고 땅속 깊이 저장고로 내려갔습니다. 그곳은 매우 어두웠는데 주인아저씨께서 성냥을 그어 등잔불을 켜는 순간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와!"

나는 절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곳에는 수십 가마니 분량의 감자가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이걸 고랭지 재배라 한단다.”

“높은 곳에서 심으면 벌래도 안 먹고 병충해도 별로 없지…”

아버지와 그 아저씨가 번갈아 가며 가르쳐 주십니다.

어른들은 군용 따블빽 배낭에 감자를 담고, 나는 미군 부대서 나온 악수하는 그림이 그려진, 밀가루 포대로 만든 자루에 감자를 담았습니다.

“거, 담배 있으면 한 대 주시구랴.”

감자 값을 치르고 나니 주인아저씨는 담배가 없다하시며 아버지께 담배를 한 대 줄 것을 요구하였는데, 아버지께서는 권련이 없으시다 하시며 봉담배 쌈지를 꺼내어 쌈지 옆칸에 있는 일력 종이 자른 것을 한 장 주시며 봉담배를 조금 건네십니다.

"여기는 말이에요, 가게에 가려면 삼십 리는 족히 내려가야 하니까 담배가 제일 귀해요. 그래서 정 피고 싶으면 가랑잎이나 칡잎 마른 것을 말아 피워 보기도 하지만 어디 풀냄새가 나서 피우겠습디까?"

하시며 혼자 얘기하고 혼자 자문자답 하였습니다. 아버지와 영재 아버지는 그저 슬며시 웃을 뿐이십니다.

주인아주머니는 우리에게 성찬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얘, 이게 무슨 국순 줄 아니?

국수도 아닌 것이 무슨 묵을 부셔 놓은 것 같은 것을 가르치며 아주머니께서 물으십니다.
“아니요? 이게 뭐에요?”

내가 의아해 물으니 아주머니가 장난 섞인 웃음을 띠우며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올챙이국수란다.”

“네? 올챙이국수요? 그럼 올챙이로 만들어요?”

내가 놀라 반문하였습니다.

“그래, 이것 좀 봐라. 올챙이처럼 생겼지 않니? 어서 먹어봐! 맛있단다.”

나는 기겁을 하며 말하였습니다.

“안 먹어요. 올챙이를 어떻게 먹어요.”

그러자 아버지와 영재 아버지께서는 웃음을 띠며 올챙이국수에 조선간장을 치시며 숟가락으로 맛나게 잡수십니다.

“봐라, 애빈 올챙이를 좋아해서 맛있게 먹지 않니?”

아버지가 맛있는 표정을 지으시며 말씀하십니다.

“거, 사람하구 싱겁기는….”

영재아버지가 말을 끊으며 말씀하십니다.

“얘, 이건 올챙이로 만든 것이 아니고 옥수수를 갈아서 만든 것이란다. 올챙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올챙이국수라 하는 거야. 걱정하지 말고 먹어라. 하하하”

영재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서도 나는 어쩐지 마음이 찜찜하였지만 이내 묵 종류를 좋아하는 나는 맛있게 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내게 놀리시느라 올챙이로 만든 국수라 하셨지요. 그러나 아주머니는 웃으시며 옥수수로 만든 국수이니 괜찮다고 먹으라 하셨습니다. 미끌미끌하여 마치 올챙이 새끼처럼 생긴 것이 조선간장을 뿌려 먹으니 기갈이 감식이라 그런지 짭짜름하면서도 미끈하게 목으로 잘 넘어갑니다.

“어서 가자, 어두워질라.”

수저를 놓기가 무섭게 아버지가 서두르십니다.

우리 일행은 씨감자를 사 짊어지고 큰 산을 넘어 밤 아홉시가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봄에 사온 씨감자를 심어 수확한 감자가 정말 대견스러웠고, 그 지겨운 감자밥과 감자 음식들도 내가 사온 씨감자로 수확하였다는 자부심에 반찬 투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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